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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 검진" 3%뿐… 돌연 체중 줄면 의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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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루치아노 파바로티, 패트릭 스웨이지…. 췌장암에 희생된 유명인이다. 췌장암은 가장 독한 암으로 알려져 있다. ‘인류 최악의 암’, ‘걸리면 죽는 암’ 등 따라붙는 수식어도 다양하다. 사람들이 인식하는 췌장암에 대한 정보는 보통 여기까지다. 암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유독 췌장암에 대한 관심은 저조하다. 무관심은 질환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인식을 낳게 마련이다. 조기발견과 완치를 더욱 어렵게 한다. 지나친 공포는 치료를 단념하게 만들기도 한다. 췌장암 극복의 걸림돌이다. 중앙일보와 한국임상암학회(이사장 정현철·세브란스병원)가 세계 췌장암의 날(11월 13일)을 맞아 인식도를 조사했다. 조사는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서울 및 6대 광역시 거주 20~65세 남녀 1000명 대상 일대일 면접방식으로 진행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췌장암 치료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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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이상 췌장암 잘 몰라

먼저 ‘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암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 결과, 응답자의 1.8%만이 췌장암을 꼽았다. 위암(38.1%), 폐암(14.8%), 유방암(13.1%), 간암(11.9%), 대장암(9.3%), 자궁암(5.7%), 갑상샘암(2.9%)에 이은 8위였다. 가장 먼저 떠오른 암 외에 생각나는 모든 암을 꼽으라 했더니, 췌장암을 언급한 사람은 17.8%에 불과했다. 10명 중 8명은 아예 췌장암을 떠올리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에 반해 응답자의 87.9%가 위암을, 73.6%가 간암을, 71.3%가 폐암을, 60%가 대장암을, 47.3%가 유방암을 꼽았다.

췌장암이 10대 암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아는 비율도 낮았다. 췌장암은 국내에서 여덟 번째로 자주 발생하는 암이다. 응답자의 23.5%만이 10대 암 포함 여부를 제대로 알고 있었다.

낮은 인지도는 검진 경험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조기발견을 위한 암검진 경험을 묻는 질문에 ‘췌장암 검진을 받아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단지 3%에 불과했다. 인지도가 가장 높았던 위암은 검진 경험에서도 48.3%로 가장 높았다. 췌장암 검진율은 이보다 인지도가 낮았던 전립샘암(5.9%)보다도 낮았다.

조기진단 어려워 대부분 수술 불가능할 때 발견

췌장암 검진율이 낮은 것은 조기진단이 어렵다는 인식과 관련이 있다. 실제로 다른 암보다 조기발견이 어렵다. 우선 췌장암은 특별한 증상이 없다. 속이 더부룩하거나 체중이 빠지는 것이 고작이다. 게다가 영상검사로도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명치 끝과 배꼽 사이 간·위·소장·십이지장이 인접한 위치에 깊숙이 있어서다. 환자 약 80%는 수술이 불가능해졌을 때 진단을 받는다. 현재 췌장암 검진법인 혈청표지자검사(CA19-9)의 민감도(병이 있는 것을 있다고 감별하는 능력)가 높지 않은 것도 조기진단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복부 초음파도 별 효과를 보지 못한다.

그렇다고 췌장암 조기진단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아무 이유 없이 6개월간 평상시 체중의 5% 이상이 빠졌다면 일단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당뇨병 환자라면 더욱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췌장암에 걸릴 확률이 정상인의 2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췌장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 만성췌장염 환자도 췌장암 고위험군에 속한다. 이들은 주기적인 검사를 통해 발병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료장비 등 기술의 발전으로 췌장암을 조기진단할 수 있다.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가능하다. 단, 일반적인 촬영보다 3배 이상 세밀하게 촬영해야 초기 췌장암을 감별해 낼 수 있다. 다만 이런 검사법은 비용이 많거나 정확도가 높지 못해 내시경처럼 일반검진에 도입되진 않고 있다.

이렇게 조기진단이 이뤄지면 생존율이 높아진다. 보건복지부가 2012년 발표한 요양병기별 생존율에 따르면, 췌장암의 평균 5년 생존율은 8.8%에 불과하지만 비교적 초기인 ‘국소 진행’ 병기에는 12.5%, ‘국한’ 병기에는 27.4%까지 올라간다. 국소 진행은 암이 췌장 외 주위 장기나 림프절을 야간 침범한 상태를, 국한은 암이 발생한 장기에 머문 상태를 말한다. 조기에 발견하면 췌장암이 치료된다는 얘기다. 실제 탤런트 김영애씨와 개그우먼 배연정씨가 췌장암을 조기진단해 치료된 모범 케이스다. 이들은 췌장암 진단을 받고 절망에 빠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수술을 받아 일상을 되찾았다. 중앙대병원 장정순(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췌장암은 전이가 조기에 일어나기 쉽고, 진단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조기에 진단하면 완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폐암보다 낮은 생존율 … 8.8%로 ‘최저’

췌장암의 생존율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은 어떨까. 물론 조기발견이 돼도 수술은 쉽지 않다. 위치적 특성 때문에 수술 난도가 높다. 재발과 전이 가능성도 생존율을 낮춘다. 각종 장기가 인접한 탓에 수술을 받아도 10명 중 8명은 재발하거나 전이된다. 전이성 췌장암의 경우 5년 생존율이 1.7%에 불과하다. 이번 조사에서 췌장암 생존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은 배경이다. 5년 생존율이 가장 낮을 것 같은 암을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응답자의 60.6%가 췌장암을 꼽았다. 생존율이 췌장암 다음으로 낮은 폐암은 54.8%, 생존율이 100%에 가까운 갑상샘암은 2.7%였다. 실제 췌장암의 국가 암 통계에 따르면 5년 생존율은 8.8%(2008~2012년 발생 기준)다. 암 중에서 가장 낮다. 같은 기간 전체 암 평균 5년 생존율(68.1%)과 큰 격차를 보인다.

문제는 질환의 심각성은 알지만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재 생활습관에 비춰 걱정되는 암을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췌장암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19.4%였다. 반면에 위암(51%), 폐암(42.5%), 유방암(36.6%), 대장암(34.7%), 간암(33.4%) 순으로 높았다. 삼성서울병원 박준오(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췌장암 발생률은 암 중 8위지만 발생 대비 사망률이 높다”며 “낮은 국민의 관심과 인식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낮은 인식이 적극적 치료 걸림돌

전문가들은 췌장암에 대한 낮은 인식이 치료를 어렵게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췌장암의 완치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수술이 어려운 상황이라도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10년 만에 췌장암 생존기간 연장 효과가 입증된 전이성 췌장암 치료제가 개발돼 희망을 예고하고 있다. 해당 신약은 미국·유럽·호주 등에서 진행된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 사망위험을 28% 줄이고, 기존 치료법보다 췌장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2개월 연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작용도 크게 줄였다. 다만, 아직 국내에서는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고 있다.

박 교수는 “실제 전이성 췌장암 환자 대다수가 췌장암 진단이 무조건 죽음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해 우울감과 공포로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가 있다”며 “올바른 정보에 근거하지 않은 포기나 치료는 잘못된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3.5%가 췌장암에 대해 ‘가장 치료가 어려운 암’이라고 답했다. 박 교수는 “췌장암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활발한 연구가 진행된다면 앞으로 효과적인 조기진단법과 치료법이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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