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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그라 디자인 특허 분쟁 그 후] 국내 복제약 “고개 숙이지 않는다”

[뉴스위크]

summary |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로 유명한 ‘비아그라(Viagra)’가 디자인 특허 분쟁에서 국산 복제약에 졌다. 한미약품 등 비아그라 복제약 제조사들은 이번 판결로 국내시장에서 한층 날개를 달게 됐다. 이와 달리 화이자는 한국 법인인 한국화이자제약이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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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발기부전 치료제로 유명한 ‘비아그라(Viagra)’가 한국에서 쓴맛을 봤다. 수년간 이어진 디자인 특허 분쟁에서 비아그라 제조사인 미국의 화이자(Pfizer)가 국내 제약사인 한미약품에 결국 진 것이다. 10월 16일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화이자와 화이자의 한국 법인인 한국화이자제약이 한미약품의 비아그라 복제약 ‘팔팔’이 비아그라 디자인을 베꼈다며 한미약품을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이는 입체적인 상표의 기능성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 최초의 대법원 판례다. 비아그라는 특유의 푸른색 마름모꼴 디자인이 세계적으로 호평 받으면서 일명 ‘블루필(Blue Pill)’로 불릴 만큼 특색 있는 형태를 갖췄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런 형태가 상표로 기능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비아그라는 마름모꼴의 입체적 형상과 푸른색 계열의 색채를 결합한 알약으로 일반적인 알약의 형태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봤다. 그러면서 “비아그라는 마름모꼴의 각 모서리가 호 모양으로 완전히 다듬어진 형태이지만, 팔팔은 마름모꼴의 각 모서리가 둥글게 다듬어진 육각형에 가까운 형태”라며 “측면에서 볼 때 비아그라는 긴 타원형이지만, 팔팔은 아래위로 살짝 부푼 사각형에 더 가깝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비아그라 상표 침해 아니다”

앞선 법정 싸움에서는 화이자와 한미약품의 희비가 한 번씩 엇갈릴 만큼 치열한 분쟁이었다. 1심에서 재판부는 “두 약품의 형태와 색상이 비슷하나 의약계 종사자들이 혼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하고 한미약품의 손을 들어줬다. 2심에서는 거꾸로 화이자가 이겼다. 2심 재판부는 “한미약품이 화이자의 제품 형태를 그대로 모방해 그 식별력에 편승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혼동 가능성 역시 인정되므로 한미약품은 팔팔을 제조하거나 전시해선 안 되며, 완제품은 모두 폐기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번에 대법원 재판부가 다시 한미약품 손을 들어주면서 최종적으로 웃은 쪽은 화이자가 아니게 됐다.

애초 화이자가 한국에서 한미약품을 상대로 디자인 특허 관련 소송을 제기한 데는 속사정이 있다. 화이자가 1998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오리지널 치료제 비아그라의 특허가 2012년 풀리면서 복제약들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 우후죽순 쏟아져 나왔다. 국내에서만 지난해 상반기 기준 41개 제약사, 77개 제품이 레드오션으로 탈바꿈한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서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역시 미국계 제약사인 릴리(Eli Lilly)가 개발, 수조원대 규모의 세계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을 비아그라와 양분해온 오리지널 치료제 ‘시알리스(Cialis)’의 특허가 만료돼, 이 같은 생존 경쟁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한미약품 팔팔은 비아그라 특허 만료 이후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을 장악하다시피 했다. 의약품 시장 조사 전문기관인 IMS헬스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기준 팔팔의 국내 판매량은 493만6454정으로 2위 시알리스(257만1888정)의 두 배에 가까운 압도적 1위였다. 저렴한 가격이 최대 무기다. 1정(50mg)당 가격이 2500~3000원선으로 오리지널인 비아그라(1만1000~1만2000원선)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에 반해 비아그라는 같은 기간 74만6399정으로 복제약인 팔팔은 물론, 국산 신약인 동아에스티 ‘자이데나(146만677정)’나 SK케미칼 ‘엠빅스에스(126만6402정)’에도 뒤진 판매량 5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특허 만료 이전인 2011년 399억원이던 비아그라의 국내 매출은 지난해 134억원으로 3분의 1 토막이 났다.

화이자로서는 위기감을 갖고 비아그라 복제약들을 견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팔팔 외에도 대웅제약 ‘누리그라’, 일양약품 ‘일양실데나필’, 경동제약 ‘포르테브이’, CJ헬스케어 ‘헤라그라’, 근화제약 ‘프리야’ 등 비아그라 복제약들이 연간 1000억원대에 달하는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을 나눠 점유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시알리스의 특허까지 만료되면서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 화이자는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제약사 중 처음으로 지난해 매출 6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실적이 나쁘지 않지만, 비아그라만큼은 아킬레스건이 됐다.

이 때문에 한국화이자는 최근 몸집 줄이기와 인건비 부담 덜기에 나서는 등 분위기가 좋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화이자는 800명의 전체 직원 중 60명을 대상으로 희망 퇴직프로그램(ERP) 가동에 나섰다. 또한 사업부 5곳 중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 사업을 맡은 부서에 대한 독립법인 분사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기는 내년 중이 유력하다. 업계 관계자는 “화이자가 한국에서 특허 만료 의약품 대신, 백신이나 아직 특허가 유효한 오리지널 의약품에 더 집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알리스 특허도 지난 9월 만료

이와 달리 한미약품은 이번 3심에서 이긴 직후 며칠간 주가가 급등하는 등, 강세를 보이던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서 기대감을 한층 더 갖게 됐다. 비아그라 특허 만료로 첫 날개를 달게 됐다면, 이번엔 날개 하나를 더 달게 된 격이다. 한미약품 등 복제약을 주로 제조하는 국내 기업들에는 시알리스 특허 만료도 두말할 것 없이 호재다.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이 팔팔의 뒤를 이어 출시한 시알리스 복제약 ‘구구’는 지난 9월 한 달간 처방량이 6만2776정으로 오리지널 시알리스(3만2705정)를 크게 따돌렸다. 종근당 ‘센돔’과 대웅제약 ‘타오르’ 등 다른 시알리스 복제약들도 1위로 치고 올라갈 기회만을 엿보고 있다. 지난 9월 기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한 국내 시알리스 복제약은 157개 제품에 이른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화이자가 비아그라 디자인 특허 분쟁에서 지면서 복제약 견제에 차질을 빚게 된 데다, 시알리스 특허까지 만료되면서 시장 경쟁이 지금보다 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글=이창균 기자 lee.changkyu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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