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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연재소설] 판게아 - 롱고롱고의 노래 <18> 다시 노란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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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임수연


문자의 지도를 만들기 위해선 올름의 도움이 필요해


볼트가 계속 수리를 부르고 있었다.

“수리 형~”

수리는 썸을 보챘다.

“달려. 어서 달려, 썸!”

썸은 공룡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빨랐다.

“공룡 아닌 거 아닐까? 뭐, 공룡 닮은 공룡.”

마루는 자기가 말하고도 우스운지 낄낄 웃었다.

“공룡을 닮은 공룡이든 공룡을 안 닮은 공룡이든 썸이 빠른 이유는 사랑의 힘이라고. 부럽지?”

골리쌤은 사랑이 활짝 핀 얼굴로 배시시 웃으며 썸을 격려했다.

“썸, 더 빨리 달려. 그들이 쫓아오고 있어.”

거인들은 그야말로 진격의 거인이었다. 마치 빙판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듯 크게 미끄러지며 달려오고 있었다. 가공할 속도였다.

“수리 형, 빨리, 더 빨리.”

저만큼 노란 문이 보였다. 예전에 보았던 바로 그 노란 문이었다.

“노란 문이야. 와 반갑다. 아마 먹을 음식이 있을 거야.”

마루는 눈물이 핑 돌았다.

“봤어. 노란 문이야. 그럼 우리 집으로 돌아가는 거야?”

사비도 노란 문이 반갑긴 마찬가지였다.

썸은 공룡답지 않게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너무 빨리 달리며 요동을 치는 바람에 썸의 등 위에서 아이들과 골리쌤은 위태위태했다. 곧 떨어질 듯 달랑거렸다. 순간, 썸이 커다란 돌부리에 걸리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아이들도 골리쌤도 앞으로 고꾸라졌다.

“아아~”

썸이 철퍼덕 넘어지면서 얼굴과 긴 모가지가 먼저 노란 문을 부수며 들어갔다. 아이들도 덩달아 하늘로 부웅 떴다가 노란 집 안으로 내팽개쳐졌다. 썸은 나머지 몸뚱어리를 집 안으로 얼른 들여놓으려고 버둥거렸다. 그러나 거대한 몸뚱어리가 그리 쉽게 움직일 리 없었다. 거인들의 진격은 이미 바짝 다가와 있었다. 썸은 거의 울 지경이었다. 수리가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순식간에 상황을 판단했지만 썸을 빠르게 이동시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어쩌지?”

당황했지만 해결책을 찾으려고 계속 생각을 굴리는 수리에게 볼트가 한마디했다.

“형, 암호를 말하라고. 암호 알지?”

“암호? 갑자기 무슨 암호야?”

수리는 볼트의 말이 뜬금없었다.

“형은 분명히 암호를 알고 있어. 잘 기억해 봐.”

볼트는 수리의 팔을 잡아 흔들었다.

“미치겠네. 뭐지? 뭐였지?”

“수리야. 처음에 우리가 노란 집으로 들어갈 때, 그때 그 암호 아닐까?”

답답했던 사비도 거들었다.

“맞다. 근데 뭐였지? 이 닭대가리.”

수리는 자신의 머리통을 툭툭 쳤다.

“닭? 닭이라고 그랬지? 아, 치킨 먹고 싶다. 닭닭닭….”

마루는 닭닭닭 정신나간 아이처럼 중얼거렸다. 침까지 후루룩 말아 마셨다.

“누가 닭 얘기했어? 닭이나 갖다놓고 얘기를 하던지? 닭튀김, 닭강정 닭백숙 닭볶음탕…닭닭…아이씨 닭!”

마루는 버럭 화를 내다가 갑자기 뒤로 자빠졌다. 진격하는 거인들의 발소리가 땅을 흔들고 있었다.

“어서 좀 해라. 거인들이 한 발자국이면 노란 집으로 들어서겠다. 제발 쫌.”

골리쌤이 수리를 닦달했다.

“숲으로 돌아갔다!”

아뿔싸! 노란 문은 더 크게 열려버렸다. 모두 경악하는 표정으로 굳어버렸다. 이제 거인들이 밥이 될 처지였다. 멀리서 폴리페서의 음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리야. 암호를 가져와라. 아빠를 살려야지. 나비도 내 손에 있고 리키니우스도 내 손에 있다. 너처럼 착한 아이는 이들이 고통스럽게 죽는 것을 원치 않을 거야. 그렇지? 으흐흐.”

거인들의 커다란 발은 이제 마지막 한 발을 남겨두고 있었다. 수리는 눈을 꾹 감았다.

“에라, 숲으로 돌아왔다.”

놀랍게도 썸의 몸은 누가 민 것도 아닌데 후다닥 노란 집 안으로 밀려 들어갔고 노란 문은 굳게 쿵 닫혔다. 거인들은 노란 문에 부딪혀 멀리 나가떨어졌다, 모두 지쳐 주저앉았다.

“저것 봐. 그때와 똑같아. 암호들이 나부끼고 있어. 보라고.”

수리가 벌떡 일어나서 외쳤다. 암호를 새긴 종이들이 나부끼며 지나가고 있었다.

“이제 알겠어. 이 암호는 순서대로 반복해서 움직이는 거야. 그동안 내가 알아낸 암호도 결국 이 순서와 맞아떨어지는 거지.”

수리는 엄지를 척 내밀었다.

“그럼 암호 찾으러 돌아다닐 필요 없잖아? 그냥 대충 보고 적어.”

마루는 너무 쉽게 내뱉었다.

“멍충아. 내가 알아낸 암호만 뚜렷하게 보이는 거라고, 이 멍충이. 생각 좀 하고 살아라.”

마루는 괜히 딴소리를 중얼거렸다.

“닭…닭…닭이다!!”

마루는 썸이 뻗어있는 걸 보고 닭이라며 홀딱 달려갔다. 그리고 썸을 부둥켜 안고 핥기 시작했다. 골리쌤이 마루의 얼굴을 퍽 갈겼다.

“미쳤어, 누굴 건드리는 거야?”

마루는 쓰러진 채 입맛을 다시면서 중얼중얼했다.

“닭이시여… 나에게 오소서!”

인류는 황금을 캐기 위해 만들어진 기계?!

“우린 다시 돌아가야 해.”

수리의 폭탄 발언에 모두 화들짝 놀랐다.

“뭐어? 겨우 살아나왔는데 도로 돌아가자고? 돌아가면 죽는다고!”

골리쌤도 어이가 없었다.

“아빠는 살려야 할 것 아냐?”

일순 조용해졌다. 수리는 계속했다.

“그리고 폴리페서 말이 맞아.”

“그 사기꾼 말이 맞다니? 넌 마루보다 더 미쳤구나.”

골리쌤은 이제 화를 내고 있었다.

“난 착한 사람은 아니지만 나 때문에 나비와 리키니우스가 고통스럽게 죽는 건 원치 않아. 너희는 어때?”

수리는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잠시 후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뻗어있던 썸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내가 주도권을 갖고 나가겠어.”

“그런데 이 노란 집을 무슨 수로 나가? 수리닭아.”

마루는 아직도 닭 타령이었다.

“노란 집은 움직이는 웜홀이야. 우리가 가고 싶은 곳을 결정하고 마음대로 문을 열고 나갈 수 있어.”

“진짜? 와 멋지다. 그곳에 닭이 있겠다.”

마루는 손뼉을 쳤다. 수리는 꽤 진지했다.

“자. 지금까지 알아낸 암호의 규칙성을 따져보자. 그리고 이스터 섬에서 보았던 그 태블릿의 암호와 비교해 보자고.”

“수리야. 너 미쳤구나. 이스터 섬의 태블릿을 본 지 오 만 년도 넘었다. 네가 아인슈타인도 아니고 어떻게 기억하니? 그리고 이렇게 수능보다 어려운 방식으로 언제 가냐고? 닭은 어쩌고?”

“아인슈타인보다 더 뛰어나지.”

짜증 부리는 마루에 비해 수리는 여유만만했다.

“내가 미쳐. 허세도 이 정도면 정신병이야.”

마루는 자신의 똥배를 퉁퉁 두드렸다.

“난 수리 믿어.”

사비가 눈을 찡긋했다.

“흥. 고백이나 먼저 하시지 그래?”

배알이 뒤틀려하는 마루를 보며 사비는 앙큼하게 웃었다.

“여자가 먼저 고백을 하다니?”

“사비야. 너 남북전쟁 시대에서 연애하다가 날아왔느냐? 무슨 숙녀티를 내고 그래?”

“자, 그만 그만. 난 이 암호들을 정리하면 분명히 어떤 지도가 그려질 거라고 생각해.”

마루와 사비의 설왕설래를 멈춘 수리의 말에 골리쌤이 질문했다.

“지도? 혹시 그냥 문자면?”

“문자의 지도죠.”

“아, 그래. 말이 된다, 문자의 지도?”

“이 문자의 지도에 네피림이 밝히고 싶어하지 않는 어떤 역사가 숨어있을 거예요.”

골리쌤은 점점 수리의 논리에 빠져들고 있었다.

“왜 네피림이 감추려고 하지?”

“우리는 지금 아주 먼 과거로 와 있잖아요? 네피림은 팬옵티콘이예요. 우주의 눈이요. 그들은 현재도 보고 있고 미래도 보고 있어요.”

“그게 그들이 감추려는 역사와 무슨 관련이 있지?”

수리의 시선은 모두를 응시했다.

“자, 잘 들어. 네피림과 거인, 인류 이 삼각관계의 헤게모니 문제지. 말해봐. 네피림이 생명체야, 기계야?”

아무도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거인이 생명체야, 기계야?”

“누이들이 생명체야, 기계야.”

“그건 알아.”

모두 침묵을 깬 골리쌤을 쳐다보았다.

“누이는 너희 과거야.”

“네에? 너희라면?”

사비는 골리쌤의 가설이 황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래. 인류의 과거 모습이라고.”

“그러면 우리가 기계였다고요? 우하하. 우습다.”

마루가 데굴데굴 굴렀다.

“분명히 폴리페서가 그랬잖아? 황금을 캐기 위해 만들어진 기계라고.”

수리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하하. 기계면 어떻고 생명체면 또 어때? 자, 기운 차리자고.”

“난 기계 싫어. 닭을 못 먹잖아?”

마루는 또 엉뚱한 억지를 부렸다.

“마루야. 지금 우리들 모습은 생명체잖아? 지금의 누이가 기계라면 어느 시점부터는 생명체로 진화했겠지? 안 그래?”

마루가 착한 학생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거대한 비밀을 풀어보자고. 그리고 절대 폴리페서에게 호락호락하게 암호의 비밀을 내주지 말자고.”

“그럼 네피림은 우리 편이야?”

마루는 코흘리개 어린아이 같았다.

“글쎄. 그건 잘 모르겠지만… 어쩐지 난 더 끌려. 피붙이라고 할까? 그냥 그래.”

“거인들은?”

사비가 수리에게 물었다.

“왠지 불쌍해. 폴리페서의 조종을 받고 있잖아? 일단 암호들을 정리해 보자. 그리고 태블릿의 암호들과 비교해보자. 그 다음….”

수리는 잠시 뜸을 들였다.

“올름을 찾아가보자. 올름이 미래를 본다고 했잖아? 난 올름에게 물어볼 게 있어.”

이스터 섬의 어느 날, 하늘은 유리처럼 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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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윤은 시인·소설가. 판게아 시리즈 1권 ?시발바를 찾아서, 2권 마추픽추의 비밀, 3권 ?플래닛 아틀란티스를 썼다.

소년중앙에 연재하는 ‘롱고롱고의 노래’는 판게아 4번째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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