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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속으로 들어간 과학계 슈퍼스타

[뉴스위크]

“뇌는 전쟁터다.”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 박사는 한마디로 그렇게 요약했다. 우리가 결정을 내릴 때 한 가지 욕구나 충동만으로 판단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이글먼 박사는 “사람에겐 다양한 충동이 있는데 그 각각이 우위를 점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라이벌들로 구성된 팀’이라는 뇌 모델이 혼란스럽긴 하지만 수많은 충동을 제어할 수 있다면 약물중독 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글먼 박사는 베일러 의과대학에서 뇌촬영의 실시간 피드백을 사용해 특정 중독물질에 대한 반응을 바꾸는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우리의 다양한 신경 네트워크는 각각 서로 다른 목적과 역할이 있다”고 말했다. “뇌의 일부분이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면 다른 네트워크들은 그에 저항하려 한다. 우리는 사람들이 이런 뇌 속의 전쟁을 이해하고 그 싸움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몰아가도록 도울 생각이다.”

이글먼 박사는 자원자를 자기공명영상(MRI) 장치에 연결한 뒤 마약류의 사진을 보여준다. 자원자는 먼저 자신이 좋아하는 마약류를 갈망하는 생각이 들게 한 다음 그 욕구를 의도적으로 억누른다. 그 과정의 신경 반응이 속도계 비슷한 측정기를 통해 화면에 나타난다. 그런 훈련을 반복하면 저항충동을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게 이글먼 박사의 가설이다. “운동처럼 반복 훈련으로 욕구를 억제하는 능력을 강화하면 특정 약물의 유혹을 제어하는 도구를 가질 수 있다.”

이런 연구 진행 과정을 담은 영상이 미국 공영방송 PBS의 다큐멘터리 시리즈 ‘데이비드 이글먼 박사와 함께 알아보는 뇌(The Brain With Dr. David Eagleman)’에 소개됐다. 이글먼 박사가 진행하는 이 다큐멘터리는 뇌가 생각을 어떻게 처리하고 현실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또 의식과 무의식 상태에서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쉽게 알려준다.

어린 시절 자신의 영웅이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다큐멘터리 ‘코스모스’에서 우주의 신비를 재미있고 설득력 있게 설명했듯이 이글먼 박사도 복잡한 뇌 연구를 쉬운 말로 흥미롭게 알려준다.

그는 공감각(어떤 감각에 자극이 주어졌을 때, 다른 영역의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감각 간의 전이현상), 시간지각(촉각부터 시각, 청각까지 사건들의 시간적 순서를 해석하는 방법), 신경법(신경학적 연구 결과를 범죄 수사와 재판에 활용하는 분야) 등 자신의 전공 분야를 신명나게 소개한다. 그는 현란한 시각적 은유도 많이 활용한다. 무의식적 신체 반응을 보여주기 위해 야구복을 입고 속구를 치기도 하고, 두개골 속의 어두운 공간을 예시하려고 무시무시한 동굴 탐험을 연기하기도 한다.

그의 경력도 상당히 다채롭다. 잠시 이스라엘군에 자원입대했고, 라이스대학에서 영미문학 학사학위를 받았으며, 한동안 코미디언으로도 활동했다.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썸: 내세에서 찾은 40가지 삶의 독한 비밀들(Sum: Forty Tales From the Afterlives)’이라는 픽션 베스트셀러도 썼다. 상상의 내세를 통해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생을 재배치해 다시 겪게 함으로서 독특하면서도 다채롭게 삶을 조명한 책이다. 그의 가장 유명한 논픽션 ‘인코그니토(Incognito: The Secret Lives of the Brain)’는 ‘나라고 말하는 나는 누구인가’란 질문으로 시작해 사람의 판단과 행동 선택이 실제로 보이지 않는 무엇에 의한 것이라며 인간의 무의식을 지배하는 또 다른 나의 존재를 파헤쳤다.

그의 연기 재능은 연구 프로젝트로도 이어졌다. 지난봄 TED(기술·오락·디자인) 강연에서 이글먼 박사는 자신이 발명한 조끼(청각 정보를 촉각으로 전환한다)를 설명하려고 슈퍼맨이 망토를 펼치듯 자랑스럽게 셔츠를 찢어 안에 입은 하얀 조끼를 드러내기도 했다. 2007년 생명이 위태로운 순간을 경험하는 사람에게 실제로 시간이 천천히 가는지 시험하려고 자원자들을 놀이공원의 탑으로 데려가 33m 아래 그물망으로 뛰어내리게 했다. 공황 상태에서 뇌의 편도체가 모든 세부 사항을 철저히 포착하는 것이 시간의 흐름이 늦춰지는 것으로 느껴지는지 아니면 영화 ‘매트릭스’의 네오처럼 시간이 늘어지는 것을 실제로 보는 것인지 알아보려고 했다. 자원자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특수 손목시계에서 인간이 정상적으로 인지하는 속도보다 약간 빨리 반짝이는 숫자를 읽으려고 애썼다. 그들이 실제로 세상을 더 늦은 속도로 본다면 그 숫자를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능력은 ‘매트릭스’의 레오만 가졌지 보통 인간은 그럴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글먼 박사는 ‘공공 지식인’으로서 신경과학의 대사 역할을 자임하지만 그의 중독 관련 연구가 진정한 업적을 남길 가능성이 있다. 그의 연구는 MRI가 중독 치료에 사용될 가능성을 재검토한다. MRI는 현재 신경 관련 암과 중추신경계 질환(뇌전증, 치매 등) 검사에 주로 사용되지만 재구성된 신경 네트워크의 미묘한 변화를 알아내는데도 유용하다. 아직은 자세히 탐구되진 않았지만 잠재력은 분명히 있다.

이글먼 박사의 중독 치료 연구는 정신치료에서 흔히 사용되는 인지행동요법을 발전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부정적 사고 패턴을 확인해 그런 촉진인자를 서서히 제어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알코올중독자를 돕는 ‘12단계 프로그램’이나 약물중독자 치료 프로그램의 기본이 바로 인지행동요법이다. 미국 약물중독연구소(NIDA)와 미국 심리학회(APA)는 인지행동요법을 현재 개발된 방법 중 약물중독 재발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인정한다.

이글먼 박사는 “우리 연구는 명상이나 인지요법 등 사람들이 사용하는 방법과 다르지 않으며 다만 효과를 더 강하게 만드는 것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해즐던 베티 포드 재단의 최고의학책임자 마빈 세팔라 박사는 이글먼 박사의 접근법을 극찬했다. “욕구는 중독의 핵심이며 지속적인 재발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그의 방법이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뇌의 보상센터는 피질 하부 영역이라 일종의 잠재의식에 속한다. 그런 욕구에 의해 뇌가 얼마나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하고 그 변화를 억제할 수 있다면 아주 강력한 중독 치료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이글먼 박사가 기대하는 만큼 그 방법이 보편화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신경 MRI에 드는 비용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세팔라 박사는 “건강보험회사가 의료비를 줄이려고 계속 압력을 가하기 때문에 보편화되기가 어렵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미국에선 MRI 뇌 스캔의 평균 비용이 1100달러(약 125만원)가 넘는다. 그는 “게다가 욕구는 중독의 일부분일 뿐”이라고 말했다. “약물 사용을 지속하려는 충동, 제어력 상실, 전두엽 손상에 따른 문제 인식력 저하 등도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초현대적인 색채를 띤 이글먼 박사의 중독 치료 접근법은 그의 극적인 경력에 잘 어울리는 듯하다. “과학은 어렵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연구 보조금을 따고 논문 발표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물론 사람들은 판에 박힌 방식으로 지루한 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아침에 신이 나서 일어나 연구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글= 뉴스위크 STACEY ANDERSON 기자  번역= 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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