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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후난식 바닷가재, 쓰촨식 국수 … 지역요리 ‘짬뽕’해 화합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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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4대 요리를 포괄하는 등 지역 배합에 신경 쓴 메뉴 구성이다.”(신계숙 배화여대 중국어통번역과 교수)

 지난 7일 역사적인 양안 정상회담 만찬에 대한 중식 전문가의 평이다. 이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은 분단 66년 만에 양국 정상으로서 손잡았다. 최고지도자 간 만남은 마오쩌둥(毛澤東)과 장제스(蔣介石)의 1945년 담판 이후 70년 만이다.

 이 때문에 이날 두 지도자의 일거수일투족은 화제가 됐다. 두 정상이 밥상머리에 함께한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 만찬 역시 마찬가지다. 만찬 메뉴는 언론에 알려졌지만 실제 식탁 사진은 공개되지 않았다. 중국에서 최고지도자 간 식사 사진은 비공개 원칙이기 때문이다. 2013년 6월 박근혜 대통령의 국빈 방문 때 만찬 사진을 청와대가 언론에 공개했다가 뒤늦게 회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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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만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마잉주 대만 총통. 이날 만찬엔 냉전시기 중국이 포격했던 진먼다오의 고량주(아래)가 곁들여졌다. [싱가포르 AP=뉴시스]
 본지가 롯데호텔 소공동 본점 중식당 ‘도림’과 함께 ‘시마(시진핑·마잉주) 만찬’을 재현했다. 언론 보도를 토대로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의 메뉴 사진을 일부 참고해 한상차림으로 만들었다. 국빈 행사 경험이 풍부한 여경옥(상무) 총괄셰프가 지휘했다. 여 셰프는 “사진 자료가 없는 메뉴는 이번 행사의 격에 맞춰 최대한 비슷하게 구현했다”고 말했다.

 이날 만찬을 한마디로 말하면 ‘은근한 고급’이다. 신계숙 교수는 “메뉴 자체로만 보면 일반인도 한번쯤 먹어봄 직한 구성”이라고 말했다. 통상적인 국빈 만찬, 중국식으로 말하면 궈옌(國宴·국연)과는 거리가 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하는 자리가 국가 정상 간 만찬인 궈옌으로 비치지 않길 바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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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신 튀지 않게 고급 식재료를 배치했다. 여 셰프는 “고급 어종 동성반(다금바리의 일종)이나 바닷가재 등으로 격을 갖추면서도 대표적인 서민음식인 단단몐(擔擔麵)을 넣어 위화감을 덜었다”고 말했다.

 관통하는 키워드는 ‘화합’이다. “전 중국을 아우르는 대표성을 메뉴 안배로 구현한 것으로 보인다”(신 교수)는 분석이다. 후난(湖南)식 풋마늘 바닷가재, 항저우(杭州)식 동파육, 쓰촨(四川)식 국수인 단단몐 등 다양한 지역색을 강조한 요리가 나왔다. 그러면서 마무리는 동글동글한 탕위안(湯圓)으로 했다. 만사형통을 바라는 뜻에서 중국인들이 명절에 즐기는 음식이다.

 만찬의 시작인 냉채 두 가지 중 눈에 띄는 것은 금박 입힌 돼지껍질 볶음이다. 광둥(廣東)지방에서 즐겨먹는 카오루주(애저구이)의 일종이다. 태어난 지 100일 정도 된 돼지를 잡아 내장을 발라낸 뒤 구워서 껍질만 먹는다. 바삭한 껍질 위주인 베이징덕(북경오리)과 비슷하다.

 한국에선 새끼돼지의 도축·유통이 보편화돼 있지 않다. 전북 진안의 애저찜 정도가 특산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요리엔 남미에서 수입된 새끼돼지 껍질이 사용됐다. 여 셰프는 “중국에선 재료 껍질에 꿀 등을 발라 하루 정도 말린 후 바비큐(사오카오) 셰프가 구이를 전담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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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아래가 후난식 바닷가재. 가운데 왼쪽부터 쓰촨식 단단몐, 항저우식 동파육, 탕위안. 맨 위는 냉채 두 가지와 대나무잎에 싼 동성반, 아스파라거스볶음, 과일. [임현동 기자]


 더운 음식인 러차이(熱菜) 중 먼저 나온 것은 후난식 풋마늘 바닷가재다. 한족 8대 요리 중 하나인 후난 음식(후난차이)은 훈증(熏蒸·훈제찜)과 건초(乾炒·소스 없이 볶음)를 주로 하며 음식 맛이 시면서 맵다(『중국음식문화사』 왕런샹 지음, 민음사, 507쪽). 후난은 마오쩌둥의 고향이기도 하다. 남방 해안 식재료를 굳이 후난 스타일로 조리한 것도 역사의 화합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나무 잎에 싼 찹쌀밥은 중국어 이름(竹葉東星斑XO<7CEF>米飯)에서 XO란 단어가 눈에 띈다. 중식 양념장 중 최고로 치는 XO장을 말한다. 홍콩 페닌슐라호텔에서 유래해 아시아 화교권으로 퍼졌다고 전해진다. 요리사마다 XO장 제조 비법이 있다고 하는데 도림에선 말린 관자와 말린 새우를 고추 등과 볶아 향을 낸다. 국제적으로는 홍콩의 소스 회사인 ‘이금기XO소스’가 유명하다.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메뉴는 동파육일 것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동파육은 북송 때 시인 소동파(1037~1101)가 즐겼던 음식이다. 여러 설이 있지만 소동파가 항저우(杭州)의 지주로 있을 때 삼겹살조림인 훙사오러우(紅燒肉)를 자신의 취향대로 만들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항저우식은 삼겹살을 두툼한 사각덩어리로 낸다. 최근 한국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중식당 ‘목란’의 동파육과 다른 생김새다. 이연복 오너셰프는 “처음 항저우식 동파육을 냈을 때 손님들이 두툼한 비계에 거부감을 보여 통째로 씹기 좋은 두께로 바꿨더니 반응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목란’의 동파육은 항저우식에 비해 달짝지근한 편이라고 했다. 말린 쥐똥고추를 약간 넣어 개운함을 더한 것도 차별점이다.

 디저트로 주목받은 탕위안은 수프의 부재료에 눈길이 간다. 찹쌀가루 등을 새알 모양으로 빚고 소를 넣어 만드는 탕위안은 떡국처럼 끓여 먹는다. 이번 만찬에선 코코넛유를 푼 물에 쉐하(雪蛤)를 곁들였다. 쉐하는 두꺼비가 월동하기 위해 체내에 저장한 영양분이다. 주로 백두산(중국명 장백산) 쪽에 많이 사는 두꺼비인 하마를 말려 얻는다. 묽은 우뭇가사리 같은 질감으로 특별한 맛은 없다. 중식당 ‘진진’의 왕육성(전 중식조리협회장) 대표는 “쉐하는 지방이 거의 없는 고단백 식품으로 노화 방지, 피부미용 등에 좋다”고 했다. 평범한 탕위안에 쉐하를 넣어 고급음식으로 탈바꿈시켰다.

 만찬을 통틀어 가장 화제가 된 것은 두 지도자가 준비한 술이다. 중국의 국빈주로 불리는 마오타이(茅台)와 대만을 대표하는 진먼(金門)고량주가 한 식탁에서 어우러졌다. 이 중 마 총통이 준비한 진먼주 2병은 진귀한 1990년산이다. 2000년대 이후 진먼 고량주 생산이 민영화되면서 국내에도 많이 유통되지만 이날 만찬에 나온 검은색 포장의 진먼주(정식 명칭 진먼천녠가오량주·金門陳年高粱酒)는 98년 생산이 중단됐다. 지금은 경매로만 유통되는데 병당 최소 20만 대만달러(한화 약 71만원)를 호가한다. 회의에 배석한 가오화주(高華柱) 국가안전위원회 비서장이 90년 진먼다오(金門島) 현지 부대장으로 있을 당시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 총통은 평소 즐기는 마쭈라오주(馬祖老酒·황주의 일종) 8통도 준비해 시 주석 측에 귀국 선물로 건넸다. 마쭈라오주의 산지인 마쭈다오(馬祖島)도 진먼주 생산지인 진먼다오와 마찬가지로 한때 양안 갈등의 최격전지였다. 대만 관할권에 속하면서도 중국 대륙에 바짝 붙어 있는 지리적 특수성 때문이다. 대결의 상징이었던 두 섬에서 나는 특산주가 나란히 중국 측에 건네지면서 양안식 ‘만한전석(滿漢全席·청나라 때 만주족과 한족이 함께 했던 대연회)’은 막을 내렸다.

글=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S BOX] DJ·김정일 평양 만찬 때 메추리 완자탕 ‘륙륙날개탕’ 화제

‘11·7 시마(시진핑·마잉주) 회동’에 비견될 수 있는 남북 지도자 간 만남은 2000년 6월 13~15일 평양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이다. 2박3일간 양 정상은 세 차례 식사를 함께했다.

 당시 첫날 환영만찬에선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기념하기 위해 직접 이름을 지었다는 메추리 완자탕인 ‘륙륙날개탕’이 단연 화제였다. 이 밖에 칠면조 향구이, 생선수정묵, 쏘가리깨튀기, 청포종합냉채 등 15가지가 식탁에 올랐다.

  14일엔 북측 귀빈 접대소인 ‘목란관’에서 김 대통령이 주최한 만찬이 열렸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남측이 건배주로 내놓은 문배술. 고려시대부터 이어져 온 평양의 증류주로 한국전쟁 이후 김포의 문배술양조원(대표 이기춘 중요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이 전통을 잇고 있다. 남한에서 계승된 북한의 명주라는 점에서 화합의 상징으로 해석됐다. 당시 김 위원장은 “이게 남쪽에서 제일 유명한 술이라면서요”라고 물은 뒤 “문배술은 주암산(평양) 물로 만들어야 진짜”라고 덧붙였다. 이기춘 가문이 월남하기 전 평양 에서 문배술을 생산했을 때 주암산 물을 썼다.

 2007년 제2차 남북 정상회담 때는 북측이 귀국하는 남측에 함경북도 칠보산에서 채취한 송이버섯 4t(시가 약 8억원)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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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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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