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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동티모르 전 대통령 “북한 고립시키지 말고 적극 관여 계속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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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웨스틴조선호텔 내 숙소에서 인터뷰 중인 라모스 오르타 전 동티모르 대통령 [사진=오종택 기자]


호세 라모스 오르타(66) 전 동티모르 대통령은 티모르 원주민 어머니와 포르투갈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젊은 시절 기자를 했고 포르투갈 식민지배를 종식시키기 위해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26살 나이에 동티모르의 초대 외교장관에 올랐지만 9일만에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정부의 침공으로 망명길에 올랐다.

24년간 호주 등지에서 망명생활을 하며 식민지하 동티모르의 인권 참상을 고발했고, 동티모르 평화체제 수립에 기여한 공로로 1996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2002년 동티모르가 민주공화국을 수립한 후 외교장관과 국무총리를 거쳐 동티모르의 2대 대통령(2007년~2012년)이됐다.

한때 코피 아난 전 유엔(UN) 사무총장의 뒤를 이을 유엔 사무총장의 유력 주자로 꼽혔지만 “조국이 나를 필요로 하는데 사무총장을 어떻게 맡겠냐”며 조국에 헌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대통령 재임중이던 2008년에는 반군의 총에 복부를 맞기도 했다. 고(故) 김대중 대통령과 가까웠던 그는 김 전 대통령을 노벨상위원회에 추천한 인사이기도 하다. 10일 서울인권회의 기조연설차 한국을 찾은 라모스 오르타 전 대통령과 만났다.

다음은 일문 일답

-인권 회의차 한국을 찾았다. 한국의 인권인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인들은 인권과 관련해서 중요한 3가지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침략을 받았던 경험이 있고 독재하에 놓였던 경험이 있고 또 다른 하나는 분단의 경험이다. 서로 다른 경험이면서도 동시에 유사점도 있다. 신체적 고문이 있었고 표현의 자유도 없었다. 지금 인권이라고 하면 인간으로서 고문 등을 받지 않을 신체적인 권리 외에 표현의 자유와 공정하고 자유로은 선거, 독립적인 언론의 자유, 정당한 사법시스템 등을 갖춘 것을 의미한다. 한국인들은 이전의 끔찍한 과거에서 이런 인권의 중요성을 배웠고 너무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UN을 포함해 언론은 꾸준히 북한의 인권문제를 거론해 왔다. 지난해 나온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는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북한 인권 고발 보고서다. UN도 매년 UN 총회와 인권위원회에서 북한 문제를 다뤄왔다. 사실 북한이 전체주의체제 하에서 폐쇄적이기 때문에 외부의 사람들이 북한의 상황을 명확히 알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활동가들은 북한의 협박을 받기도 한다.

-북한의 인권 문제보다 ‘악의 축’으로서의 북한, 핵문제를 안고 있는 북한이 주목받는다
=북한과 관련한 여러 문제가 있다. 인권문제가 대표적이지만, 안보 문제도 중요한 문제다. 북한은 예측이 어렵기에 핵문제가 위험할 수 밖에 없다. 북한만 핵무기를 보유한게 아니라 인도나 파키스탄 같은 국가들도 핵을 보유했지만 그들이 핵무기를 남용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파키스탄은 사실 엄청 불안정한데도 말이다. 북한 레짐의 불투명성과 예측불가능성이 핵문제 같은 안보 이슈를 더 커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들이 민주화의 길을 걷고 있지만 북한은 독재가 지속되고 있다. 북한이 변한다면 어떤 요소가 중요할까?
=북한이라는 어두운 터널도 결국 끝이 있다. 터널 끝에는 빛이 있다. 역사에서 배웠듯 식민지배도 결국 끝이 났고, 히틀러 같은 독재 정치도 붕괴됐다. 북한 주민들이 변화를 위해 움직일 것이다. 리비아ㆍ이집트 등 ‘중동의 봄’에서 목격했듯 북한의 변화도 내부에서 시작될 것이다. 군사력에 기반한 공포정치와 정보접근박탈 같은 조건은 전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악조건이기는 하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이 북한을 바꿀 것이라 확신한다.

-노벨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지 여사가 미얀마 선거서 대승을 거뒀다.
=수지 여사와는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고 깊은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미얀마의 민주화 움직임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지금 선거 승리를 너무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안정적이고 실질적인 민주화를 위해서는 많은 난관을 넘어야 한다. 군부 지배를 합법적인 체제로 바꿔야 하고 사법, 금융 등 사회전반에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무슬림을 포함한 미얀마 내 소수 인종 문제도 극복해야 할 사안이다. 미얀마 소수 인종은 자구책으로 무장을 하고 있다. 최근 정부와 정전협정을 맺긴 했지만 여전히 불안정하다. 매년 수천명의 난민이 태국같은 주변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미얀마 소수민족 로힝야족의 인권문제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
=로힝야족는 미얀마에서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UN은 미얀마의 소수민족 차별과 배제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대량학살(Genocide)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다. 성공적인 자유선거를 축하하지만, 미얀마가 로힝야족 같은 소수민족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점은 우려스럽다. 심지어 수지 여사도 이들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미얀마가 불교도 중심의 국가이다 보니 무슬림 로힝야 같은 소수민족이 배제되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로힝야족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계속해서 미얀마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 초청으로 9월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했다. 서방에서는 열병식에 대해 우려가 있었다.
=사실 프랑스 외무장관, 폴란드 대통령 등 서구권 국가에서도 열병식에 참석했다. 중국, 한국, 동티모르, 필리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미얀마 등 대부분 아시아 국가들은 2차대전 당시 일본의 침략을 받았다. 올해는 전세계 모두 2차대전 종전을 기념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단지 기념 방식에서 군사 열병식을 개최했다는 점이 논란이 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중국, 한국, 일본이 전후 70년이 흐른 시점에서 이제는 협력할 때라고 생각한다. 아시아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전략적 미래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침략과 피침략이라는 역사적 인식 차이로 아직까지 제대로된 협력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본이 진정으로 사과를 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과 중국도 과거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협력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중·일은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들이고 한ㆍ중ㆍ일 관계가 좋아야 아시아의 번영이 가능하다.

-최근 남중국해 문제 등으로 중국의 부상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중국이 지역 평화에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중국을 위협적으로 느끼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중국은 역사상 다른 국가를 무력으로 침공한 적이 거의 없다. 미국, 영국, 프랑스가 중국을 침공했었지. 한번 예외로 볼 수 있는 건 한국 전쟁때 참전인데 그때도 북한을 지원하기 위해서 군을 파견했다. 중국은 영토확장에 대한 야망이 없고 무력을 사용할 생각이 없다고 생각한다. 중국이 지난 30년간 번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시아의 안정 덕분이다. 주변국과 마찰은 중국의 성장에 장애물이 된다. 중국 지도자들도 이런 점을 명백하게 알고 있다. 실크로드 프로젝트(일대일로,一帶一路)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도 장기적으로 아시아권에 투자하고 개발을 촉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중국이 아시아의 안정과 번영의 중심에 서겠다는 의지로 봐도 된다. 지금 중국 공포증이 커지는 건 미국 대선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선거가 있는 4년마다 미국은 중국의 공포를 강조했고 중국 때리기(China Bashing)를 시도해왔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고 나면 미국도 다시 중국과의 관계를 회복시켰다.

-일본의 안보법제 변경이 중국을 자극하고 동북아 균형을 흔든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평화 헌법 변경을 추진하고 자위대 파견을 가능토록 안보법제를 바꾼 것에 대한 의심이 있는 걸 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평화를 해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 일본이 평화 헌법과 정책을 바꾸는 건 UN이 추진하는 평화유지정책에 보다 기여하겠다는 의지라고 본다. 일본은 주로 아프리카 지역에 초점을 두고 활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인권 문제로 돌아가 한국인들에게 조언을 해달라.
=한국전쟁 후 반세기가 지났고 불안하지만 한반도에는 평화가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도 북한에서 누군가가 죽어가고 있다. 한국인들에게 하고 싶은 충고는 망설이지 말고 북한을 도우라는 것이다. 북한을 고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관여(engagement)해야 한다. 직접 북한을 돕는 것이 최선이고, 차선책은 중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꾸준히 쌓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은 여전히 북한의 정권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가다. 지금 북한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되, 긴 호흡으로 통일이라는 장기적 과제를 차분히 준비해야 한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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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