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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자립 중시하는 미국서도 부모에 얹혀사는 캥거루족 급증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부모로부터 자립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던 미국 사회가 달라지고 있다. 오히려 대학 졸업 후에도 부모에 얹혀 사는 캥거루족이 일반화하는 양상이다.

퓨리서치센터는 11일(현지시간) 18~34세 미국 여성이 부모 또는 친척과 함께 사는 비율이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014년 이 비율은 36.4%로, 통계가 시작된 1940년(36.2%)보다 높다. 이 수치는 1940년대 중반에 20%대로 떨어져 2000년대까지 50년 이상을 20%대로 유지했다.

사회ㆍ경제적으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대공황과 전쟁이 끝난 뒤 경제가 힘차게 굴러갔고, 여성들의 고용시장 진입이 늘었다. 일자리를 얻은 여성들은 독립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급변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가 변곡점으로 작용했다.

젊은 남성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18~34세 남성이 부모와 동거하는 비율 역시 2000년 이후 가파르게 증가해 42.8%에 달했다. 1940년의 47.5%에는 못 미치지만, 1940년대 중반 이후로 보면 최고치다.

퓨리서치센터는 만혼과 대학 진학 증가를 이유로 꼽았다. 해당 연령대 여성의 결혼 비율은 2013년엔 30%로 1940년(62%)의 절반도 안됐다. 같은 기간 초혼 연령은 21.5세에서 27세로 높아졌다. 1960년에는 젊은 여성의 5%만이 대학에 다녔지만, 2014년엔 27%로 5배를 넘었다.
경제적 어려움도 중요한 요소다. 금융위기 이후 고용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주요 도시에선 집세가 치솟았다. 대학을 나온 청춘 남녀는 수만 달러의 학자금 대출을 지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 요인은 설명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퓨리서치센터의 리차드 프라이 박사는 “지난 5년간 청년층 고용 여건이 개선되고 있는데도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층 비율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 경제 상황과 다소 분리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어쩌면 미국사회가 본질적으로 변하고 있는 건지 모른다. 자립이나 독립을 중시하던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게 돼가고 있다. 그 자리를 부모의 과잉 보호가 메워가는 추세다. 카를로타 모하메드(24)는 뉴욕타임스에 “부모님 집에서 집세를 내지 않고 요리와 청소를 돕고 있다”며 “엄마는 내가 돌아올 때까지 깨어있다”고 말했다. 라첼 프랜치-페레이라(21)는 “머리속으로는 내가 어른 같지만 원하는 직업이 무엇인지, 어떻게 아파트를 구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프라이 박사는 “뒷받침할 연구는 갖고 있지 않지만,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을 사회적으로 점점 더 용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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