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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현대상선 7000억 조달안 마련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의 경영난 해소를 위해 연말까지 주식담보대출과 영구채 발행 등을 합쳐 7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해외영업에 부족한 현금을 수혈하는 한편 만기가 다가오는 금융권 차입금을 갚아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치다. 현대상선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11일 현대그룹이 이런 내용의 유동성 확보 방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금융당국과 협의를 통해 현대그룹이 계획대로 자금을 조달한다는 전제 아래 이 방안을 잠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에 따르면 일단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대아산 지분 34% 등을 매각해 612억원을 마련한다.

또 현대상선이 보유한 주요 계열사 지분(▶현대증권 18.3% ▶현대종합연수원 68% ▶현대아산 잔여 지분 34% ▶현대엘앤알 49%)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2500억원을 대출받기로 했다. 현대증권 매각이 무산되지 않았을 때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현금 2500억원을 주식담보대출로 메우겠다는 얘기다. “시가·장부가를 기준으로 주식 담보가치가 3000억원 수준이기 때문에 대출에 별 문제가 없다”는 게 현대그룹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현대엘리베이터에서 1392억원의 현금을 빌리기로 했다. 최근 현대상선에서 분사한 ‘알짜 자회사’인 현대벌크라인(벌크전용선 부문)을 통해 307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대그룹은 이렇게 마련한 자금으로 우선 만기가 돌아온 단기차입금 2120억원을 갚기로 했다. 또 산업은행 대출금 2000억원도 상환한다. 현대그룹은 “자산매각 결정은 본격적인 현대상선 구조조정을 뜻하는 게 아니라 현대상선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여유 자산을 팔아 숨통을 틔우고, 여기에 추가 차입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산업은행은 이번 유동성 확보 방안과는 별도로 그룹 구조조정 차원의 근본 자구책을 최대한 빨리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연말까지 당장 급한 불을 끈다고 해도 장기 불황에 빠진 해운업 경기를 고려할 때 단기간에 실적을 회복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을 다른 해운사와 합병하거나 제3자에 매각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이미 한 번 매각에 실패한 현대증권을 재매각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이수기·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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