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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임금피크 땐 다른 일 줘라 지침에 “뒷방 몰아넣나”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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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양로원을 만들자는 거냐.”

 요즘 공공기관에선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게 된 근로자 사이에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올해까지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 도입을 독려하면서 적용 근로자에게 새 직무를 주고 직군도 별도로 관리하라는 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이 되면 기존에 해오던 보직을 내려놓도록 한 뒤 새 조직이나 업무로 재배치하라는 얘기다. 그러자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들은 “임금 깎는 것도 모자라 아예 뒷방 늙은이 취급을 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공공기관도 기재부 지침을 어떻게 이행해야 할지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동안 해 오던 업무가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새로운 직무를 개발하는 게 쉽지 않아서다. 설령 새 직무를 개발한다고 해도 업무의 중요도가 확 떨어질 수 있다. 핵심 인력이 하루아침에 비핵심 업무에 배치되면 생산성도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각 공공기관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놓고도 인력 처리 방향을 짜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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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로복지공단은 58~59세까지 임금조정률을 75%로 맞춰 2년간 임금피크제를 적용키로 했다. 그러나 아직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에게 어떤 업무를 부여하고,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58세 때는 보직을 내려놓게 하고, 59세에는 퇴직 뒤 재취업과 같은 진로를 준비할 수 있게 휴가를 보장하는(공로연수)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로연수는 현재 1·2급에게 6개월간 부여하고 있는데, 이를 전 직급으로 확대하거나 기간을 늘리는 대책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3년간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임금피크 첫해에는 보직을 유지하게 하고, 2년 차 때는 현장학습교수로 돌리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마지막 해에는 공로연수나 유급휴직을 보장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새로운 직무가 뭐가 있겠나. 업무계획을 짜고 지휘하던 사람에게 갑자기 현장을 뛰라고 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가”라며 “하라고 하니 하는데 직장어린이집처럼 사내 양로원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정부 산하기관에 근무 중인 한 간부(1급)는 “임금피크제는 인건비 부담을 줄여 신규 채용을 늘리려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를 유휴인력으로 취급해 뒷방에 몰아넣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조준모(성균관대·경제학) 고용노사관계학회장은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를 별도 직군으로 전환하면 업무량과 책임도 크게 감소하게 돼 생산성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며 “인건비 부담을 낮추되 오래 일할 수 있게 하자는 임금피크제의 취지를 퇴색시킨다”고 했다. 그는 “이는 반퇴시대에 고령자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사내 인력 구조조정을 강요하는 격”이라며 “차라리 명예퇴직을 활용하는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이런 방식은 불법 논란에 휩싸일 여지도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인사이동은 사용자의 권한에 속한다. 그러나 연공서열을 기준으로 직무 전환을 하는 것에 대해선 근로기준법(23조)에 따라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대법원 1994, 2009년). 업무상 필요에 의한 것도 아니라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대학장은 “인력 운용은 기관별 특성에 따라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며 “별도 직군을 하더라도 한시적으로 하고 승진 연한 조정, 명예퇴직 활용, 임금체계 개편과 같은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은 올해까지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야 한다. 그래야 내년에 임금이 3% 오른다. 임금피크제를 거부하면 1.5% 인상에 그친다. 성과급을 받을 때도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313개 공공기관 중 91.7%가 임금피크제를 서둘러 도입한 건 이 때문이다. 정부가 이처럼 강하게 임금피크제 드라이브를 거는 이유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정년 60세에 맞춰 공공부문이 임금체계 개편을 선도한다는 취지에서다.

김기찬 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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