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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흙 냄새 맡자 “아리랑” … 후베이성 93세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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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이 지난달 31일 중국 샤오간에 사는 위안부 피해자 박차순 할머니에게 한복을 선물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93세의 박차순 할머니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꿈에도 잊지 못하던 고향 땅 흙 내음을 맡았다. 위안부로 끌려와 갖은 고초를 겪은 뒤 중국에 살고 있는 박 할머니를 위해 대학생 3명이 고향 전주의 흙을 선물한 것이다. 한국 땅을 떠난 지 73년, 우리말마저 잊어버린 할머니의 입에선 ‘아리랑’ 노랫가락이 흘러나왔다. 함께 따라 부르던 사람들 모두 목이 메고 말았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중국지역 회의가 주최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한 ‘광복 70주년 임정 대장정’에 참가한 학생들이 지난달 31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샤오간(孝感)시에 사는 박 할머니를 만났다. 20세 되던 해 중국 후난(湖南)성으로 끌려가 4년간 고초를 겪은 할머니는 1945년 8월 위안소를 도망쳐 나왔다. 하지만 귀국해도 갈 곳이 없단 생각에 샤오간에 정착하고 중국인 남편을 만났다. 이후 한국 땅을 밟지 못했다. 할머니는 2년 전부터 이창호 민주평통 중국지역 부의장이 지어준 새 집에서 거주하고 있다.

 할머니는 학생들이 선물한 분홍 한복을 입고 꽃신을 신었다. 대장정에 참가한 장지훈(25)씨는 할머니의 고향 전주를 찍은 사진들과 전주에서 퍼온 흙을 선물하며 “전주예요. 기억나세요? 이건 고향 땅 흙이에요”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전주’란 말을 듣자 “전라북도”라고 한 글자씩 뱉어냈다.

 할머니는 학생들과 함께 아리랑을 불렀다. 할머니는 한국말을 다 잊었지만 아리랑만은 또렷이 기억했고 가사와 곡조 모두 정확했다.

 같은 시각 나머지 대장정 참가자들은 일본군이 후베이성 우한(武漢)시 지칭리(積慶里)에 설치한 위안소를 견학했다. 한국인 위안부들도 끌려왔던 곳이다. 이들은 위안소 건물 앞에 한국의 흙을 뿌리고 묵념을 했다. 중국에는 박 할머니 외에도 위안부 피해자 하상숙(88)·이수단(94) 할머니가 살고 있다.

샤오간=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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