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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목요일] 유대인식 교육법 ‘하브루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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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5학년 남매 준혁(사진 오른쪽)·주하는 아빠 양동일씨와 하브루타 방식으로 대화하는 시간을 즐긴다. 아빠 양씨는 남매에게 친한 친구이자 자상한 스승이다. [자료: 전성수(한국 하브루타교육협회장) 부천대 유아교육과 교수, 김성룡 기자]


“어떻게 생각하니, 왜 그렇게 생각해?” 8일 오후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양동일(43)씨가 초등학교 1·5학년 남매를 부르더니 하얀 종이를 꺼내 그림을 그렸다. “벤치에 5명이 함께 앉아 있는데. 한 사람이 더 와서 앉았어. 그랬더니 의자가 부서진 거야.” 아들 준혁(7)이가 아빠의 펜을 들더니 부서진 의자 옆에 당황하고 있는 마지막 사람의 모습을 그렸다. “부서진 의자는 누가 물어줘야 할까?” 아빠의 질문에 주하(11·여)가 말을 이었다. “마지막에 온 사람요.” 아빠가 이유를 묻자 주하는 “맨 끝 사람이 앉아서 의자가 부서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던 준혁이 종이 그림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6분의 1씩 나눠야 하지 않을까요. 순서의 문제일 뿐 누가 앉았어도 부서졌을 테니까요.” 준혁의 대답에 주하가 맞장구쳤다. “맞아. 혼자 앉아서 부서지진 않았을 테니까. 그런데 벤치는 뭘로 만들었을까?” 준혁이 “나무로 만들었겠지”라고 하자 주하가 무릎을 치며 말했다. “그럼 의자를 약하게 만든 사람 책임도 있어. 튼튼하게 다시 만들어 달라고 하자.” 주하가 펜을 들어 튼튼한 의자 위에 6명이 웃고 있는 그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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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브루타(havruta)=히브리어로 친구 또는 짝을 의미하는 단어다. 가정에서 『탈무드(사진)』를 함께 읽고 대화하는 것과 초·중·고교와 대학에서의 토론식 학습까지 포괄하는 유대인들의 교수·학습법을 일컫는다. 부모와 자녀, 학생과 교사가 동등한 입장에서 얘기하는 것이 핵심이다.

 양씨는 매일 하루 30분씩 자녀들과 ‘수다’를 떤다. 자녀들과 웃고 떠들며 얘기 나눈 것이 전부지만 지난 3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대화하면서 아이들은 생각의 ‘근육’을 키웠다. 바로 유대인의 자녀교육법 ‘하브루타(havruta)’다. 히브리어로 친구라는 뜻의 하브루타는 자녀 눈높이에서 대화하고 토론하는 공부법을 말한다. 그는 아버지학교 등을 통해 하브루타를 배우고 독학까지 했으며, 최근 자녀들과의 경험담을 엮어 책도 냈다.

 하브루타의 핵심은 부모·교사가 정답을 말하지 않고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도록 북돋는 것이다. 전성수(부천대 교수) 한국하브루타교육협회장은 “왜, 어떻게 등 질문 능력을 길러 주는 것이 유대인 교육의 핵심”이라며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한 유대인이 노벨상의 22%, 아이비리그 입학생의 30%를 배출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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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브루타를 실천하는 양씨의 사례를 보면 자녀와의 대화 속에 많은 지혜가 숨어 있다. 이날 양씨가 자녀들과 나눈 두 번째 주제는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제기했던 ‘기찻길 딜레마’였다. ‘선로가 끊어진 기차 안의 4명을 살리기 위해 철도원 1명이 일하고 있는 다른 선로로 방향을 트는 것이 옳으냐’는 질문이었다. 두 남매는 ‘승객 4명을 살리자’와 ‘철도원을 죽게 해선 안 된다’로 입장이 갈려 열띤 토론을 벌였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정답보다 소중한 철학적 가치를 터득했다. 주하는 “다수의 행복에 손을 들어 주려면 소수의 권리를 희생시키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양씨는 “벤담의 공리주의나 롤스의 정의론을 달달 외우지 않고도 스스로 그 원리를 깨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하브루타의 결론에는 정답이 없고 모든 게 열려 있다. 전 교수는 “한국 부모들은 정답이 없으면 왠지 불안을 느낀다. 하지만 아이 스스로 궁리할 수 있는 ‘생각의 물음표’가 많아야 사고력과 창의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양씨처럼 따로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도 쉽게 하브루타를 실천해볼 수는 없을까. 전 교수는 “단지 대화법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일상 속에서 하브루타 교육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조금만 여유를 갖고 ‘어떻게’와 ‘왜’라는 단어만 잘 사용해도 아이들의 창의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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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를 들어 아파트 복도에 놓인 자전거를 치워야 할 때 직접 ‘치우라’고 하는 대신 자전거 방치로 인해 벌어질 상황을 예측하게 하고 스스로 ‘치우겠다’는 말이 나오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또 동생처럼 자기보다 어린 사람에게 스스로 깨달은 지혜를 알려주도록 한다. 전 교수는 “학습효과 피라미드 모형에 따르면 하브루타처럼 스스로 생각하고 타인에게 가르치는 것이 주입식으로 전달받은 내용보다 학습효과가 18배 높다”고 말했다.

 하브루타의 효과는 실제 교실에서도 증명된다. 2014년 부산교대 석사논문(장영숙)에 따르면 3개월 동안 하브루타 방식으로 과학수업을 진행했더니 일반수업보다 탐구능력 향상도가 월등했다. 부산의 한 초등학교 교실 두 반을 비교했는데 하브루타 수업의 경우 과학탐구능력이 77.1점에서 103.1점(만점 120점)으로 높아진 반면 일반수업(79.2→76.9점)은 효과가 없었다.

 전 교수는 조선의 문화를 꽃피웠던 세종의 리더십과 하브루타를 비교했다. 어전회의는 늘 세종의 두 가지 질문으로 시작됐다는 것이다. ‘경들은 어찌 생각하시오’와 ‘왜 그리 생각하시오’였다. 전 교수는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고 스스로 답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이 좋은 부모이자 훌륭한 리더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글=윤석만·백민경 기자 sam@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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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