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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중앙장편문학상 당선자] 수상 통보 받고 엄청 울었다, 청춘들 깊은 울분 안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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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태원을 배경으로 한 세태소설 ‘담배를 들고 있는 루스 3’으로 제7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지씨. “사랑과 날씨와 인생은 비슷하다는 생각을 담았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운명이나 팔자 같은 게 있다면 ‘초짜’ 소설가 이지(40)씨에게 올해는 특별한 해다. 그는 최근 끝난 제7회 중앙장편문학상 본심에서 200대 1이 넘는 경쟁을 뚫고 수상자로 선정됐다. 서울 이태원을 배경으로 20대 청년 세대의 일상을 시종 경쾌하면서도 애잔하게 그린 장편 ‘담배를 들고 있는 루스 3’으로다.

 숙명여대 국문과 94학번인 그는 4년 전까지만 해도 ‘보그병신체’에 넌덜머리를 내고 있었다. 업계 전문용어와 외국어를 빼고 나면 사실상 문장이 해체 수준이라는 그 문체로 여성지 패션기사를 써댔다. 대학 졸업 후 주로 해온 일이다. 대형 교통 사고를 계기로 죽기 전에 진심을 다해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고 결심한 끝에 선택한 게 소설 쓰기다. 결과적으로 대성공. 올 초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소설가 꼬리표를 단 데 이어 이번에 굵직한 문학상까지 거머쥐었다. 그러니 적어도 올해, 운명은 그의 편이다.

 이렇게 적고 나니 이씨가 신데렐라처럼 느껴질지 모르겠다. 만나보니 달랐다. 눈물 많고, 작가다운 집념도 느껴지는 글쟁이였다.

 - 올해 운이 트인 것 같다.

 “수상 통보 전화를 끊고 나서 엄청 울었다. 아이한테 진 빚을 비로소 갚은 기분이었다.”

 - 아이가 있나.

 “소설의 주인공 ‘나’ 말이다. 원래 3, 4년 전에 단편으로 썼던 작품을 중편으로 늘려 가지고 있다가 이번 중앙장편 공모 마감 열흘 전에 꺼내 급하게 700쪽을 추가했다.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쓰다 보니 4㎏이 빠지더라. 소설 주인공이 자꾸 괴롭혔다. 자기 얘기를 제대로 써달라고. 어떻게든 그 아이 얘기를 끝내야 잠을 편히 잘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방법을 몰랐다. 공모 마감이 임박해서야 그 아이의 속마음을 알게 됐다.”

 수상작은 참신한 발상이 돋보인다. 이씨의 아이는 ‘날씨연구소’라는, 가상의 요식업소에서 일한다. 밥보다 ‘나’와 ‘순수 언니’ 등 20대 여종업원들에게 추근대는 게 주목적인 40∼50대 중년 남성들이 고객층이다. 그들의 식성은 물론 비위도 맞춰야 하니 일종의 감정노동일 텐데, 정작 소설이 주목하는 건 요즘 청년 세대의 고단한 삶이다. 노골적으로 연애를 요구하는 유부남 영화 감독과 나의 ‘밀당’이라는 큰 줄거리 안에 감독의 영화 제작 과정 등을 끼워 넣어 이야기가 풍성하다.

 - 주인공의 속마음이 어떤 거였나.

 “울분, 깊은 슬픔 같은 거였다.”

 주인공의 그런 감정 상태는 소설 속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를테면 대학 휴학생인 나는 어차피 취직하기 어려운 상황, 스펙 같은 걸 쌓으려조차 하지 않는다. 세상의 남자는 ‘빌린 남자’ ‘훔친 남자’ ‘(돈으로) 산 남자’, 세 종류로 분류된다고 농담하는 대목에서는 또래와의 평범한 사랑이 막힌 청년 세대의 좌절이 느껴진다.

 이씨는 “언어에 대해 관심이 많다. 가능한 한 언어유희도 부려보려 했다”고 밝혔다. 단순한 세태소설은 아니라는 얘기다.

 “소설에 나오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결국 말이잖아요. 재미있는 점은 사람들이 많은 말을 하는데 결국 말만 할 뿐이고, 많은 경우 말을 한 것에 불과한데도, 말에는 묘한 힘이 있어 우리 삶을 규정하고 그 규정력 때문에 다시 말한 사람 자신이 스스로를 규정한다는 거죠. 그런 상황을 다뤄보고 싶었어요.”

 결국 이씨가 쓰고 싶은 소설은 이런 거였다. “한 줄 메시지로 요약되지 않는, 해석의 여지, 레이어(층)가 많은 소설.”

 심사위원들은 여러 장점을 언급했다. “스타일이 새롭고, 캐릭터를 만드는 능력이 놀라울 정도”(소설가 김탁환)라고 했고, “작품 자체의 흡인력과 매력적인 글쓰기가 합격점을 줄만 했다”(평론가 손정수)고 했다.

 이씨는 “ 좋은 꿈을 여러 차례 꿨다”고 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소설가 고(故) 박완서 선생을 만나 괜찮다는 위로를 받은 꿈이 그중 하나다. 나머지 꿈들은 밝히지 않았다. 그 꿈들이 또 다른 결과로 나타난다면? 이씨의 운명은 꿈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상금은 5000만원, 시상식은 내년에 열린다. 중앙장편문학상은 중앙일보와 웅진씽크빅이 2009년 제정했다.

글=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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