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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흙수저’들의 희망을 꺾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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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상
정치국제부문 기자

“7350원. 죽어도 잊혀지지 않는 금액이다. 부산 경남고등학교 입학금인데 내겐 너무 버거운 액수였다. 집이 가난해 또래들보다도 늦게 학교에 들어갔다. 등록금을 벌기 위해 신문 배달부터 가정교사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다.”(정갑윤 국회부의장)

 “중학교 입학할 때쯤 가정형편이 어려워졌다. 이리동중학교에 합격했는데 등록금이 없어 못 갈 상황이었다. 그때 국민학교 담임선생님이 박봉을 털어 등록금을 내주셨다.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나는 학업을 계속할 수 없었을 것이다.”(이석현 국회부의장)

 지난 10일 국회에서 ‘기부천사와 함께하는 나눔 콘서트’ 행사가 열렸다. 최근 기부금이 감소하는 걸 안타까워하고 기부 문화 발전에 국회가 앞장서야 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행사였다. 국회의장과 부의장들이 모두 참석했다. 배고팠던 시절을 추억하는 정치인들의 고백은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요즘 청춘들 사이에 유행하는 ‘수저계급론’으로 따지면 가진 것 없는 ‘흙수저’ 시절의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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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이들의 고백은 “나눔이 없었다면 오늘의 나도 없었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정 부의장은 “그때 동네 유지(有志)와 선생님들이 7350원을 만들어 주지 않았다면 나는 고등학교에 갈 수 없었다. 입학한 뒤에도 1학년 때 짝꿍이 매년 학비를 보태 줬다”며 “그 도움이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다”고 말했다. 이 부의장은 “나이를 먹고 자리를 잡고 나니 내가 은혜를 갚는 일은 젊은 사람들을 위해 장학금을 내는 것이었다”며 “진정한 성공은 나눔을 통해 완성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사회복지 체계도, 기부도 풍부하지 않던 시절 주변의 도움으로 꿈을 실현한 사람들의 ‘기적 체험담’이었다.

 하지만 기적 체험담은 2015년 들어 줄어들 모양이다. 정부가 기부에 대한 세제 지원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꾸는 바람에 소액 정기기부자가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관영 의원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직장인 정기기부자가 지난해 11만 명에서 올해는 6만5000명으로 줄고, 금액도 상당히 감소했다”는 데이터를 공개했다. 세제 개편으로 늘어난 세금은 3000억원이지만 줄어든 기부금은 2조원에 달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 땅의 ‘흙수저’들에게 전해져야 할 작지만 따뜻한 온기가 제도의 냉기에 얼어붙고 있는 셈이다.

 김관영 의원은 가난한 농부의 다섯째 아들로 태어났다. 기부 활성화를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그는 “살아오면서 여러 사람에게 받은 사랑을 갚을 수 있기 바란다”고 했다. 사는 게 점점 각박해지는 세태다. 운명처럼 흙수저로 태어난 사람들도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법과 제도가 가진 힘일 게다.

이지상 정치국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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