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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에 활짝 문 연 서울대 공대의 혁신을 주목한다

서울대 공과대학이 기업체에 캠퍼스 문을 활짝 열고 공동 연구개발(R&D)에 나서기로 한 것은 파격적이고도 신선하다. 대학 울타리 안에만 머물며 산업 현장과 동떨어진 강의를 하고, 논문만 쓸 게 아니라 기업과 함께 호흡하며 신산업을 창출할 ‘히든챔피언’을 발굴해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이건우 공대 학장은 “반도체·조선 등 우리의 주력 산업이 중국의 추격에 쫓기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이 안주하면 절대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판단해 변신에 나섰다”고 밝혔다. 공대 교수와 석·박사 대학원생 등 4000여 명의 인력이 중견·중소기업과 머리를 맞대고 연구개발한 뒤 그 성과를 상용화하면 큰 시너지를 얻을 것이란 판단이 깔려 있다.

 공대 측이 기업에 둥지를 틀도록 한 건물 자체부터 상징성이 크다. 1997년 준공한 지하 2층, 지상 15층짜리 신(新)공학관으로, 서울대에서 가장 큰 데다 전기·기계 등 공대생 절반가량이 공부하는 장소다. 이곳의 상당한 공간을 중견·중소기업 연구소에 내줘 교류·협력이 왕성한 산학클러스터로 변신시켜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고, 산업 현장의 미스매치(수요·공급 불균형) 해소에도 이바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올 7월 “끈질기고 탁월한 연구로 만루홈런을 쳐야 하는데 번트(단기 성과와 논문 수 채우기)로 1루에 진출한 데 만족했다”는 통렬한 반성문(서울대 공대 백서)을 낸 데 이어 제2의 개혁에 나선 것이다.

 서울대 공대의 변신은 대학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우리는 산업화를 시작한 61년 이래 처음으로 제조업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글로벌 시장 재편이라는 쓰나미를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산업 창출의 동력이자 고급 핵심 인력의 공급원인 공대가 폐쇄성을 벗어나 산학협력에 활짝 문을 연 것은 의미가 크다. 대학들은 그동안 양적 연구에만 치중해 급속한 디지털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산업 현장과의 소통도 등한시해 온 게 사실이다. 노동시장 미스매치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24개국 중 8위일 정도로 심각하다(한국은행 2013년 기준). 기업들은 대졸 신입사원이 일을 제대로 하려면 20개월 가까이 가르쳐야 하고, 그 비용도 6000만원 이상 든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앞으로 서울대 공대의 ‘혁신 바이러스’가 전국의 대학으로 확산됐으면 한다. 대학의 개방성은 세계적 추세다. 미국 스탠퍼드대는 산업·의료 융합 연구를 위해 의대·공대·경영대 등 모든 학과에 문을 열고 업체들과 바이오의료를 공동 연구한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6명이나 배출한 일본의 나고야(名古屋)대는 도요타자동차 등 지역 업체들과의 협력으로 실용학문의 꽃을 피우고 있다. 대학이 담장을 허물고 기업과 함께 공존하는 ‘산학·실용 학풍’의 정착은 곧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서울대 공대의 새로운 도전을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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