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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립] Special Knowledge <598> 전기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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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기자

올 들어 세계 자동차 시장을 뒤흔드는 이슈는 ‘디젤 게이트’입니다. 폴크스바겐이 경유(디젤) 차량의 배출 가스량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세상에 처음 알려졌습니다. 연비 효율성을 내세워 친환경 차량으로 자리매김한 디젤의 신화는 무너졌지요. 사람들은 엔진이 아닌 모터로 작동하는 전기자동차를 자동차의 미래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전기자동차는 장점만큼 아직 결점도 많답니다.

테슬라 모델X, 4.8초면 시속 100㎞

지난 9월 미국의 전기자동차 메이커 ‘테슬라’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X’를 출시했다. 테슬라는 순수 전기차(Electric Vehicle·EV) 분야에서 전 세계를 선도하는 혁신적 기업이다. 모델X는 사람들이 기존에 가졌던 전기차에 대한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놓았다. 시동을 켜고 시속 100㎞까지 주파하는 시간인 ‘제로백’이 4.8초, 최고 속도는 시속 250㎞, 최고 성능은 259마력으로 스포츠카 포르셰 못지 않은 성능을 자랑했다. 그런데 모델X의 가격은 13만2000달러(약 1억5580만원)에 달한다. 비슷한 크기의 SUV 차종인 현대 ‘싼타페’가 2765만~3630만원에 판매되는 점을 감안하면 4~5배는 비싸다. 이뿐만 아니라 모델X는 아직 차량을 조립라인에서 만들어내는 양산화에는 도달하지 못해 예약 판매만 받고 있다. 전기차가 가진 한계가 여실히 느껴지는 대목이다.

 국내서도 전기자동차는 정책적으로 육성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도는 2030년까지 도내에서 운행되는 차량 100%를 전기차로 대체키로 하고, 전기차 보급 확대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13년 전기자동차 보급 프로젝트를 시작한 제주도에선 올 9월 기준으로 전기차 1796대가 보급됐다. 특히 일반 차량보다 가격이 두 배 이상 비싼 전기차 구매를 촉진하기 위해 제주도는 보조금도 별도로 지급하고 있을 정도다. 환경부에서 지급하는 1500만원의 구매 보조금에 제주도에서 자체적으로 700만원의 보조금을 추가로 더 얹어줬다. 예를 들어 기아자동차의 ‘쏘울 EV’는 한 대당 가격이 4250만원으로 가솔린 모델(1423만~2233만원)보다 2~3배 가량 비싸지만, 제주도에선 보조금 총 2200만원을 지원받아 2050만원(취·등록세 제외)에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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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뿐만 아니라 지자체 별로 대구 800만원, 서울 500만원, 부산 500만원, 광주 300만원 등 100만~800만원씩 지자체 보조금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특히 서울시는 지난 7월부터 전기차 SM3 ZE 40대를 택시로 사용하고 있고, 씨티카·한카 등 전문 업체들과 도심형 전기차를 대상으로 카 셰어링(차량 공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민이라면 기아 ‘쏘울’ ‘레이’ 등 국산차뿐만 아니라 BMW ‘i3’, 닛산 ‘리프’ 같은 수입차 메이커의 전기차도 빌려 타볼 수 있는 셈이다.

서울시, 전기차 택시에 카 셰어링도

 실제로 전기 자동차를 운전해보면 주행소음이 일반 자동차에 비해 매우 조용하다. 시동 버튼을 누르자 계기판에 불이 들어오기는 했지만 시동이 켜졌는지 알 수 없을 정도다. 사이드 브레이크도 풀고 자동 변속기를 D(드라이브) 버튼에 놓은 채 브레이크를 떼자 전기차는 미끄러지듯 서서히 움직였다. 신호등 앞에서 브레이크를 밟자 속도가 떨어지는 동시에 계기판 왼쪽 아래에 있는 녹색 ‘충전’ 램프가 켜졌다. 감속 시에는 전력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헛바퀴가 돌아가며 생긴 회전력으로 내부에 설치된 소형 발전기가 작동한다. 이때 발전기가 만든 전력을 배터리에 재충전해 동력을 얻는 것이다. 내리막길이나 평지에서 감속한 뒤 자동차가 관성으로 굴러가면 쉴 새 없이 배터리는 재충전된다. 다만 디젤차나 가솔린 차량에서 액셀러레이터(가속페달)를 밟을 때 느껴지는 ‘부웅’하는 엔진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문제는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인프라가 빈약하다는 점에 있다. 서울의 경우 이마트·롯데마트 같은 대형마트나 공영 주차장 같은 장소에 전기차 충전기가 총 50기 있는 데 그친다. 충전은 무료지만 주차비는 전기차 소유주가 따로 낼 수밖에 없다. 여기에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하는 데에만 4시간 가량 걸리고 전체 연료게이지가 다 차더라도 갈 수 있는 거리는 150㎞ 정도다. 배터리 기술이 충분히 발전하지 못한 까닭이다. 가솔린 차량이나 디젤 차량은 주유소에 들러 3~4분 만에 연료를 가득 채울 수 있다는 점과 비교하면 전기차 충전은 상당히 불편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10분 급속 충전을 할 경우 30% 가량 충전이 되지만 급속 충전은 배터리 수명 단축의 지름길이다. 올 들어서야 현대자동차나 BMW 같은 완성차 메이커들이 전기차 충전기 구축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한 상태다. 이 때문에 전기차로 도심을 벗어나 교외를 질주하는 원거리 운전은 사실상 힘들다. 이마저도 에어컨과 히터를 가동하는 여름·겨울에는 주행거리가 좀 더 짧아진다.

 미국의 경우 전원주택 형태로 교외에 사는 인구가 많지만 국내는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 거주자가 많은 점도 전기차 보급에는 걸림돌이다. 아파트 단지에 공급되는 가정용 전기 콘센트를 전기차 충전을 위해 자동차에 꽂아야 하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를 보유한 가정 한 곳 때문에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주민 모두가 내야할 전기 요금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당장 아파트 단지마다 전력대란이 우려될 수밖에 없는 게 한국적 현실이다.

친환경차? 전력 생산 석탄 의존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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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정히 보자면 전기차를 마냥 ‘무공해 차’라고 할 수도 없다. 전기차가 무공해 차라는 수식어를 얻는 이유는 무엇보다 운행 단계에서 이산화탄소가 전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석탄 같은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신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비중을 높이는 미국에서 전기차의 의미는 상당히 다르다. 지난해 기준 국내 전력 생산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석탄(39.1%)과 원자력(30%), 액화천연가스(LNG·21.4%)다. 석탄·LNG를 태워 얻은 전기로 전기차를 운전하는 게 친환경적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국내서 풍력·조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얻는 전기는 5%도 못 된다.

 전기자동차가 갖는 한계성을 글로벌 톱 메이커들 또한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연간 1000만 대 이상 자동차를 만들어내는 세계 1위 업체인 도요타는 EV 대신 내연 엔진과 전기 모터를 동시에 장착한 하이브리드 자동차(HEV·Hybrid Electric Vehicle)에 집중하고 있다. ‘프리우스’라는 HEV 전용 차종까지 양산해 국내서도 판매하고 있다. HEV는 저속 주행에는 전기 모터로만 작동하지만 차량 속도를 높이면 엔진을 가동시킨다. 순수전기차에 장착한 리튬이온 배터리의 성능을 보완할 뿐더러 일반 자동차보다도 연료 효율이 배 이상 높다. 프리우스를 비롯한 하이브리드 차량은 연비 효율이 L당 20㎞을 쉽게 넘어선다. 물론 연료 게이지가 떨어지면 주유도 해야 하고 차량 매연도 배출될 수밖에 없다.

도요타가 만든 순수전기차로는 ‘아이로드’(iRoad)가 있는데 차량 설계 때부터 일반 자동차를 대체하는 개념이 아닌 지하철·버스와 같은 대중 교통수단과의 연결성을 높이는 운송수단 용도로 개발됐다. 즉 ‘갖고 싶은 차’가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자전거처럼 빌릴 수 있는 차’를 지향한 셈이다. 도요타와 현대자동차의 경우, 전기자동차보다 수소연료자동차(FCEV·Fuel Cell Electric Vehicle)를 미래형 자동차로 판단하고 있다. FCEV는 연료 완충 시간도 3분 이내일 뿐더러 전기차가 가진 주행거리의 단점 등을 극복할 수 있어 궁극적인 친환경차로도 꼽히고 있다.

현대차 “수소연료차가 그린카 미래”

 다만 전기자동차 개발을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1980~1990년대 일본 업체들에 완성차 산업의 주도권을 내준 미국이 전기차를 기반으로 아성을 회복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테슬라뿐만 아니라 애플도 ‘타이탄’이라는 전기자동차 프로젝트를 가동 중에 있다. 중국의 경우 정부에서 오는 2020년까지 전기차 시장을 500만 대 규모로 키워 미국을 추월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를 위해 자국 전기차 제조 업체들을 대상으로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다행스럽게 한국도 2차 전지 분야에서 세계 유수의 업체들을 보유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가 한 번의 충전으로 300㎞를 넘게 달리면 사람들의 전기차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으로 달라질 것”이라면서도 “카를 벤츠가 자동차를 발명한 이후 지난 130여 년간 디젤차는 가솔린차와 더불어 인류에 이동 수단을 제공해왔기 때문에 전기차와 기술적 타협점을 찾으면서 생명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인간은 항상 보다 친환경적인 기술을 탐구해왔다. 디젤이 주목받게 된 계기도 1990년대 가솔린 차량이 내뿜는 이산화탄소(CO₂)가 지구 온난화의 주원인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환경론자들은 전기차, 다른 한쪽에선 전통의 엔진을 기반으로 한 내연기관 차량만을 최선의 답안으로 꼽고 있다. 지금 중요한 건 냉철한 자세로 전기차와 엔진 차량의 장단점을 파악해 최선의 답안을 도출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디젤이 배출하는 질소산화물(NOx)이 스모그를 비롯한 도심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꼽히는 이때, 인류는 분명 새로운 ‘게임 체인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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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