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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도 박스피 … 유럽 투자 그나마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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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는 내년에도 박스권을 벗어나기 힘들다.”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에 코스피지수가 2000선 아래로 급락한 10일과 11일 이틀간 6개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요약한 결과다. 전망치엔 차이가 있었지만 상승장을 점치는 센터장은 없었다. ‘닥터 둠’(비관론자)을 찾기 어려운 곳이 증권가다. 투자자가 늘어야 돈을 버는 업계 특성상 단기적으론 비관적일지언정 중장기적으론 낙관론이 대세다. 한데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

 ‘박스피’(박스권 코스피) 전망이 우세한 건 미국 때문이다. 미국이 기침하면 신흥국은 몸살을 앓는다. 양적완화 정책으로 신흥국에 흘러들었던 달러가 환류하면서 신흥국 통화와 시장이 급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른바 테이퍼 탠트럼(taper tantrum·긴축발작)이다. 수출 중심 경제구조를 가진 데다 신흥국 중 시장 개방성과 투명성이 높아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큰 한국 역시 자유롭기 어렵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말까지 2013년 ‘버냉키 쇼크’ 같은 긴축발작이 나타날 것”이라며 “중국의 부진으로 기업 실적이 나아지기 힘든 상황에서 미국의 긴축까지 겹쳐 내년에도 박스권 탈피가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2004년 이후 처음이다. 안병국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0년 전엔 브릭스(브라질·러시아·중국·인도)가 약진하며 전 세계 경제가 성장했지만 지금은 저성장 기조가 완연하다”며 “신흥국이 받을 충격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4년 전 세계 경제성장률은 5.2%였지만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3.1%에 불과하다. 신흥국 사정은 더 안 좋다. 2004년 신흥국 경제성장률은 7.5%에 달했지만 올해 전망치는 중국을 제외하면 3.1%이다.

 물가는 오르는데 불황은 심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전망까지 나왔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는 국제유가가 전년 대비 48% 하락하면서 물가상승률을 낮췄지만 이 때문에 내년엔 기준값이 낮아져 물가가 급등할 수 있다”며 “이 같은 ‘가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시장의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관론이 우세했지만 낙관론도 있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배당을 확대하고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는 데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있는 만큼 내년 2분기 이후엔 시장이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 이익은 올해와 비슷하겠지만 이 같은 변화로 외국인 투자가 늘면서 올해 고점인 2150선은 넘어설 거란 얘기다.

 내년 투자 유망 지역으론 선진국을 꼽았다. 신흥국은 긴축발작으로 변동성이 크겠지만 양적완화 정책을 펴는 유럽이나 일본은 상승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신동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강(强)달러로 인한 상대적 엔화 약세와 정책 효과가 기대된다”고 했지만 양기인 센터장은 “엔화는 달러화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만큼 엔저효과가 사라지면서 올해만큼 상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흥국 내에선 차별화가 일어날 것으로 봤다. 이상화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투자 비중이 낮은 데다 정부 정책 효과가 뒤늦게 나타나면서 중국은 상대적으로 금리 인상 충격을 덜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관론이 우세했던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전략으론 “현금 비중 확대”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센터장은 현금 비중을 늘리는 걸 추천하진 않았다. 저금리로 현금 수익률이 낮은 데다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원화가치는 하락하기 때문이다. 신동석 센터장은 “현금 보유보단 금리에 비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배당주나 강세가 전망되는 달러화 투자를 권한다”고 말했다.

정선언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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