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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나는 대학 총학생회장, 하지만 불법 도박사이트에 연루돼…"

“나는 경북의 한 대학 총학생회장이다.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수천만원짜리 RV차를 타고 다니며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한다. 지난 여름에는 여자친구를 비롯해 지역 선후배 20여 명과 포항으로 호화 휴가도 다녀 왔다. 해수욕장에서 제트스키, 사륜오토바이, 심지어 요트까지 탔다.

내가 이렇게 대학생에 걸맞지 않은 호화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이유는 짭짤한 고액 알바(?) 때문이다. 학생회 조직을 이용해 학생들 명의의 은행통장과 현금카드를 만들어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에게 갖다 주기만 하면 된다. 돈이 궁한 친구·후배들에게는 통장 한 개당 100만~200만원씩 대가를 지불한다. 이렇게 해서 26명의 이름으로 된 100여 개의 통장과 카드를 넘겨줬다. 격한 운동을 하는 아이들이 모인 학과와 학생회 특성상 “통장 만드는 것을 좀 도와줘라. 쓸 데가 있다”고 하면 대부분 의리로 통장을 만들어줬다.

지난해 초 평소 알고 지내던 선배가 내게 ‘대포통장 수집책’을 제의해 왔다. 당시 나는 총학생회 간부였는데 생활비와 총학생회장 선거 출마 등을 위해 돈이 필요했기에 승낙했다. 결국 올 초 총학생회장에 당선됐다.

하지만 지난 여름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에 관여한 죄로 구속돼 철장 신세를 지고 있다. 통장을 넘긴 선후배 10여 명도 불구속 입건됐다. 총장 추천으로 대기업 입사도 확정된 상태였는데…. 범죄에 연루돼 이젠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이처럼 대학 총학생회장 등을 포섭한 뒤 대학생들 명의의 대포통장을 활용해 1000억원대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중국에 개발실과 콜센터를, 미국과 한국에 서버를 둔 기업형으로 조직원만 63명에 수익이 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11일 도박개장 등 혐의로 김모(39)씨와 경북의 한 대학 총학생회장 곽모(24)씨 등 5명을 구속하고 인출책 김모(33)씨 등 5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또 해당 사이트에서 상습적으로 고액 도박을 한 오모(48)씨 등 39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외국에 체류하고 있는 해외 총책 임모(39)씨 등 14명을 인터폴에 적색수배했다.

이들은 2013년 5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중국 산둥성에 사무실을 차린 뒤 미국과 국내에 서버를 두고 판돈 1000억원대 도박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게임 판돈에서 4∼15%가량을 수수료로 챙겨 얻은 부당이득은 모두 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대학 총학생회장 곽씨도 대포통장을 모집해주는 대가로 1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함께 구속된 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곽씨가 받은 돈이 1억원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게임 방식을 설명하는 콜센터, 서버를 유지 보수하는 호스팅팀, 범죄 수익금을 관리하는 인출책과 대포통장 모집책 등을 두는 등 체계적으로 조직을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익금은 환치기 수법을 통해 또 다른 조직원이 있는 중국으로 송금했다. 송금한 금액도 200여억원이나 된다.

이들은 경찰의 추적을 피해기 위해 해외에 서버를 둔 메신저나 메일로만 연락을 주고받았으며 총책을 제외한 조직원들끼리는 거의 만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수원=박수철 기자 park.suche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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