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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기자의 현장에서] '민생'외침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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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혜 인턴기자

매일 아침 9시, 국회에서 열리는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회의 내용을 듣다보면 고개를 갸웃할 때가 많다. ‘어제 들은 얘기 같은데…’ 혹은 ‘방금 다른 의원이 한 얘기랑 거의 비슷하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국회의원들이 쏟아내는 말들이 대동소이(大同小異)해서다.

단순한 기시감에 불과한 걸까 싶어 2일부터 6일까지 열린 여야 최고위원회의(최고·중진 연석회의 포함) 속기록을 비교·분석해봤다. 새누리당 7276개, 새정치연합 7924개 단어를 분류해보니 각 당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안이 어떻게 다른지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의원들이 자주 언급한 단어는 교과서(121)>역사(98)>야당ㆍ새정치연합(83)>국회(79)>국민(67)>민생(60)>경제(54)>개혁(44) 순이었다. 반면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등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역사(177)>국민(119)>교과서(114)>국정(화)(110)>정부(104)>박근혜(76)>경제(37)>민생(34)순으로 언급했다.

이 주에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공방이 치열했던만큼 여야를 막론하고 ‘역사 교과서’가 많이 언급됐다. 그동안 여당은 “역사 교과서 문제는 국사편찬위원회와 역사학자, 전문가에 맡기고 국회는 민생에 집중하자”고 말해왔다. 하지만 새누리당도 ‘민생’보다 ‘교과서’를 2배나 많이 언급했다. “교과서 내용에 관심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이를 총선까지 끌고 가서 자당의 친노 패권주의를 유지하고 교과서 문제를 계속 정쟁에 이용해 보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있음을 분명하게 폭로한 것”이라는 식이었다. 역사 교과서 문제를 정치 쟁점화하지 말자면서도 야당을 비판하는 도구로 사용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긴 어려워 보인다.

이밖에도 새정치민주연합은 자유(32)·헌법(21)·강행(17)·거짓말(15)·독재(13)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비판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새누리당은 개혁(44)·법안(44)·FTA(42)·선거구(31)·수출(21)등의 단어를 자주 사용하면서 교과서외 현안을 부각시키려 했다.

여야가 공통적으로 입에 자주 올린 말은 ‘국민’과 ‘민생·경제’다. 하지만 그 맥락은 전혀 달랐다. 새누리당은 야당에 교과서 반대 투쟁을 그만두고 ‘국민(67)’이 원하는 ‘민생(60)·경제(54)’ 살리기에 집중하라고 요구했다. 새정치연합은 ‘국민(119)’ 다수가 반대하는 교과서 국정화에 힘쓰지 말고 ‘민생(34)과 경제(37)’를 돌보라며 정부 여당을 비판 했다.

여야의 인식 차는 말이 아닌 행보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야당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며 2일 밤부터 철야농성을 시작해 8일까지 모든 국회 일정을 보이콧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3일 의원총회에서 “국민의 뜻을 따라서 (국정화 강행을) 분명히 막겠다”며 “불가피한 국회 중단에 대해서 이해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야당은 6일 저녁에는 종각에서 시민단체와 함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문화제’를 열었다.

한편 여당은 ‘민생’ 행보를 이어가며 야당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5일에는 김정훈 정책위의장을 비롯한 민생119본부가 5일 안산시 아동복지시설을 방문해 보육실태를 점검했고, 6일에는 원유철 원내대표가 당내 가뭄 대책회의를 주재했다. 원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국민이 먹고사는 민생문제와 상관없는 문제로 국회가 마비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며 야당을 비판하기도 했다.

여야는 너나 할 것 없이 국민과 민생을 자주 외치지만 두 단어를 가지고 이끌어내는 주장은 확연히 달랐다. 같은 교과서를 두고 서로 다른 해석을 하며 싸우는 상황과 무척이나 닮았다. 자신의 주장을 강조하고 상대 당을 비판하기 위해 쏟아내는 여야 국회의원들의 말들은 지루하게 반복돼 공허하게 들릴 때가 많다. 특히 여야의 공식 회의는 다양한 국정 현안들이 심도있게 논의될 수 있는 자리다. 당 지도부가 던진 의제들이 종종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정말 국민과 민생을 생각한다면 좀 더 생산적으로 논의를 이끌어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아쉬움이 드는 이유다.

김다혜(고려대 영문4) 인턴기자 dahe.kim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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