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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3사 떼인 돈 2조 … “선수금 최소 30%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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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은 8월 건조를 코앞에 둔 원유 시추선 수주 계약이 해지되는 바람에 공사대금 6300억원을 못 받게 됐다. 2011년 7000억원에 수주했는데 발주사인 미국 밴티지드릴링이 계약금 성격의 선수금 10%(700억원)만 주고 잔금 90%는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약 해지는 대우조선이 했지만 사실상 발주사의 인도 거부라 할 수 있다. 해양 플랜트 경기가 나빠지자 발주사가 선수금을 떼이더라도 배를 인도하지 않는 게 낫다고 판단해서다. 결국 대우조선은 선박 예상 매각 가격(4500억원)을 뺀 나머지 1800억원을 그대로 3분기 손실에 반영했다. 물론 시장에서 다른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거나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팔리면 손실은 더 커질 수 있다.

선수금 10%에 계약해 설비 건조
불황 때 잔금 안 주면 그대로 손실
저가 수주 → 부실 → 세금투입 반복
건설업계 "수익성 심사는 환영"
중국 등에 시장 뺏긴다 우려도


 이는 대우조선이 올해만 3조원대 손실을 낸 이유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공사대금을 깎아주는 것도 모자라 대금의 90%를 인도할 때 받는 리스크(위험)를 감수하면서 따낸 전형적인 저가 수주다.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 포함)·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대형 조선 3사가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1년간 이런 식으로 계약을 해지한 수주금액은 2조6600억원으로, 이 중 못 받은 잔금이 2조원이나 된다. 당장엔 매출이 늘어나는 것처럼 포장했지만 몇 년 뒤 인도 거부·지연이 잇따르자 뒤늦게 손실을 회계장부에 반영해 화를 키웠다. 이뿐이 아니다. 대우조선의 손실을 메우는 데 4조2000억원의 정책자금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의 경영 지표도 악화일로다.

 정부가 10일 발표한 건설·조선 해외사업 수익성 심사 강화 방안은 이처럼 저가 수주가 불러오는 동반 부실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선·건설사의 손실이 정책금융기관으로 번지지 않도록 수익성이 있는 사업만 골라 깐깐하게 자금을 지원한다. 조선·건설사의 ‘몸집 불리기’에 정책금융기관이 경쟁적으로 보증·대출 혜택을 주며 편승하던 관행을 끊겠다는 취지다. 국민 세금을 재원으로 한 정책자금을 부실 기업에 쏟아부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조선업은 선수금 비중을 높이는 게 관건이다. 지금처럼 선수금을 10%만 받고 공사를 시작한 뒤 잔금 90%를 인도 시점에 받는 수주계약에는 정책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는 잔금이 많다는 걸 ‘꼬리가 무겁다’는 뜻의 영어 단어에 비유한 헤비테일(heavy-tail) 방식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조선업 불황이 깊어지고 국내 조선사가 출혈 경쟁에 나서면서 70~80%였던 선수금 비중을 10%까지 낮춘 데서 비롯됐다. 정부 관계자는 “선박 종류와 계약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본 방향은 선수금 비중을 최소 30% 이상으로 끌어올려 계약 취소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도 마찬가지다. 예상 수익률이 낮은 사업에는 정책자금을 지원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수익률이 높지 않더라도 사업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정책자금을 지원했다가 손실을 본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잇따른 계약 취소로 3분기 1조5000억원의 손실을 낸 삼성엔지니어링이 대표적이다. 양환준 수출입은행 플랜트금융1부장은 “각 건설사의 과거 평균 수익률과 비교해 예상 수익률이 많이 떨어지는 사업에 대해서는 훨씬 더 면밀히 심사해 자금 지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수익성 심사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의 악화된 경영 지표도 회복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STX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성동조선 등 떠안게 된 구조조정 기업이 늘면서 올해 상반기 말 산업은행의 부실채권은 2011년(1조5000억원)의 두 배인 3조원으로 늘었다. 수출입은행은 부실채권이 2조5000억원으로 2011년(6000억원)의 네 배 이상이다. 건설업계는 이번 대책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주 산업의 특성상 수주 주체의 역량을 믿기에 앞서 사업장별 사업성 검토가 기본이 돼야 한다. 환영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이 해외사업장의 근본적인 부실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형 건설업체의 임원은 “건설업은 공사 기간이 3~5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수주 리스크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수익성 검토만 강조하다 보면 오히려 가격 경쟁에 나서고 있는 중국 등의 후발업체에 시장을 다 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태경·하남현·황정일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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