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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장애인 1만 명 돕는 ‘만능 해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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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규씨가 지난 6일 전북 남원시 척동마을에서 ‘120민원봉사대’ 대원들과 독거노인 집을 수리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상정·정종규·조성필씨. [프리랜서 오종찬]


지난 6일 오후 1시 전북 남원시 송동면 척동마을. 동네 입구에 사는 양애순(81)씨 집에 ‘120민원봉사대’라고 적힌 조끼를 입은 남원시 직원들이 찾아 왔다. 혼자 사는 양씨 집에 두 달째 전깃불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얘기를 마을 이장을 통해 듣고서다.

대상 받은 정종규 남원시 ‘120민원봉사대’ 현장팀장
120은 ‘이리 오너라’ 의미 담겨
매주 두 차례 오지 소외계층 찾아
전기·수도·보일러 등 척척 해결


 봉사대 현장팀장인 정종규(57·사무운영7급) 남원시 시민소통실 고충처리담당보조 등 대원들이 꼼꼼히 집안 곳곳을 살펴보니 마루 형광등이 깜박거리고 안방에선 아예 불이 켜지지 않고 있었다. 전선도 노후화돼 피복이 벗겨진 상태였다. 일부는 두 가닥이 삭은 채 달라붙어 자칫 감전으로 인한 화재의 위험성까지 안고 있었다.

 정씨 등은 안방과 마루·부엌에 새 전선을 깔고 형광등 램프를 교체했다. 설치한 지 오래 돼 작동이 되지 않던 전기 차단기도 수리했다. 이장 손미자(52·여)씨는 “할머니가 별 말씀이 없으셔서 이 정도인 줄은 몰랐는데 차단기까지 고장 났다니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며 고마워했다.

 봉사대는 한쪽 귀퉁이가 틀어져 찬바람이 솔솔 들어오던 부엌 출입문도 손봤다. 밤낮없이 물이 줄줄 새던 수도꼭지의 고무 패킹도 갈아 끼웠다. 양씨는 “전기나 수도가 고장 나도 고쳐줄 사람이 없어 그냥 방치한 채 살아 왔는데, 이렇게 찾아와 이것저것 다 고쳐주니 서울과 전주에 나가 사는 아들보다 훨씬 고마운 효자”라며 눈물을 훔쳤다.

 척동마을을 나온 봉사대는 곧바로 남원시 향교동으로 달려갔다. 기초생활수급자인 한모(77)씨 집을 방문해 전기 콘센트를 달고 이리저리 엉킨 전선을 가지런히 정리했다. 몇 달째 사용하지 못하던 세탁기의 급수·배수 호스도 연결해 줬다. 몇 년 전 태풍에 지붕이 날아간 뒤 컨테이너 박스에 살고 있는 한씨는 봉사대원들의 손을 꼭 부여잡고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120민원봉사대는 남원시내 생활 형편이 어려운 서민들을 돕는 ‘만능 해결사’다. 홀로 사는 노인과 장애인·기초생활수급자 등 1만여 주민들의 손과 발이 돼 전기·수도·보일러·농기계 등 현장 민원을 척척 풀어낸다. 120은 ‘이리 오너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봉사대는 정씨가 2011년 8월 남원시에 건의하면서 결성됐다. 정씨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운영하는 봉사조직으로는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활동이 어렵다는 생각에 아예 관련 조례를 제정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정씨의 제안이 받아들여지면서 공무원 5명으로 전담팀이 꾸려졌다. 여기에 전기와 이미용 분야의 민간인 전문가 6명도 가세했다.

 11명의 봉사대는 이후 매주 두 차례씩 오지마을의 소외계층을 찾아 나섰다. 수리센터도 출장을 꺼리는 200여 개 산골마을을 찾아다니며 생활 불편 사항을 처리하고 이미용 봉사를 했다. 이 같은 활약에 120민원봉사대는 2013년 ‘정부 3.0 민관 협치 우수사례’로 뽑혔다. 그리고 정씨는 1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제39회 청백봉사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게 됐다.

 정씨는 “취약계층의 경우 담당 부서들이 꼼꼼히 챙기지 않으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며 “어려운 이웃을 위한 따뜻한 등불을 밝히는 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남원=장대석 기자 ds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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