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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점점 가벼워지는 김무성의 반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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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미
정치국제부문 기자

지난 9일 서울 대치동에서 열린 새누리당 지역구 행사 때 김무성 대표의 입에서 ‘전략공천’이란 단어가 튀어나왔다.

 강사로 초빙된 김 대표는 행사에 함께 온 같은 당 심윤조(강남갑)·김종훈(강남을) 의원을 가리키며 “전략공천을 해도 이런 분들만 하면 내가 절대 반대 안 하겠다”고 했다.

 전략공천은 당 지도부가 경선 없이 특정 지역구의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그간 “내가 대표로 있는 한 전략공천은 없다”는 말을 공·사석을 합쳐서 수십 번쯤은 했을 거다. 그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도 했다. 오픈프라이머리 도입과 전략공천 포기는 일종의 ‘정치개혁 세트’다. 그러니 그의 정치생명은 전략공천 시행 여부에도 절반쯤은 걸려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그의 입에서 심윤조·김종훈 의원만큼만 하면 전략공천을 반대하지 않겠다는 말이 나오니, 그것도 ‘절대’ 반대 안 하겠다니 당 사람들의 눈이 동그래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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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당장 “전략공천을 통해 공천 물갈이를 해야 한다”고 요구해 온 친박계는 “‘무대’(무성대장이란 김 대표의 별명)가 또 입장을 바꾼 것이냐”고 들끓었다. 파장이 커질 조짐을 보이자 김 대표 측은 부랴부랴 “지역구 행사에서 두 의원이 얼마나 훌륭한지 반어법을 써서 강조한 것일 뿐”이라면서 “0.01%도 전략공천을 되살리겠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 대표의 ‘반어법’은 최근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의 ‘팩스 입당’ 논란 때도 등장했다. 김 대표는 기자들에게 “(김 전 원장의 입당은) 새누리당에 희망이 있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마치 입당을 환영하는 듯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김 전 원장의 행태는 정치적 멘털이 붕괴된 것 아니면 초현실주의 정치”(하태경 의원)라는 부산 지역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김 대표는 가까운 의원에게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렇게 반어법적으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9일 밤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부친(고 유수호 전 의원) 빈소에선 이런 장면도 벌어졌다. 경북 안동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권택기 전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자 김 대표가 만류하며 “지금 가면 (공천) 탈락이다”라고 했다. 옆자리 사람들이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하시지 않았느냐”고 하자 김 대표는 “농담도 못하냐”며 웃었다.

 중요한 메시지는 물론 에둘러 표현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드리겠다”며 비장하게 정치생명까지 걸었던 김 대표다. 그것이 ‘반어법’이든, ‘농담’이든 스스로의 신념에 예외를 인정하는 발언이 잦아질수록 진정성의 무게는 점점 가벼워질 수밖에 없다.

박유미 정치국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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