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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종의 평양 오디세이] 자본주의 물들 위험에도, 달러벌이 8만 명 내보낸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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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이 블라디보스토크 나베라즈나야 해변에서 보수공사를 하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 들어 외화벌이를 위해 근로자 수를 늘리고, 농업 등으로 진출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중앙포토]


북한이 해외 근로자 파견에 부쩍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달러 박스로서의 가능성에 눈을 돌려 송출 규모를 크게 늘리고, 진출 분야도 넓히고 있는데요. 핵 개발과 장거리 미사일 도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한국의 5·24대북제재조치 등으로 돈줄이 말라서인 것 같다는 분석입니다.

외화 돈줄 말라 해외파견 늘려
연 12억~23억 달러 수입 추산
뇌물까지 주고 나간 근로자들
월 200~300달러 당국에 내면
연간 수입 1000달러 안 되기도


 지난주 취재차 방문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생생한 현장 분위기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 지역엔 3만여 명의 북한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는 게 현지 관계자의 설명이었습니다. 2만 명이 벌목 등 임업 분야에서 일하고, 나머지는 건설 쪽이라고 합니다. 숫자가 늘면서 북·러 국경 도시 핫산을 거쳐 육로로 오가던 게 최근엔 항공편으로 바뀌었다는군요. 평양~블라디보스토크 간에 고려항공기가 주 2회 운항하는데, 북한 근로자가 승객의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달러벌이로 짭짤한 수입을 올리자 항공편까지 동원했다는거죠.

 러시아엔 1990년대 초부터 시베리아 벌목공과 하바로프스크의 건설 노동자가 주를 이뤘는데요. 최근에는 농업 분야에도 많이 진출했고, 노동비자를 받아 파견되는 기능공의 비중도 높아졌습니다. 과외 수입을 챙기려 주말이나 휴일에 시내 주택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도 쉽게 눈에 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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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에서 일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손에 쥘 수 있다는 기대 때문에 송출 대상에 선발되려 뇌물까지 오간다는데, 비자수수료와 숙식비·항공료 등을 포함해 보통 1000달러(우리돈 116만원) 정도 빚을 지고 나온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지 사정은 녹록지 않습니다. 월 200~300달러의 이른바 ‘계획분’을 북한 당국에 바쳐야 하고, 세금과 사회보장비 등을 내면 연간 수입이 1000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죠.

 3년 간 동유럽 국가에서 용접공으로 일한 30대 초반 탈북자는 “(당국이) 돈은 주지않고 종이에다 수표(서명)만 하고 집에 갈 때 주겠다고 했지만 지급하지 않았다”고 증언합니다. 북한인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쿠웨이트에서 일하다 재해로 사망한 근로자의 경우 10만 쿠웨이트 디나르(3억8145만원)의 배상금을 북한 당국이 떼먹고 가족에겐 200여만원만 지급한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탈북을 우려해 군대식 규율을 강요하고, 매일 ‘총화’로 불리는 사상학습을 하는 통에 몸도 마음도 고단한 일상이 이어진다고합니다.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지난달 말 기자회견에서 “5만 명이 넘는 북한 근로자가 음식도 충분히 제공받지 못하고 많게는 하루 20시간 노동에 시달린다”고 비판한 것도 이를 지적한 겁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국회 정보위에 해외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가 5만8000여 명이라고 보고했습니다. 1990년부터 누적 인원이 22만 명에 이른다는데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16개국에 모두 8만여 명이 일하고 있다고 밝혔죠. 북한 근로자 숫자가 차이나는 건 북한이 해당국가와 인력 송출을 은밀히 처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군요. 외화수입은 12억 달러(1조3920억원)에서 23억 달러(2조668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해외 근로자 파견은 북한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위기입니다. 집권 4년차인 김정은 체제에서는 유난히 대형 건설 프로젝트가 많은데요. 대북 소식통은 “평양 5·1경기장을 방문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즉석에서 1억5000만달러의 리모델링 자금지원을 약속하는 등 외화 씀씀이가 커졌다”고 귀띔합니다. 핵·미사일 개발에 들어가는 막대한 자금도 상당 부분 해외 근로자로부터 충당한다는 분석인데요. 하지만 해외 장기 체류 근로자를 통한 외부 사상 유입이나 국제사회의 인권 문제 제기는 부담스런 대목입니다. 대북비판에 침묵해온 북한이 지난달 말 대외건설지도국이란 기관을 내세워 “치졸한 인권 모략”이라고 반박하고 나선 데서도 이런 고민은 드러납니다.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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