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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병건의 아하, 아메리카] 43세 트뤼도 ‘열린 내각’ 장애인·난민·게이·원주민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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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스탱 트뤼도(43) 신임 캐나다 총리가 파격적인 ‘열린 내각’으로 국정을 시작했다. 무슬림과 시크교도, 장애인과 비장애인, 게이와 일반인, 원주민과 백인, 우주비행사와 버스운전사 출신이 함께하는 다양성의 내각을 구성했다. ‘첫 무슬림 장관’ ‘첫 남녀 동수 내각’ ‘첫 원주민 출신 법무장관’ 등 지난 4일(현지시간) 내각 취임식은 ‘첫’이라는 각종 기록을 쏟아냈다. 동시에 성·종교·인종의 구분을 뛰어넘는 총천연색 내각으로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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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 정책대안센터의 아미니 얄니지언 선임연구원은 “이게 미래다”라고 호평했고, 허핑턴포스트는 “캐나다인이 새 내각을 자랑스러워 하는 이유”라는 한 페이스북 사용자의 게시글을 타전했다. 이 게시글은 3만 차례 공유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인종과 출신을 다양하게 고려했을 뿐 아니라 장애인과 신인 정치인에게도 문을 활짝 열었다”며 “파격적이고도 공정한 구성의 내각”이라고 평가했다. BBC는 “기존 시민권·이민 담당 부서에 난민관리 역할을 추가했다”며 “새로운 캐나다가 지향하는 부분을 잘 보여주는 내각 구성”이라고 분석했다.

 트뤼도 총리의 조각은 일단 성비부터 남녀 15명씩 동수다. 캐나다 역사상 최초의 동수 내각을 구성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지금은 2015년이니까”라는 트뤼도 총리의 답변은 삽시간에 전 세계 화제의 어록으로 떠올랐다. 세상의 절반은 여성이지만 실제 사회적 지위와 역할에선 남성에 미치지 못했던 게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트뤼도 총리의 동수 내각은 향후 내각이 얼마나 성과를 낼지를 떠나 그 자체만으로도 신선한 시도로 평가받는다.

 트뤼도 총리는 기독교 문화가 주류인 북미 사회에서 엄연히 존재하는 종교의 장벽을 해체하는 다종교 내각도 구성했다. ‘아프간 난민 소녀’ 출신으로 주목받았던 메리엄 몬세프(30) 민주제도장관은 11세 때 어머니와 함께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한 경력의 여성이다. 파키스탄과 요르단을 거쳐 캐나다에 들어와 난민 자격으로 정착한 뒤 그간 아프간 여성의 인권 문제를 알려왔다. 트뤼도 내각에서 최연소 장관이 된 몬세프는 캐나다의 첫 무슬림 장관이기도 하다. 몬세프 장관과 함께 일하게 된 캐나다의 국방 수장은 인도 출신의 시크교도인 하지트 사잔이다. 시크교도 출신의 국방장관도 캐나다에선 첫 기록이다. 캐나다 육군에 입대해 유엔평화유지군으로 아프가니스탄에 참전한 경력을 지닌 그는 밴쿠버에서 경찰 생활을 했다. 내각 취임식 때 터번을 쓰고 등장한 나브디트 싱 바인스 혁신과학경제개발장관도 인도 출신의 시크교도다.

 내각엔 장애인도 두 명이 포함됐다. 체육 분야의 수장이 된 칼라 칼트러프 체육·장애인담당장관은 태어날 때부터 시각장애인이었다. 그럼에도 장애인올림픽인 패럴림픽에 수영 선수로 출전한 메달리스트 출신의 변호사다. 켄트 헤르 보훈장관(46)은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그는 10대 시절 야구와 하키에 능한 만능 스포츠맨이었다. 20세 때 캐나다 국내 하키대회의 선수로 출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91년 차량 총격전이 벌어지던 현장을 지나가다 총에 맞는 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됐다. 스포츠를 향한 인생의 꿈이 무너졌지만 그는 법률 공부로 진로를 바꾼 뒤 정치에 입문했다.

 트뤼도 내각 중 가장 주목받는 인사는 44세의 신임 여성 법무장관이다. 검사 출신의 조디 윌슨-레이보울드 법무장관은 캐나다에선 첫 원주민 출신의 법무장관이다. 윌슨-레이보울드 장관은 캐나다의 원주민인 ‘콰콰카와쿠’ 부족 계열인 ‘위와이카이’ 출신이다. 원주민 출신이 법무장관으로 기용된 것은 캐나다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받았던 원주민을 상대로 한 범죄와 차별을 없애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취임식 때 물개가죽 타이를 하고 나온 헌터 투투 어업장관은 이누이트족 출신이다. 이누이트족 출신 장관으론 그가 두 번째다.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공개했던 게이 장관도 트뤼도 내각에 등장했다. 스캇 브라이슨 재무위원장은 의원 시절인 2002년 “나는 게이 정치인이 아니라 우연히도 게이인 정치인”이라고 공언한 뒤 정치 활동을 펼쳐왔다.

 트뤼도 내각은 동시에 전혀 다른 인생 스토리의 소유자들이 함께 모인 내각으로 짜여졌다. 우주 비행사와 유방암 투병환자가 국정을 함께 논의하고, 버스 운전사 출신 장관이 갑부 사업가 출신과 함께하는 내각이다. 아마지트 소히 사회기반시설 장관은 인도의 펀자브 출신인데 캐나다로 건너와 버스 운전기사로 일했다. 그는 88년 고향인 인도를 방문했다가 테러리스트로 몰려 21개월간 억울한 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그는 인권 변호사 출신인 캐더린 매키너 환경장관과 함께 일하게 됐다. 반면 트뤼도 내각의 중추인 빌 머너 재무장관은 캐나다에서 각종 사업체를 운영해온 갑부다. 경제학 박사로 정치권 입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크 가노 교통장관은 장관 이전에 캐나다의 첫 우주비행사로 더 유명하다. 미국 나사(NASA)의 우주인으로 선발돼 1984년 플로리다에서 발사된 스페이스셔틀 챌린저호에 탑승했던 캐나다 해군 출신이다. 14년간 유방암과 싸워온 주디 푸트 공공서비스장관은 올해 두 차례나 유방 절제수술을 받았지만 입각해 국정을 맡게 됐다.

 트뤼도 총리는 이같은 내각을 구성하며 “캐나다와 닮은 내각을 소개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캐나다를 다양성의 나라로 상징하며 이를 내각 구성과 연계했다. 윌슨-레이보울드 법무장관은 “(내각의) 다양성은 실질적 토론과 대화에 새로운 목소리와 다른 시각을 가져오고, 궁극적으로 해결을 찾기 위한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양성은 결국 하나로 합쳐질 것이라는 얘기다. 캐나다의 실험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채병건 워싱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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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