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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문제 유발자

VIP 독자 여러분, 중앙SUNDAY 편집국장 남윤호입니다.



외환위기, 금융위기, 재정위기, 부채위기…. 언제부터인가 이런저런 이름의 위기가 세계 도처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이닥치는 양상입니다. 하나를 겨우 넘겼다 싶으면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오곤 합니다. 위기에 대한 정부의 미숙한 대응이 또 다른 위기의 단초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의 경우 외환위기 끝 무렵 내수 진작을 좀 무리하게 했다가 카드사태를 부른 게 대표적이지요.



연타석으로 얻어맞다 보니 ‘유능한 정부’에 대한 희구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문제 생기면 척척 해결해주고, 먹고사는 데 걱정 없게 만들어주는, 힘 있고 능력 있는 정부에 대한 여망 말입니다. 큰일 벌어질 때마다 컨트롤 타워니, 강력한 리더십이니, 하는 말이 나오는 게 다 그런 의식에서 비롯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허둥지둥, 갈팡질팡인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새로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정부 역량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와 수요는 한껏 높아졌는데, 정부는 그에 부응하지 못하고 되레 문제를 일으킵니다. 이게 좌절과 반발을 불러 통치위기 또는 통치불능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닥치는 문제는 과거와 달리 대처하기 참 고약하고 난해한 게 많습니다. 이를 가리켜 학자들은 영어로 ‘사악하다’는 수식어를 붙여 ‘wicked problems'라 부르더군요. 이런 문제 중엔 정부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그 구별을 하지 않고 정부가 모든 일에 끼어드는 것은 스스로 ‘문제 유발자’를 자처하는 셈입니다.



엊그제 파이낸셜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필링이 쓴 ‘Beijing cannot control babies or banks’란 글은 그런 면에서 시사하는 바 큽니다. 정부의 통제력 밖에 있는 문제들을 정부가 손대 봤자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예컨대 도시화가 진전되고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중국의 산아제한 철폐가 곧 출산율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한 자녀 정책을 시행해 온 중국의 출산율이 1.6인데 비해, 산아제한이 없는 대만의 출산율은 1.0에 불과하다는 예도 들더군요.



아베노믹스를 3년째 추진해 온 일본 정부도 어찌할 수 없는 장벽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즉 정부의 독려에도 불구하고 설비투자가 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엔저로 기업의 이익은 확 늘었지만, 이게 새로운 투자로 연결되는 규모는 예상보다 적다는 겁니다. 디플레 체질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탓이 큰데, 이는 정부가 나선다고 고쳐질 수는 없는 문제입니다.



남의 나라 얘기 더 할 필요 없습니다. 10년 동안 100조원을 쏟아붓고도 해결하지 못한 저출산, 정국의 블랙홀이 돼버린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다 그런 문제들입니다. 전통적인 정부 권능으로 뭐든지 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포브스가 꼽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순위에서 한국인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43위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33위)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40위) 다음이었습니다. 이 역시 정부 역량의 한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아닐까요.



물론 똑똑한 관료나 힘 있는 지도자가 책상 위에서 반질반질 광택이 흐르는 계획을 만들어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실행 과정에서 만신창이가 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뭐든지 계획대로 잘될 것이라는 자신감이야말로 높으신 분들이 흔히 빠지는 오류 아닙니까.



요즘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문제들은 정부가 나서서 뭐 하나 손댄다고 해결되진 않습니다. 너무도 복잡하고 중층적이기 때문이겠지요. 아르헨티나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모든 것은 모든 것에 연결돼 있다”고 했듯이 우리의 모든 문제는 모든 다른 문제들과 연결돼 있습니다. 그러하니 정부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겁니다. 정부 역량의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인식의 바탕에서, 연결돼 있는 모든 당사자들과 함께 새롭게 출구를 찾아보는 게 순서 아닐까요. 빙빙 돌려가며 얘기했지만 한 마디로 정부부터 주제 파악 좀 하자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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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로 정치권은 물론이고, 온 나라가 두 쪽으로 갈라진 느낌입니다. 찬성과 반대 아니면 어디 설 데가 없습니다. 교과서 잘 만들자는 데엔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만, 무지막지하게 몰고가는 정부여당의 방법론이 반발을 부르고 있습니다. 야당은 반대 시위와 국회 불참을 저항수단으로 삼지만, 효과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차라리 “국민 여러분, 2년만 참으십시오. 저희가 다시 바꾸겠습니다” 하며 선을 긋고, 투쟁역량을 민생에 집중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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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한중일 정상회담에 이어 금주 토요일엔 역사적인 중국-대만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습니다. 1949년 이후 처음 성사되는 정상회담입니다. 대만에선 중국의 존재감을 경계해 반대 여론이 만만찮다고 합니다. 금주 중앙SUNDAY는 주말에 급진전될 수도 있는 양안 문제를 깊이있게 분석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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