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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복의 직격 인터뷰] 취임 100일 맞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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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대표는 “노동운동보다 정치가 더 힘들다”면서 “노동운동을 할 때는 신념 윤리가 지배했지만 정치에서는 책임 윤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적은 의석을 갖고 유권자에게 책임을 진다는 게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정국은 얼어붙었지만 정치인들의 마음은 내년 봄에 가 있다.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진보 진영의 유일한 원내 정당 대표가 된 심상정(56) 정의당 대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의 당면 목표는 교섭단체 구성이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20석 이상 얻어야 실현 가능한 ‘꿈’이다. 꿈은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심 대표를 직격인터뷰에 초대했다.

물구나무 서는 한 있어도 20석 확보해 교섭단체 구성할 것

-당 대표가 된 지 100일이 지났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텐데 감당할 만한가.

 “15년 정도 정치 활동을 했는데 단독으로 당 대표를 맡은 것은 처음이다. 작은 당이다 보니 몸으로 때워야 할 일이 많다. 노선만 진보적인 게 아니라 강하고 매력적인 당을 만들어 보겠다는 사명감으로 마라토너처럼 열심히 뛰고 있다. 긍정적인 신호들도 나타나고 있다. 진보 정치의 고질병 같던 ‘논쟁을 위한 논쟁’ 관행이 사라졌다. 월 1만원의 당비를 내는 진성 당원 수가 100일 만에 1만5000명에서 1만8000명으로 늘었다. ‘정의당 2.0 펀드’ 10억원을 모집했는데 한 달 만에 완판으로 끝났다.”

 -아무래도 최대 현안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다. 정부가 확정고시를 함으로써 국정화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저지 투쟁을 계속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저지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 국민 대다수의 의사에 반하는 시대착오적인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한 만큼 국민이 이에 불복종하고, 선거를 통해 집권세력의 권력을 회수하는 일이 남아 있다고 본다.”

 -국정화로 역사를 왜곡하고 미화하는 교과서가 나올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임신도 하기 전에 기형아 출산을 걱정하는 꼴 아닌가.

 “그런 우려는 결코 기우가 아니다. 우선 정부의 편향성을 정부 스스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역사학자의 90%가 좌파이고, 현행 역사 교과서의 99.9%가 왜곡돼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부가 10%나 0.1%의 시선으로 국정화를 정당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절대 다수의 역사학자가 집필 참여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공정한 집필진 구성이 어려운 문제도 있다. 또 많은 국민이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화 카드를 꺼내든 배경을 아버지 시대를 미화하려는 의도로 의심하고 있다.”

 -그런 미화는 자신부터 좌시하지 않겠다고 박 대통령이 약속하지 않았나.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은 자신의 뜻과 다르면 개입하겠다는 뜻 아닌가. 대통령이 중심에 서서 역사 교과서 내용에 개입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에 그 자체가 비정상이고 편향적인 것이다.”

 -국정화를 이유로 국회 의사일정을 보이콧하는 것은 새누리당의 반(反)민생 프레임에 말려드는 꼴 아닌가.

 “그런 우려가 크다. 국정화를 제대로 저지하기 위해서도 야당이 민생을 책임져야 한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는 현 상황을 ‘민생 대(對) 국정화 저지 구도’로 가져감으로써 자신들이 내년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본다. 박근혜 정부의 재벌 퍼주기식 ‘거짓 민생’을 폭로하고, 야당이 앞장서서 민생을 책임질 수 있다는 신뢰를 얻어야만 국정교과서 저지 투쟁도 승리할 수 있다. 민생 문제와 병행해 장기전으로 갈 수밖에 없다.”

 -국회 의사일정은 정상화해야 한다는 뜻인가.

 “당연히 그래야 한다.”

 -정의당은 최근 국민모임·노동정치연대·진보결집플러스 등 진보 진영의 원외 정치세력과 4자 통합을 공식선언했다. 총선을 앞둔 외연 확장으로 보이는데 당명과 지도체제에 대한 합의도 끝난 것인가.

 “그렇다. 일단은 정의당이란 이름으로 간다. 지도체제는 단일 지도성 공동대표제로 하기로 했다.”

 -심 대표가 정의당을 대표하지만 의사결정은 공동대표들과 같이 한다는 뜻인가.

 “단일 지도체제를 존중하면서 서로 협력하는 구도로 간다는 뜻이다.”

 -4자 통합으로 내년 총선에서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과의 연대 가능성에도 변화가 생기는 것인가.

 “새누리당이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도 승리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매우 심각해질 것이다. 야권이 힘을 합쳐 의회 권력을 교체하고 정권 교체로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제1야당이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야권의 연합정치가 필수적이라고 본다. 그러려면 적어도 야권 연합정부가 지금의 보수정부보다는 유능하고 책임질 수 있는 정부가 될 거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야권연대에 공감할 것이다. 후보 단일화에 한정되는 과거 방식의 야권연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정의당의 목표는.

 “물구나무를 서더라도 유력 정당이 되는 것이다. 유력 정당과 군소 정당은 단지 당의 크기만 다른 것이 아니라 종류가 다른 당이라고 미국 정치학자 샤츠슈나이더는 말했다. 군소 정당은 압력단체일 뿐이고 유력 정당이 돼야 진짜 당이 된다는 것이다. 그 말이 절절하게 와 닿았다. 진보적 대중 정당으로 발돋움하려 한다.”

 -진보적이면서 대중적이라는 말은 형용모순 아닌가.

 “진보는 노선이고, 대중은 그 노선을 실천하는 방법이다. 관념 속의 진보가 아니라 생활 속의 진보가 되고 싶다. 싸우는 진보가 아니라 밥 먹여주는 진보가 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원내 교섭단체 구성에 필요한 20석을 반드시 확보하려 한다.”

 -20석 달성을 위한 전략은 뭔가.

 “내년 총선 전까지 5만 당원을 확보하려 한다. 지지율도 두 자리로 끌어올릴 것이다. 수도권 60명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절반 이상 지역구에 후보를 낼 준비를 하고 있다. 정책 제일 진보정당의 위상을 강화하는 한편 정의당을 교섭단체로 꼭 만들어 주십사 하는 비례대표 전략을 병행할 생각이다.”

 -현재 300석인 의석을 360석으로 늘리고 지역구 대 비례대표 비율을 2대 1로 하자는 것이 당초 심 대표가 제시한 방안 아니었나.

 “승자독식형인 우리 선거제도는 거대 정당 쪽으로 상당히 구부러져 있다. 정치 불신이 커져도 물갈이가 안 되는 이유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례대표를 늘려야 한다.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선거구 제도를 현행 정수에 따라 개편하게 되면 농촌 지역 의석수가 많이 줄게 된다. ‘대표성을 보장하라’는 농촌 지역 의원들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이 의견을 아우르기 위해 360석을 제시한 것이지만 현실성이 없다는 점은 나도 인정한다.”

 -국민은 의석수 확대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의석수를 늘리되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권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희소가치가 줄어들면 국회의원의 권위도 그만큼 줄어들 것 아닌가. 국회의원은 명예직, 국민에게 봉사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거대 정당이든 군소 정당이든 국민이 보기엔 다 밥그릇 싸움으로 보인다.

 “정의당은 싸울 밥그릇도 없다. 국민의 정치 불신은 기성 양대 정치세력이 왜곡하고 언론이 확대재생산해서 생기는 것이다. 양당의 소모적인 대결 정치와 반대를 위한 반대가 정치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켜 사회적 갈등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도 양당제 아닌가.

 “버니 샌더스 후보가 돌풍을 일으키듯이 미국 민주당은 노동자나 사회적 약자를 상당히 대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양당제에서는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가 거의 대변되지 않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정의당이 교섭단체가 되는 것이다. 3당 체제가 되면 지금처럼 소모적인 대결 정치도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노동개혁과 관련한 노사정 합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노조도 없는 1800만 노동자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점이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마치 강성노조를 겨냥한 개혁인 것처럼 포장하지만 그게 아니다. 단체협약이 취업규칙에 우선하기 때문에 노조는 사실 아무런 영향이 없다. 쉬운 해고를 강요받을 사람은 법률적 보호가 없는 노조 없는 노동자들이다.”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란 취지로 이해한다면 독일의 하르츠 개혁도 마찬가지 아닌가.

 “독일의 하르츠 협약이 파견직을 확대한 것은 맞다. 그러나 파견노동자의 임금 등 근로조건을 노사가 합의하도록 명시했다. 그래서 ‘유연 안정성’이라고 하는 것이다. 또한 독일에는 경영을 노사가 공동으로 하는 공동결정제도가 확립돼 있다. 안정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유연성은 노동자를 사지로 내모는 것과 같다.”

 -임금피크제가 청년실업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나.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과 연동해 거론된 제도다. 청년실업 대책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청년희망펀드 같은 이벤트성 대책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진정한 청년실업 대책은 기득권층이나 고액연봉자들부터 고통 분담을 하도록 책임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청년실업을 핑계로 임금피크제를 이야기하지만 심하게 말하면 대국민 사기극이다.”

 -섀도캐비닛(예비내각) 구성 계획은 수권 정당이 되고자 하는 의지의 반영으로 보이는데 구체적 계획이 있나.

 “8, 9개 부처를 이달 중 발표할 생각이다. 진보 정당이 노선과 비전 측면에서 대안권력으로 인식되려면 노동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야 하고 한국형 복지모델에 대한 구상을 밝힐 수 있어야 한다. 정의당은 외교·안보·국방에 대한 취약성 때문에 태생적으로 반쪽 정당 이미지가 있다. 외교·안보·국방 문제에서는 오히려 보수보다 더 확고한 능력과 의지를 갖춘 정당이 될 것이다.”

 -진보 정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배경에는 이합집산의 역사가 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 서구의 진보 정당도 초기엔 수많은 명멸의 과정을 거쳤다. 숙명이기 때문에 분열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 리더십이 부족하기 때문에 분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견을 다룰 수 있는 민주적 리더십으로 진보 정당을 다시 세울 것이다. 그래야 대중정당으로 나아갈 수 있다.”

글=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사진=신인섭 기자


심상정 대표는 …

1959년 2월 경기도 파주 출생. 77년 서울 명지여고 졸업. 83년 서울대 역사교육학과 졸업, 구로공단 대우어패럴 미싱사. 85년 구로공단 동맹파업 주동자로 지명수배. 87년 전국노동조합협의회 쟁의부장. 96년 민주금속연맹 사무차장. 2000년 민주노동당 대의원. 2004년 17대 국회의원(민노당·비례대표). 2008년 진보신당 공동대표. 2011년 통합진보당 대표. 2012년 19대 의원(통진당·고양덕양갑). 2013년 정의당 원내대표. 2015년 7월 정의당 대표.

[인터뷰 후기] “통진당엔 반대하지만 강제 해산은 잘못”

심상정 대표는 어떤 질문에도 시원시원하게 대답했다. 에두르거나 말끝을 흐리는 법이 없었다. 인터뷰 상대로는 ‘최상급’이었다. 그러나 통진당 해산 문제가 나오자 좀 달라졌다. “통진당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지만 유권자의 심판이 아니라 헌법재판소가 해산시킨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가 인터뷰가 끝나자 뒷부분만 살려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진보와 보수의 기준을 물었더니 “진보는 민생”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진보 정치는 곧 생활 정치이고, 사회경제의 민주화가 한국 진보 정치의 과제라는 것이다.

 김무성 대표가 새누리당의 차기 대권주자가 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는 “채동욱, 유승민 다음은 김무성이란 소문도 있더라”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심 대표와의 인터뷰는 약 한 달 간격을 두고 대면 인터뷰와 전화 인터뷰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박종화 인턴기자가 정리를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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