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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은 비즈니스 하셔야죠” … 임협 나오지 말라는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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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화학 노사가 올해 임단협을 타결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동성화학 노조는 대표이사와 협상하지 않는다. 노조가 대표이사에게 “실무진과 의논할테니 협상장에 나오지 말고 비즈니스에 집중하시라”고 부탁해서다. 이 회사에선 1989년 노조설립 이후 한 번도 분규가 없었다. [사진 동성화학]


전세계에서 알게 모르게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산업이 신발산업이다. 중국에서는 매년 22억 켤레, 미국은 21억 켤레가 팔린다. 경제상황이 좋아질수록 고급신발에 대한 선호도는 계속 높아진다. 큰 돈 들이지 않고 뽐낼 수 있는 패션품목이어서다.

 이런 신발업계에서 국내 기업이 사실상 우월적 지위를 누리며 세계 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그것도 직원이 211명에 불과한 작은 기업에서 말이다. 신발의 메카로 불리는 부산의 ㈜동성화학이다. 지난해 매출이 1조원이다. 이 회사는 신발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폴리우레탄 수지를 만든다. 나이키나 아디다스와 같은 유명 브랜드사가 에어쿠션형과 같은 기능성 신발을 만들 때 이 회사 제품을 쓰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기술력이 탄탄하다. 독일 BASF가 독점 생산하던 차세대 산업소재인 ‘멜라민폼’도 독자적으로 개발해 양산기술까지 보유하고 있다.

 이경석 대표는 “기술이 어디서 나옵니까. 사람에게서 나옵니다. 창조적 파괴를 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파괴하려면 믿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에겐 노조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습니다. 이게 동성의 원천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회사 노조는 노동운동 열풍이 불던 1989년 설립됐다. 그런데 열풍에 휩쓸린 적이 없다. 지금까지 한 번도 파업이 없었다. 기껏 갈등을 겪은 게 2009년 금융위기 때였다. 그 갈등이란 게 보통 1개월 만에 끝나던 임단협 협상이 3개월 정도 길어졌다는 거다. 직원이 침묵시위를 하기도 했지만 생산라인을 멈추거나 속도를 늦춘 적이 없다.

 조경제 노조위원장은 “파업만은 안 된다는 게 조합원들의 분위기”라고 말했다. “회사는 경영을 책임지고, 조합은 근로자의 고충을 처리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래서일까. 올해 임금협상을 할 땐 이 대표에게 부탁을 하나 했다. 조 위원장은 “회사가 더 도약해야 하지 않습니까. 대표이사가 노조와 협상하러 나오면 비즈니스는 언제 합니까. 사장님은 비즈니스 전선을 누비십시오. 협상은 실무자와 하겠습니다”라고 말이다. 국내 대부분의 노조는 노사협상이 시작되면 “사장 나오라”며 머리띠를 두른다. 완전히 다른 풍경이다. 노조가 설립된 뒤 26년간 무분규를 이어올 수 있었던 동력이다.

 회사도 직원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한다. 연말이 되면 필수 인력을 제외하곤 10일간 시너지 휴가를 보낸다. 여름 휴가 외에 리프레시 휴가도 9일간 쓸 수 있다. 교육이나 복지는 대기업 못지 않다.

김기찬 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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