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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수수료 내린다는데 … 부담 누가 떠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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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 금융이 아니다. 법에 따라 ‘시장의 실패’를 보완한 것이다.”

카드사 “밴사 부담 늘려야”
밴사 “영세업자에 떠넘기나”
관치 논란 일며 업계 갈등


 4일 기자간담회에 나선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긴 시간을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불거진 논란을 해명하는 데 썼다. 이틀 전 금융위는 새누리당과의 당정협의를 거쳐 내년 1월 말부터 가맹점이 카드사에 내는 수수료를 대폭 인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영세·중소 가맹점은 한 해 4800억원, 일반 가맹점은 1900억원 등 총 6700억원의 수수료 부담을 덜게 됐다. 그러나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관치 논란이 불거지는가 하면, 깎아준 수수료를 누가 얼마나 분담할 것이냐를 두고 관련 업계 내에서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임 위원장의 말대로 이번 조정은 법(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른 것이다. 2012년 소상공인들의 수수료 인하 요구가 거세지자 국회가 법을 개정해 금융당국이 영세 가맹점의 ‘우대 수수료율’을 정하도록 못 박았다. 수수료율은 3년마다 ‘적격비용’을 감안해 재산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신용카드 업계는 냉소적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적격비용이란 기준 자체가 모호해 금융당국의 재량이 크게 개입됐다”며 “형식은 법에 따랐지만 내용은 관치”라고 항변했다.

 남은 건 인하분을 업계 내에서 어떻게 나누느냐다. 그런데 이 역시 별다른 기준이 없다 보니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 카드사들은 결제·승인 업무를 대행해주는 밴(VAN)사에 주는 수수료를 최대 30%까지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밴사들은 “부담을 영세업자에게 떠넘기려 한다”고 반발한다.

 임 위원장은 개입의 명분을 시장의 실패에서 찾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장이 실패했다기보다는 시장 자체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본다. 한국 카드 시장의 독특한 성장사 때문이다.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책적으로 신용카드 시장을 키웠다. 소비 촉진과 탈세 방지가 목적이었다. 파격적 제도들도 도입됐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도입하고 상인들에게는 카드를 거부하거나 현금과 차별할 수 없도록 했다.

 그러나 소액 거래에까지 광범위하게 신용카드가 쓰이면서 사회적 비용은 크게 늘었다. 한 해 1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불어난 가맹점 수수료가 대표적이다. 신용카드는 ‘외상 구매’라는 특성상 체크카드 등에 비해 많은 비용이 든다. 카드사들은 이 비용을 소비자보다는 주로 가맹점에 부담시켰다. 소비자는 카드 선택의 자유가 있는 반면, 가맹점은 ‘묶인 몸’이어서다. 미국의 비자·마스터카드처럼 카드 발급사와 가맹점의 이해를 조정하는 존재도 국내에는 없다.

 정부에도 신용카드는 애물단지다. 정책 효과는 거의 사라진 반면 소득공제로 빠져나가는 세수가 만만치 않아서다.

 이 때문에 근본적인 해법으로 가맹점의 협상력을 높여주는 방안을 제시하는 전문가가 많다. 윤선중 동국대 교수는 “소액 거래까지 신용카드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한 규정을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호주식 해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연 연구위원은 “호주도 시장에 개입은 하지만 가맹점별로 일일이 수수료율을 정해주는 대신 ‘평균 수수료율’만 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미 신용카드에 익숙해진 소비자의 반발이 걸림돌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며 “우선 체크카드 사용을 장려하고 핀테크를 통해 거래 비용을 줄이는 노력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민근·염지현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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