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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 찌르는 걸 봤다" '이태원 살인사건' 패터슨과 리, 17년만 법정 재회에 공방


“아더가 피해자를 칼로 찌르는 걸 봤다.(I saw Arthur stab the victim)”

1997년 발생한 ‘이태원 햄버거 가게 살인 사건’의 주범으로 기소된 아더 존 패터슨(36ㆍ사건 당시 18세)의 첫 재판에 당시 범행 현장에 함께 있었던 에드워드 리(36ㆍ사건 당시 18세)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동갑내기 친구였던 리와 패터슨은 피해자 조중필(당시 22세)씨가 살해된 97년 4월 3일 9시50분 이태원 햄버거집 화장실 사건 현장에 함께 있었다. 두 사람이 화장실에 들어간 뒤 조씨가 칼에 찔려 숨졌지만 리와 패터슨은 사건 이후 줄곧 상대방이 범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리와 패터슨이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 심규홍)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만난 건 17년 만의 재회다. 98년 9월 당시 주범으로 기소된 리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패터슨을 본 것이 마지막이었다.
당시엔 리가 피고인 신분이었고, 패터슨은 증인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패터슨이 피고인 석에, 리가 증인 석에 앉았다.

남색 양복 차림의 리가 법정에 들어서자 하늘색 수의를 입은 패터슨이 피고인 석에서 그를 빤히 쳐다봤다. 잠시 눈이 마주쳤지만 둘 다 굳은 표정이었다. 미국계 한국인인 리와 패터슨은 재판에서 영어로 진술했고, 통역인이 이를 한국말로 옮겼다.

리는 ‘증인과 패터슨 둘 중 한 사람이 피해자를 칼로 찔렀다는 입장이냐’는 검찰 질문에 “그렇다”며 “사건 당시 나는 그저 손을 씻으러 화장실로 갔고, 거울을 통해 패터슨이 대변기 칸을 살펴보고는 갑자기 조씨를 찌르기 시작하는 걸 봤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너무 놀라 돌아섰고, 조씨가 오른쪽 팔을 휘저으면서 패터슨을 때리려 했지만 패터슨은 계속해 피해자를 찔렀다”며 “조씨가 자신의 목을 붙잡고 넘어지려 하는 모습을 보고 화장실을 나왔다”고 덧붙였다.
리는 화장실에 가기 전 ‘패터슨과 살인을 공모한 것 아니냐’는 검찰 질문에도 “패터슨 혼자서 저지른 것”이라며 패터슨의 단독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사건 당일 리와 패터슨이 피해자를 상대로 아리랑치기(취객을 상대로 한 강도절도 범죄)를 저지르기로 마음 먹고, 리가 패터슨에게 접이식 칼을 건네주며 피해자를 찌를 수 있겠느냐고 권유했다”고 공소사실을 제시했지만 리는 이를 모두 부인했다. 검찰이 범행 현장사진을 제시하며 패터슨에게 "범행을 부추기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범행에 쓰인 길이 22㎝짜리 칼도 자신은 손을 댄 적이 없다고 했다.

리가 답변하는 동안 패터슨은 증인석이 있는 오른쪽으로 몸을 틀어 리를 쳐다봤다. 종이에 뭔가를 적기도 했다. 패터슨은 변호인 측 증인신문 때 사건 당일 햄버거 가게에 동석했던 친구 제이슨의 진술을 놓고 리에게 직접 질문을 하며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패터슨은 “제이슨이 사건 당일 ‘화장실에 가서 뭔가 보여주겠다’는 취지의 말을 누군가 했다는 진술을 당시 수사 때 했다”고 하자 리는 “나중에 제이슨 얘기가 당시 패터슨의 아버지가 그런 말을 해달라고 부탁했다더라”고 반박했다.

변호인 측은 리에게 “사건 당일 증인이 패터슨의 칼을 갖고 장난치는 걸 봤다는 친구들의 진술이 있다”며 “경찰, 검찰 수사 때 칼에 대한 증인의 진술도 계속 바뀌었다”고 지적하자 리는 “기억에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 조사나 경찰 조사를 받을 때 통역이 전혀 없었고 첫 경찰 조사 때도 잠을 재우지 않고 조서에 서명ㆍ날인 없이 집에 보내주지 않았다”고 했다.

이날 피해자 조씨의 어머니 이복수(73)씨는 재판부가 발언할 기회를 주자 “서로 미루고 안 죽였다고 하는 걸 듣다보니 18년 전 (1·2심) 재판과 똑같다”며 “이번엔 제발 범인을 밝혀 아들의 한을 풀어달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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