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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민생" 뒤로 숨은 여당 vs 침낭 다시 펴는 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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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며 국회 로텐더홀에서 농성을 벌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3일 새벽 침낭에서 잠을 자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4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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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낮 12시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 고위 당·정·청 회의가 열렸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 발표를 막 끝내고 온 황교안 국무총리와 황우여 사회부총리도 참석했다. 참석자들의 표정은 무거웠지만 홀가분함도 묻어났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정부가 국정화 고시를 하는 모습을 속 시원하게 보고 모였다”고 말했다. 황우여 부총리의 손을 잡고 “아이고, 고생 많으셨습니다”라는 공치사도 했다. 참석자들은 점심 식사를 함께하면서 1시간40여 분 동안 현안 이슈를 점검했다.

여당, 고시 끝나자마자 종전선언
야당, 이틀째 농성하며 개전선포
역사전쟁에 예산국회 멈춰서

 #같은 시각 국회 본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실. 문재인 대표 등 당 지도부가 모였다. 긴급 대책회의를 하기 위해서였다. 문 대표는 “역사 국정교과서는 나치 독일이 했고, 군국주의 일본이 했던 제도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입으론 자유민주주의를 말하지만 실제론 독재를 추구하는 세력”이라고 기자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인 뒤 대표실로 들어갔다. 이렇게 시작된 회의는 오후 1시50분까지 이어졌다. 점심 식사는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서로 다른 두 오찬 회동 장면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 발표를 계기로 쪼개진 한국 정치의 모습이다.

 여권은 이날을 ‘교과서 논쟁의 종전일’로 삼으려는 분위기였다. 당·정·청 회동에서 김 대표가 “역사관은 학자들에게 맡기고 정치권은 민생에 주력하자”며 쐐기를 박자 다른 참석자들은 교과서 문제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회동 직후에도 참석자들은 ▶가뭄 대책 ▶경제활성화법 처리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등 정책 이슈들에 논의가 몰렸다고 전했다. 다만 일부 당 측 참석자들이 비공개 회의에서 “국정화 확정고시를 왜 당과 상의 없이 앞당겼느냐” “이런 식으로 야당을 자극하면 노동개혁 등은 어떻게 처리하려고 하느냐”는 불만을 정부 쪽에 표출했다고 한다. 하지만 황 부총리는 “다른 이슈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교육부가 잘 관리하겠다”고 답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야당은 3일을 ‘선전포고일’로 삼았다. 정부가 국정화 고시를 발표하던 순간(오전 11시) 새정치연합은 국회 본관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11·3은 5·16(쿠데타)에 이은 부끄러운 대명사가 될 것”(박수현 원내대변인)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새정치연합은 오후엔 황 총리의 대국민담화를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날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시작한 철야농성도 이어 갔다.

 이 바람에 예산국회는 멈춰 섰다. 야당의 보이콧으로 3일 국회 본회의와 예산결산특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전체회의, 보건복지위·정무위 소위들이 줄줄이 취소 또는 연기됐다. 본회의에선 김태현 중앙선거관리위원 선출안과 36개 민생 관련 법안의 처리가, 농해수위에선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물 건너갔다.

 하지만 이번 여야 대립은 과거와는 전개 양상이 조금 다르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당시는 ‘야당의 대통령 사과 요구→여당의 거부→야당의 장외투쟁→국회 공전, 여론 악화→여당 민생 카드로 압박→야당 국회 복귀’의 전형적인 수순으로 국면이 흘렀다. 이번엔 여권이 ‘종북 교과서’ 문제를 제기하며 선제적으로 이슈를 꺼냈다. 야당은 거부했지만 쉽게 장외로 나가진 않았다. 2일까진 원내외 병행투쟁을 통해 여론 악화를 막았고, 국정화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면서 ‘시민’을 우군으로 확보하려 했다. 이런 상황에서 역사학자들의 국정교과서 반대성명 및 집필 거부 선언이 잇따르면서 국정화 찬반 여론(지난달 13일 찬성 47.5% 대 반대 44.7%→지난달 28일 찬성 44.8% 대 반대 50%, 이상 리얼미터)이 역전됐다. 새누리당이 과거 공식대로 국정화 확정고시 이후 민생카드를 뽑아 들었지만 어느 쪽이 주도권을 쥘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이날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야당은 역사 교과서 문제를 ‘총선용 동아줄’로 여기고 있는데, 민생과 경제를 외면한 동아줄은 썩은 동아줄”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최재천 정책위의장은 “여당의 주장은 국면 전환용 ‘위장 민생’”이라고 받아쳤다.

남궁욱·위문희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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