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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혁 “쇼팽의 병약한 슬픔에 꽂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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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앨범 ‘쇼팽 24개의 전주곡’을 낸 임동혁. [사진 워너 클래식]

3일 오후 피아니스트 임동혁(31)이 서울 한남동 스트라디움에 모습을 드러냈다. 새 앨범 ‘쇼팽 24개의 전주곡’(워너 클래식) 발매를 기념해 쇼케이스를 가졌다. 2008년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EMI) 이후 독집으로는 7년 만이다. 임동혁은 현재 워너 클래식 소속 유일한 한국인이다. 음반은 취향을 반영하여 한국판과 인터내셔널 판이 서로 다른 표지로 발매된다.

7년 만에 솔로 앨범 발매
조성진과 같은 ‘24개의 전주곡’
내년 1월 예술의전당 공연 예정

 언젠가 임동혁의 쇼팽 연주에서 입체적인 농담(濃淡)을 느꼈던 적이 있다. 가끔 그의 쇼팽은 차원이 다른 세계를 소환한다. 새 앨범이 쇼팽이란 소식이 누구보다 반가웠다. 임동혁에게는 도전이었다. 전주곡 24곡은 연습곡 못지 않게 기교적으로 까다롭다. 올해 3월 런던 헨리 우드 홀에서 녹음할 때 “곡마다 분위기 전환이 자연스럽도록 신경 썼다”고 했다.

 연주 레퍼토리도 화제다. 지난달 발매된 윤디 리(DG)와 임동혁, 그리고 오는 6일 발매되는 조성진(DG)의 음반 곡목이 공교롭게도 모두 ‘쇼팽 24개의 전주곡’으로 같다.

 조성진과 후배들의 잇단 콩쿠르 우승 소식을 접한 임동혁은 “완전히 선배가 된 느낌”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2005년 쇼팽 콩쿠르 공동 3위 입상 당시 임동혁의 피아노 안에 조율도구가 들어있어 연주를 멈췄던 일은 유명하다. “그 일은 내 연주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 절대 고의라 생각지 않는다. 우연일 것”이라 답하는 임동혁에게 성숙함이 느껴졌다.

 임동혁은 후배 조성진을 “테니스의 페더러 같이 균형 잡힌 연주가”라고 칭찬한다. 찜질방도 같이 가는 사이다. 새 앨범의 편집 전 버전을 차에서 함께 듣기도 하고 라벨 ‘라 발스’ 연주에 대해 조언하기도 했다. “너 정도 실력이면 사람들 앞에서 겸손하게 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음악 앞에선 겸손했으면 좋겠다”란 진심 어린 충고를 들려주기도 했다.

 최근 화제가 된 쇼팽 콩쿠르 선배 윤디 리의 졸연에 대해서는 일단 동병상련의 마음을 표시했다. “무대 나가기 전에 가장 두려운 건 실수가 아니라 악보를 잊는 거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아닌 ‘일어날 일이 일어났다’는 반응이라면 연주자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라는 뼈있는 말을 들려줬다.

 임동혁이 뉴욕에서 지낸 8년간은 ‘상실의 시대’였다. 모친상과 이혼을 겪고 피아노도 도난당했다. 가끔씩은 ‘나만큼 많은 일들을 한꺼번에 겪은 사람 있을까’ 탄식도 하며 지냈다. 그는 1980~90년대 가요, 그중에서도 슬픈 발라드 곡들만 즐겨 듣는다고 했다. 한없이 우울할 때, 슬픈 노래들로부터 위로와 치유를 경험했다는 그는 이번 앨범에서도 ‘슬픔’을 잘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쇼팽의 작품 중 즐거운 곡들도 있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장송행진곡 같이 슬픔을 표출하는 곡들이 대부분이다. 비극적 표현은 성숙으로 가능하다. 내 연주도 여러분에게 한없이 슬프게 다가가길 원한다. 요즘은 쇼팽의 병약하고 깨질 것 같은 측면에 주목하고 있다.”

 아픔을 겪으며 ‘레스 이스 모어(Less is More : 간결하고 단순하게)’란 교훈을 연주에 적용하고 있다는 임동혁. 현재 그는 워너 클래식 측의 권유로 뉴욕에서 베를린으로 거처를 옮기고 있다. 12월 중 전국 투어가, 내년 1월 23일 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이 예정돼 있다. 아픈 만큼 성숙한 그가 들려줄 음악의 ‘깊은 슬픔’을 기대해 본다.

류태형 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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