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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한 요즘 청춘, 그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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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길에 선 장편소설 『여름을 지나가다』의 작가 조해진씨. 인간의 삶을 기차에 빗대 출생과 죽음이 반복되는 윤회 과정으로 그렸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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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국제통화기금) 세대 작가가 N포 세대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한 자락 위로. 소설가 조해진(39)씨의 최근 장편 『여름을 지나가다』(문예중앙·사진)의 내용을 이렇게 요약해도 될 것 같다. 조씨 자신은 IMF 세대, 소설에서 조씨가 애정을 담아 다룬 대상은 ‘3포’ ‘5포’에 심지어 ‘7포’까지,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행복 조건들을 포기한 채 불안하고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는 요즘 20대라는 얘기다.

조해진 장편 『여름을 지나가다』
“최소한 행복도 포기했다는 20대
나도 그 시절 임시직 전전해 애틋”
잘나가던 전문직서 추락한 여성
신용불량자 알바생에게 연대감
“이런 삶도 있구나 공감해줬으면”

 현대소설에 여러 가지 기능이 있겠지만, 어려운 처지의 이웃, 주변인, 소수자 등을 보듬어 안는 방편으로 소설을 ‘활용’하고자 하는 조씨의 특징은 문단에서는 어느 정도 알려진 바다. 조씨의 대표작인 2011년 장편 『로기완을 만났다』는 탈북 국제 유랑민, 이전 작품들에서도 그는 에이즈 환자·노숙자·고려인 아내 등을 다뤘다.

 그런 취향의 원인을 조씨 자신의 인생 이력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그는 인터뷰에서 “나는 IMF 세대”라고 말했다. “1995년에 대학에 입학해 졸업을 앞두고 IMF 체제를 맞았다”고 했다. 작가의 길을 선택해서이기도 하겠지만 그는 한 번도 정규직으로 일한 적이 없다. 입시학원 강사·출판사 편집자 등을 전전하며 작품을 쓰는 데 필요한 최소한만큼만 벌었다.

 그런 체험 때문에 젊은 세대의 아픔에 특히 예민한 거냐고 묻자 그는 “요즘 대학생들은 과거 고등학교 졸업자들이 하던 일을 하고 산다”고 답했다. 커피숍이나 휴대전화 판매점 점원, 병원 간병인 같은 일들이다. 물론 정규직 일자리가 없어서다. “20∼30대는 어떤 시대나 지내기 어려운 시기이기는 한데 요즘 젊은층은 시대를 통틀어서도 객관적으로 가장 어렵게 사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여름을…』은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덩달아 신용불량자가 되는 바람에 남의 명의를 도용해 아르바이트 일을 하며 입대 날짜를 기다리는 20대 초반의 휴학생 ‘수’, 공인회계사로 잘나가는 전문직 여성이었지만 노동쟁의·부실 회계 보고서 등이 얽힌 사건으로 인해 같은 회사 연하 남성과 파혼(破婚)하고 인생의 절벽에서 추락하는 30대 중반의 ‘민’, 두 사람이 핵심 인물이다. 오만하던 민의 점진적인 회심(回心) 과정, 그래서 우연히 마주친 수를 보살피는 장면, 그에 따른 낯선 타인 사이의 연대와 공감의 가능성을 소설은 제시한다.

 그렇다고 민이나 수의 현실적인 생활 문제가 일거에 해결되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소설은 허황되지 않다. 소설이 실제로 존재할 법한 현실 속의 민이나 수 같은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도 없다.

 조씨는 “소설이 실제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더라도 읽는 동안 이런 삶도 있구나 하는 점을 독자들이 알게 되고 그 아픔에 공감할 수 있게 된다면, 그런 느낌이 비록 순간적일지언정 소설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 수의 수난과 민의 허망함을 지켜보는 일은 즐겁지 않다. 조씨의 공들인 문장들이 그런 불편함을 덜어준다.

 그는 특히 소설의 곳곳에서, 지금 수와 민이 겪는 고통은 이번 생에서만 그런 것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기차의 이미지를 통해서다. 기차 차량 한 칸이 한 생애, 차량들이 여럿 모여 이루는 한 편성을 윤회하는 인생 전체로 놓고 본다면 한 칸에서의 고통은 일시적인 것이다. 아무리 지금 한 칸이 뜨거워 못 견디는 화탕지옥이라고 할지라도 견딜 용기가 생긴다. 다음 차량은 다를 테니. 수와 민은 그렇게 여름을 지나는 사람들이다.

글=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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