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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흔든 시 한 줄] 문봉선 한국화가·홍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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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저리 천만 송이
눈앞에 어른거리지만


감상할 만한 것은
오직 두세 가지뿐.

- 이방응(李方膺·1698~1754), ‘제(題)매화’ 중에서
 
  

꽉 채우기보다 비울수록
풍성해지는 그림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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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고 격조 있는 매화 그림으로 유명한 청나라 문인화가 이방응의 시다. 대학원 시절 이 시를 처음 읽었고, 10여 년 한국·중국·일본의 매화를 사생하러 다니다가 어느 순간 그 뜻을 깨닫고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눈앞에 수많은 매화 가지가 흐드러지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중 그림이 될 만한 매화 가지가 어느 것인지 알아보는 안목과 식견이라는 뜻이다. 한편으론 고졸미도 일깨워준다. 풍성한 매화를 다 담고 싶지만 단 한두 송이만 적게 그려낼수록 더욱 아름답다는 것이다.

 초록 줄기에 흰 꽃이 피는 중국·일본의 매화와 달리 한국 매화는 갈색 줄기에 흰 꽃을 피워 올려 더욱 우아미가 있다. 겨울철 사생을 하려니 세 손가락 끝을 잘라낸 장갑을 끼고 언 손을 녹여가며 그림을 그렸다. 나중엔 먹마저 얼어붙어 붓을 입으로 빨아 녹이기도 했다. 그렇게 10여 년 공부하고 또 3~4년이 지나니 비로소 나만의 매화 그림이 보였다. 요즘도 매화 철이 되면 학생들과 사생을 가며 이 시를 읽는다. 끊임없는 사생을 통해 자연과 대화하고 상대의 정수를 간파해내는 안목을 갖추는 것. 그 작가적 깨달음에 대한 시다.

 문봉선 한국화가·홍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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