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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샘표가 글로벌 된장 그룹 되면 안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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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정치국제부문 기자

“중견기업들은 꼭 찬밥을 얻어먹는 것 같다. 서자(庶子) 취급을 받는 느낌이다.”(윤동한 월드클래스300 회장)

 “자본에는 조국이 없다고 한다. 제발 한국에서 사업할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정영기 계양정밀 회장)

 3일 오전 새누리당이 마련한 중견기업 간담회에서 터져나온 기업인들의 목소리였다. 새누리당 중소기업·소상공인 특별위원회(위원장 이정현 의원)는 중견기업의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책을 마련하고자 자리를 만들었다.

 중견기업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중간 규모로 상시 근로자 1000명 이상,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 등의 조건을 충족하는 기업을 말한다. 박근혜 정부가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에 ‘성장 사다리’를 놓겠다며 처음 도입한 개념이다. 중견기업 수는 2013년 기준 3846개로 전체 기업의 0.12%에 불과하다. 하지만 고용의 15.7%, 수출의 9.7%를 차지한다. 문제는 중견기업 대열에 들어서면 자부심보다 부담이 더 크다는 점이다. 세제·인력 공급 등 다방면에서 오히려 차별받고 있다는 게 중견기업인들의 하소연이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넘어가는 순간 연구개발(R&D) 자금 지원의 자격을 박탈당하는 경우가 많다”(유태경 루멘스 대표),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재벌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규제하겠다고 만든 건데, 중견기업도 규제를 받는다. 중소기업이 아니면 비즈니스를 확대하지 말라는 뜻인가. 샘표식품은 간장뿐 아니라 된장·고추장도 많이 연구하고 있는데 국내에서 사업에 제약을 받으니 해외 진출도 어렵다.”(박진선 샘표식품 대표),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법령 때문에 엉뚱하게 중견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곽재선 KG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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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인들이 3일 새누리당이 마련한 간담회에서 업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중견기업 성장촉진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강호갑 중견기업협회장은 “특별법이 발효된 지 1년 반이 지났는데 아직도 개선 속도는 더디고 중견기업인들은 규제 혁파에 목이 말라 있다”고 말했다. “법은 그 목적을 달성할 때 존재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중견기업인들의 호소에 간담회에 나온 기획재정부 등 정부부처 관계자들은 “법령대로 한 것인데 관련 법령이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겠다”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답변했다. 이에 특위 위원장인 이정현 의원은 “정부의 답변이 너무 행정적인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무성 대표도 “정부는 내용을 파악하고 지원하려 하겠지만 그러다 보면 세월 다 가고 (기업인들) 숨 넘어간다”고 했다.

 정부부처의 판에 박은 듯한 답변을 들으면서 왜 중견기업인들이 ‘찬밥신세’라 하소연하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것 같았다.

김경희 정치국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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