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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희의 시시각각] 김현지의 노래를 듣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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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희
논설위원

김현지의 노래를 좋아했다. 실로 오랜만에 가수의 노랫소리에 가슴 속에 큰 파동이 만들어졌었다. 2년 전 TV에서 우연히 보게 된 김현지 노래에 홀려 그가 나온 ‘보이스 오브 코리아’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본방사수’했었다. 난생 처음 그를 위해 문자 투표도 했다. 그의 노래는 특별했다. 지난주 김현지가 인터넷 검색순위에 오른 걸 보고 오래 기다렸던 노래를 발표한 줄 알았다. 한데 사망 소식이었다.

 그의 노래에 한창 꽂혀 있을 때 칼럼을 썼었다. 2013년 3월 20일자 ‘분수대’에서 지금 같은 상업적 노래 시장에 그의 무대가 있을까를 걱정했다. 그의 중성적 외모와 무뚝뚝한 태도는 ‘롱다리 걸그룹’이 판치는 지금의 상업시장에서 통하기 어려워 보였다. 그래서 그의 상품성 결핍을 청중들이 채워준다면 깊고 작은 노래에도 무대가 생기지 않을까 고대했었다. 하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지금 우린 특별한 노래를 가지고도 무대가 없었던 그가 스스로 인생의 막을 내린 장면 앞에 서게 됐다.

 일부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의 ‘희망고문’과 대중문화계의 ‘수저계급론’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재능으로 기회를 잡아보려는 젊은이들의 꿈을 방송을 위해 소모하고, 음악에 순위를 매겨 예술 역시 승자독식의 정글로 만들어 버리고 있다는 비판. 대형 자본이 육성한 아이돌에게는 쉽게 열리는 방송무대가 김현지 같이 노력하는 흙수저에게는 꿈처럼 다가가기 힘들다는 지적 등이었다.

 대중문화의 상업주의가 악이라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 요즘 문화예술산업이라는 말이 자연스러워진 마당에 문화예술이 상업성을 추구하는 게 잘못됐다거나 예술의 순수성만을 주장할 순 없다. 자본과 결합되었기에 세계에 통하는 K팝 같은 문화상품도 탄생할 수 있었다. 다만 불편하고 두려운 것은 다양성을 집어삼키며 획일화되는 작금의 문화현상이다. 마치 ‘클론(clone, 복제 혹은 복사품)의 습격’을 보는 것 같다.

 문화의 획일화와 승자독식은 온갖 걸그룹이 장악한 대중음악 시장만의 특징은 아니다. 영화·드라마·출판 등 전 영역에 걸쳐 그러하다. 할리우드 상업영화나 요즘 한국영화의 주류를 차지한 애국심 혹은 사회고발정신 투철한 사회학적 영화와는 좀 다른, 작가주의 영화든 예술 영화든 제3세계 영화든, 어쨌든 좀 다른 영화를 보려면 팝콘도 팔지 않는 독립영화관에서 10여 명 남짓의 관객과 함께 봐야 한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스크린마다 주류 영화를 걸어놓는다.

 독서 시장은 어느 순간 멈춰버린 듯하다. 교보문고에서 올해 베스트셀러 1위에 진입한 책은 단 두 권뿐이란다. 모든 베스트셀러가 장기 집권하는 순환장애에 걸렸다. 베스트셀러는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진 소설, 유명인 작가의 책만 팔린단다. 출판계에선 ‘우리 독자들은 유명인들에게 충성하기 위해 책을 산다’는 한숨소리도 나온다.

 이렇게 우리 문화시장은 획일화된 상품을 소비하고 유명해진 승자에게 부와 명예, 찬사를 몰아주며 반성 없이 돌아간다. 문화권력의 불온함을 경고하는 한편에선 문화소비자들 스스로 문화권력에 투항해 뇌를 저당잡히며 그들의 권력을 더욱 강건하게 해주고 다른 방식의 문화와 예술이 설 땅을 빼앗아버린다.

 문화권력이든 정치권력이든 권력이 좋아하는 백성은 획일화되고 우민화된 대중이다. 다루기 쉽고 만만해서다. 지금 우리 문화시민의 수준은 어디메쯤일까. 어제 정부가 의견수렴 기간도 끝나기 전에 국정교과서안을 확정고시했다. 더 들을 필요도 없다는 거다. 정부가 지정하는 ‘올바른 역사’만을 주입시켜야 할 만큼 우리 시민들의 문화적 수준이 만만하게 보인 건 아닐까. 원래 무시당하며 살지 않으려면 치열해져야 한다. 문화적으로는 다양성을 추구하고 포용력을 키우는 게 치열해지는 방법이다. 치열하고 수준 높은 문화시민만이 권력들의 우민화와 획일화 시도를 막아낼 수 있다. 더불어 김현지 같은 노래에도 무대를 만들어줄 수 있고….

양선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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