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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1000억 흑자 내다 5000억 적자 … 무슨 일 있기에

“2013·2014년에 500억원 이상의 거액 영업손실이 발생한 소위 ‘회계절벽’에 해당하는 상장법인은 36개사.”

‘회계절벽’ 상장법인 36개사
조선·건설 등 수주기업 “관행”
“당국, 일부 관련 기업 조사 중”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공인회계사회·한국회계기준원이 지난달 28일 공동 발표한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방안’ 보고서 첫머리에 등장하는 문구다. 보고서는 “최근 조선·건설 등 수주산업을 중심으로 대기업 회계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힌 뒤 비실명으로 2개 기업의 사례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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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가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 태스크포스(TF) 참여자들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회계절벽은 비단 수주산업에 한정된 현상이 아니었다. ‘회계절벽’에는 크게 두 가지 형태가 있다. 하나는 수주산업의 관행이다. 조선·중공업·건설 등 수주기업은 공사를 하나 수주하면 마무리하기까지 몇 년이 걸린다. 이 때문에 수주액에 주먹구구식으로 산정한 공사진행률을 곱해 분기 실적을 산출한다. 공사가 끝날 때까진 분기별 손실과 이익도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형태는 손실 은폐를 위한 이른바 ‘빅배스(Big Bath)형’이다. 주가 부양이나 투자 유치 등이 필요해 좋지 않은 실적을 당장 발표하기 어려울 때 손실을 일정 기간 동안 숨겨 두고 모아 뒀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몰아 반영하는 일종의 편법이다. 빅배스형은 고의적인 회계조작이 배후에 있을 가능성이 있고, 결과적으로 투자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는 편법이어서 범죄로 처벌될 수 있다.

이번에 ‘회계절벽’이 나타난 36개사의 분기 실적 흐름을 훑어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대목이 적지 않다. 대우건설은 2013년 매 분기 1000억원대의 흑자를 기록하다가 4분기에 5783억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KT도 2000억원 안팎의 흑자 행진을 이어가다가 2013년 4분기와 2014년 2분기에 각각 2000억원대와 90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전력공사는 분기마다 조 단위의 손실과 조 단위의 이익이 번갈아 가며 등장한다.

 물론 장부상 수치만 보고 불법행위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2013년 유가 하락으로 해외 사업장에서 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유가 하락이 지속되면 해외 사업에서 거액의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미래 리스크’를 선반영해 5000억원 이상을 손실 처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T 측은 “명예퇴직 자금 1조원이 반영되면서 적자가 커진 것일 뿐 분식회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한전 관계자는 “2013년 2분기에 석탄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가가 상승했는데 요금에 제때 반영이 안 돼 적자가 발생했다”고 했다.

 불법성이 없었다고 해도 회계절벽은 투자정보 왜곡이란 점에서 논란의 여지는 남는다. 무엇보다 기업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가 저하될 수 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은 “회계절벽이 반복되면 선량한 투자자가 피해를 보고 회계신뢰성이 흔들려 궁극적으로 자본시장의 효율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분식회계 등 의도적인 회계조작의 결과라면 문제는 더욱 커진다. 특히 세계적인 경기 부진과 원자재 가격 하락 등으로 수주기업의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최근 회계절벽은 “관행만은 아닐 것”이라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보고서도 “수주산업의 어려움이 가중될수록 재무정보의 분식 우려가 커진다”고 적시했다.

 금융감독 당국은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회계절벽이 고의적인 분식회계인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분식회계 정황이 짙다고 판단되면 금융감독원 감리가 이뤄지게 되고 검찰 수사 및 관련자에 대한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 36개사 역시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대우조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 당국 등은 보고서에서 36개사와 관련해 “회계의혹·회계절벽이 분식회계인지, 정상적 회계처리인지에 대한 판단도 중요하다”고 명시했다. 한 TF 관계자는 “TF에서도 36개사 사례를 연구했지만 이들 업체의 회계조작 여부는 금융 당국이 따질 문제라는 게 결론이었다”며 “당국이 대우조선 감리 착수 여부를 결정한 뒤 다른 기업들에 대해 들여다보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 기업 관계자도 “당국이 대우조선 이외에 영업이익 및 손실이 급변한 일부 기업에 대해서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박진석·황정일 기자 kailas@joongang.co.kr

◆회계절벽=장부상 이익을 내던 기업이 갑자기 거액의 손실을 기록하는 현상으로 지난 2년뿐 아니라 올해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금융 당국 등은 회계절벽 근절을 위해 지난달 28일 ▶공사 진행률 및 충당금 공시 ▶공사 예정 원가의 매 분기 재산정 ▶분식회계 기업 및 회계법인에 대한 제재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대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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