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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通新이 담은 사람들] 천년주목으로 펜 만드는 고영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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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江南通新이 담은 사람들’에 등장하는 인물에게는 江南通新 로고를 새긴 예쁜 빨간색 에코백을 드립니다. 지면에 등장하고 싶은 독자는 gangnam@joongang.co.kr로 연락주십시오.


어려운 시절 힘이 된 수제 펜 … 한·중·일 정상회담 가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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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과 보라색 빛이 오묘하게 감도는 주목으로 만든 수제펜.


“주목은 예부터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을 산다고 해서 천년주목이라고 불렀어요. 베어낸 다음에도 천 년 동안 썩지 않아요. 게다가 한반도가 원산지고요.”

 지난달 29일 마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고영철(53·사진) ‘피아커’ 대표작가가 자신이 만든 주목 펜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손에는 지난 1일 한·중·일 정상회담장에서 각국 정상이 사용한 펜이 들려있었다. 그가 만든 펜의 몸통에선 붉은색과 보라색 빛이 오묘하게 감돌았다.

 주목은 예부터 귀하게 여겨온 나무다. 조선시대 궁궐에선 주목의 수액으로 왕의 곤룡포를 염색했다. 악귀를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전해져 양반가에서는 부적을 쓸 때 주목의 수액을 사용했다. 주목은 백두산과 태백산에서 많이 나는데 요즘은 보호수종으로 지정돼 함부로 벨 수 없다. 현재 거래되는 주목은 예전에 베어 가공해놓은 것들로 구하기가 쉽지 않다.

 고 작가는 좋은 주목을 찾아 전국을 누빈다. 무늬 많은 뿌리 부분의 주목을 재료로 쓰면 더 멋진 펜을 만들 수 있다. 그런 주목을 만나면 횡재한 기분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나무로 뭔가를 만드는 걸 좋아했다. 중학교 땐 학교에서 일하는 사환 아저씨를 도와 나무로 된 책걸상을 고치거나 만들곤 했다. 학교를 졸업한 후 나무 공방에서 일하다가 1997년 경기도 성남시에 목공방을 열었다. 한동안 고전하다가 학교에 쓰일 나무 제품을 납품하면서 안정을 찾았다. 한 달에 수억 원의 매출을 올만큼 돈도 잘 벌었다.

 하지만 시련이 찾아왔다. 골프장 사업에 투자했다가 부도를 맞았다. 빚쟁이들을 피해 작은 공방에서 숨어 지내는 힘든 시간이었다. 그때 그를 잡아준 게 수제 펜이다. 종일 펜 만드는 데 매달렸다. 펜을 만들 땐 잡생각이 사라졌다. “펜은 워낙 작아서 정교하게 작업해야 해요. 하면 할수록 힘들어요. 그게 매력이죠.”

 처음부터 수제 펜을 남에게 팔거나 상품으로 만들 생각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하나둘 그의 펜을 알아봤고 작은 전시회도 열었다. 피아커를 만들게 된 건 2008년 오진욱(39·피아커 대표)씨를 만나면서다. 당시 대기업에 다니던 오씨는 퇴근 후 거의 매일 공방을 찾아 나무로 펜을 만들고 있었다. 그는 오스트리아 빈 여행길에 허름한 목공소에서 나무를 깎아 수제 볼펜을 만드는 장인을 만나고 그 매력에 빠졌다고 한다.

 두 사람은 “원목 수제 펜의 매력을 널리 알려보자”고 의기투합하고 2011년 피아커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선보였다. 이름이 알려지면서 백화점에도 입점했다. 고씨는 수제 펜의 매력을 아날로그적 감수성이라고 생각한다. “디지털 문화가 확산해 가도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에게 가치 있는 브랜드로 남고 싶다”는 게 그의 포부다.

 그에게 각국 정상들이 쓸 펜을 어떻게 만드느냐 묻자 그는 “사실 정상들이 쓸 펜이라고 해서 더 공들여 만든 건 아니다”라며 “보통 사람이 쓰는 펜이나 정상들이 쓰는 펜이나 들이는 정성은 똑같다”고 웃었다.

만난 사람=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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