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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파리 공연 때 15분간 기립박수, 지금도 뭉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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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하고 반듯한 몸매에 한복 맵시가 정갈하기로 이름난 안숙선 명창이지만, 국악신문이 꼽은 ‘국악계의 영향력있는 인물’ 1위로 뚝심 좋고 추진력이 강하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아기 명창’이 ‘세계의 명창’이 됐다. 안숙선(66)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은 9세에 집안 피 내림으로 소리 길에 들어선 뒤 60년 가까운 시간을 국악을 받들며 살아왔다. 지난 9월 21일 프랑스 파리가을축제에서 ‘수궁가’ 입체창을 불렀을 때는 관객들이 15분을 기립 박수하며 동서양 음악세계를 뛰어넘은 프리마돈나에 열광했다.

 “만원 객석과 공감할 때 감동이야 늘 뭉클하지만 그날 무대는 어찌나 좋던지 자다가도 웃어요. 세상 부귀영화 다 갖다 준다 해도 난 소리꾼 안숙선이면 됐다 싶군요. 소리 잘 되는 날엔 부러울 것이 없어요.”

 서울 세곡동 연습실에서 만난 안 명창은 오늘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스승이 남긴 말씀을 되새기고 있었다. 그가 늘 바라보며 닮고자 했던 오정숙 명창은 생전에 “숙선이는 소리를 놓지 말고 하루 한 두 시간은 꼭 해라” 하셨다.

 “소리야 매일 하죠. 선생님은 여기저기 불려다니거나 가르치며 하는 소리가 아니라 스스로 관찰하며 제가 만족할 수 있게 연마하는 소리가 부족할까봐 경계하라는 얘기셨어요.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인 가야금 산조 및 병창 예능보유자로서 가야금병창을 제 격에 맞게 다잡는 일에도 힘을 쏟고 있어요. ‘작은 창극’도 더 만들어보려 하고요. 소리의 길은 멀지만 오직 이 길뿐입니다.”

 국악계가 인정하는 그의 발품과 인품 덕일까. 안 명창은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주관하는 2015 삼성행복대상 ‘여성창조상’ 수상자로 선정돼 5일 오후 3시 서울 삼성생명 컨퍼런스홀에서 상을 받는다. ‘국악의 계승 발전과 현대화에 기여한 작은 거인’으로서 판소리가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지정되는데 큰 기여를 한 점을 인정받았다.

 “상복이 많다 해도 이 상은 제게 남다른 의미가 있어요. 대중이 사랑해준 예인으로서 제가 걸어온 길을 평가하고 앞으로 갈 길을 잘 가라는 격려로 받아들입니다. 국악 대중화와 현대화, 세계화에 한결같은 심부름꾼이 되라는 뜻이겠지요.”

 안 명창은 한때 머리를 밀어볼까 생각한 적이 있다고 했다. 세상 일 다 내려놓고 깊은 산에 숨어 머리카락이 자랄 때까지 몇 년쯤 소리만 했으면 싶어서다. 학문이 깊은 선생님을 모시고 소리의 실체를 분석하는 공부 욕심도 있다.

 “그렇게 몇 년쯤 하고 나면 제 소리의 빛이 더 나지 않을까요. 지금 같아서는 누가 날 업어다가 무인도에 떨어뜨려 놓지 않고서는 어렵겠지만요.”

 소녀처럼 곱게 웃던 안 명창은 옷매무새를 반듯하게 다잡으며 그 전에 할 일이 많다고 했다. 홍대 앞거리나 대학로에 자연 음향으로 국악 공연만 하는 자그마한 극장을 세우는 게 그중 첫째다. “젊은이들이 판소리 한 대목이나 단가를 흥얼거리며 놀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는 명창 얼굴이 열정으로 발그레해졌다.

글=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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