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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의 엔초 페라리 찾기 위해 음악·과학·철학 … 모든 분야와 호흡”

거대한 프루스트 의자 앞에서 포즈를 취한 그라치아 쿠아로니.



이탈리아 디자이너 알레산드르 멘디니 회고전(2016년 2월 28일까지)이 열리고 있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전시관 한켠에는 독특한 작품들이 모여 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로 제작된 가로 세로 높이 3m의 거대한 ‘프루스트 의자’부터 형형색색 타일을 붙여 만든 유럽의 옛 성당 축소본(높이 5m)과 금색 모자이크 타일에 스와롭스키 크리스털 펜던트로 만든 고대인 얼굴이 그것이다. 또 그 옆에는 높이가 2m33cm, 직경이 45cm에 달하는, 준보석으로 장식된 우람한 기둥이 우뚝 서 있다. 이름하여 ‘까르띠에 기둥’이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까르띠에가 1984년 설립한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Cartier Foundation for Contemporary Art)이 소장하고 있는 멘디니의 작품 7점이 이번 대규모 회고전을 맞아 바다 건너 날아온 것이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은 멘디니와 무슨 인연을 맺었던 것일까. 소장품과 함께 내한한 재단 수석 큐레이터 그라치아 쿠아로니에게 중앙SUNDAY S매거진이 물었다. ?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수석 큐레이터 그라치아 쿠아로니

 

알레산드로 멘디니(왼쪽)에 의해 황금과 각종 보석 및 준보석으로 만들어진 ‘까르띠에 기둥’. 높이가 2m33cm, 무게가 720kg. 스톤과 진주를 합쳐 1만7763캐럿에 달한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이 추구하는 가장 큰 목적은 젊고 재능 있는 예술가를 전세계에서 찾아내 후원하는 것이다. 1994년 파리 시내에 건축가 장 누벨의 설계로 지어진 커다란 유리 건물은 새로움을 향한 예술가들의 도전과 실험정신이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공간이다. 후원 분야도 현대 미술을 중심으로 디자인, 사진, 비디오, 패션까지 다양하다. 심지어 전시 공간에서 공연을 펼치는 ‘노마딕 나이츠(Nomadic Nights)’같은 독특한 프로그램도 있다.



미술평론가이자 큐레이터인 쿠아로니는 이탈리아 출신이다. 1991년 재단에 합류했고 현재 재단의 모든 전시와 컬렉션을 책임지고 있다. 중간에 소르본대 부교수로도 일했다.



명품 브랜드 회사가 문화재단을 운영하는 것이 신선하다. 어떻게 태동했나.“31년 전에는 명품 브랜드가 미술 재단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었다. 물론 예술 분야, 예술가를 후원하는 회사가 있긴 했지만 단발성에 그쳤다. 프랑스의 저명한 조각가 세자르(Cesar)의 제안을 당시 까르띠에 인터내셔널 사장인 알랭 도미니크 페렝이 받아들이면서 시작됐다.”



회사와는 어떤 관계에 있나. “재단은 회사의 어떤 상업적 활동과도 연계되어 있지 않다. 현대적이고 창의적인 까르띠에의 이미지를 만들고 전달할 뿐이다. 순수하고 전통적인 후원 활동을 통해 현대 예술을 창조하고 아이디어를 키우는데 관심이 있다.”



그렇다면 재단의 가장 큰 목적은 무엇인가.“우리는 현대 예술에 커다란 영감을 제공하길 원한다. 알레산드르 멘디니만 해도 산업 디자이너로서 놀라운 명성을 가졌는데 우리는 그에게 남다른 창의성을 기대했다. (페라리 자동차 디자이너로 유명한) 엔초 페라리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해당 산업을 변화시킨 것도 우리가 일궈낸 것이다. 우리는 매우 열려 있는 재단이다. 음악가나 과학자, 철학자와도 끊임없이 교류하고 있다.”



젊고 실험적인 예술을 하는 작가들을 많이후원했다. 후원 작가 선정 기준은 뭔가.“아방가르드(avant-garde) 혹은 실험적인(experimental) 작가에 특별히 관심이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특별한 젊은 작가만 선호하는 것도 아니다. 프랑스나 유럽에 알려지지 않은 나이 든 작가라도 상관없다. 우리는 현대 미술계에 새로운 제안을 하는 재단이고 창의성과 우수성을 찾고자 노력할 뿐이다. 우리의 임무는 새롭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동시대와 호흡하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작가들을 발굴했나. “1994년 피에릭 소린(Pierrick Sorin)에게 비디오 설치 작업을 의뢰했는데 그 이후 그는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가 됐다. 말리의 사진작가 말릭 시디베(Malick Sidibe)도 95년에 전시를 함께 했는데 그 역시 유명해졌다. 일본의 사진 작가 아라키 노부요시도 그렇게 유럽에서 대중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런 작가들은 어떻게 찾아내나.“에르베 샹데스 관장을 비롯해 큐레이터와 예술감독들이 여행을 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또 우리끼리 토론을 거쳐 새로운 작가를 발굴한다.”

1 2011년 10월 ‘노마딕 나이츠’에서 데이비드 린치와 패티 스미스의 콘서트. ⓒ Olivier Ouadah

2 2014년 10월 딜러 스코피디오+렌프로의 재단 설립 30주년 기념 유리박스 작업. ⓒ Diller Scofidio + Renfro

3 2014년 10월 귀에르모 쿠이트카의 전시. ⓒ Guillermo Kuitca



전시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 “1년에 다섯 번 정도 큰 전시가 있다. 개인전과 기획전을 번갈아 한다. 두 가지 모두 재단이 작가에게 특정 작품을 의뢰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1984년부터 시작해서 200회가 넘는다.”



패션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우리는 새로운 형태와 재료를 개발하는데 관심이 많다. 몸과 공간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이세이 미야케나 장 폴 고티에 같은 혁신적인 디자이너와 함께 진행한 전시는 미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



한국 작가 이불이 2007년 재단에서 첫 개인전을 했다. 그와의 작업은 어땠나.“그녀를 한번 만나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가 시간이 되면 우리 쪽이 바빴고, 그 반대의 경우도 수차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불이 약속도 없이 찾아왔고 그렇게 처음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그녀가 들고 온 포트폴리오는 완벽했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미술관



사실 재단 건물은 통유리로 둘러싸여 있어 다른 전시공간과는 다르다.“그렇다. 빛이 너무 많이 들어오고 반사도 심해서 작가들이 어려워 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이불은 두려워하지 않더라. 건물을 이해하고 빌딩 자체의 요소를 극대화해서 작품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방법을 찾아냈다. 모든 걸 스스로 잘 알아서 해내는 작가다. 또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은 작가가 재단 건물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에 관심을 갖게 된 한국 작가가 있나.“글쎄, 너무 많아서(웃음). 한국 자체가 떠오르고 있는 나라고 많은 사람들이 이 나라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 작가들과도 교류하고 있다. 한국 영화만 해도 유럽에서 대단히 영향력 있는, 매우 앞서 있는 분야다. 한데 한국 작가들은 대체로 수줍음이 많은 것 같다.(웃음)”



무라카미 다카시의 첫 개인전(2002년)도 재단을 통해 성공적으로 치러졌다고 들었다.일본 작가들과 관계가 돈독하던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아니다. 그런 관계라는 건 눈덩이 같은 거다. 한번 시작되고 굴러가면 커지는 것 말이다. 재단 설립 초기만 해도 유럽에서 일본 현대 미술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초기부터 일본 작가를 우리가 발굴했고 그들과 교류하며 일본 전시도 이어졌다. 이런 관계가 쌓이다 보니 현재까지 오게 된 것이다. 우린 우리가 갖고 있는 일본 인맥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작은 성당’ 내부에 설치된 ‘고대인의 얼굴’. 금색 모자이크 타일과 스와롭스키 크리스털 펜던트로 만들었다. 높이 2m8cm.



이번 재단 소장품 중 ‘까르띠에 기둥’이 독특하다. “‘까르띠에 기둥’은 재단 소장품이 아닌 ‘까르띠에 소장품’인데 이것은 정말 예외적인 경우다. 까르띠에 컬렉션을 위한 원석들이 있었는데 이중 최종적으로 컬렉션에 쓰이지 않게 된 것들이 멘디니의 요청으로 작품 제작에 제공됐다. 브랜드 까르띠에는 이것을 멘디니 쪽에 제공만 했을 뿐, 어떤 요청도 하지 않았다. 멘디니는 재료 자체의 특성을 탐구하고 새로운 형태와 디자인으로 태어나게 만드는 예술가다. 저 기둥만 해도 엄청난 양의 원석이 사용됐지만 휘황찬란한 보석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은밀하게 원석을 품고 있는 기둥의 형태다.”



다른 멘디니 전시 작품도 소개한다면. “‘작은 성당’은 비자차라는 이탈리아 타일 회사의 타일을 소재로 했다. 주방이나 욕실 등에 쓰이는 타일을 멘디니는 성당 건축에 썼다는 점에 주목해보라. 그는 특정 회사의 우수한 소재를 작품에 활용해 색다르게 보는 방법을 제안하는 놀라운 예술가다.” ●



 



 



 



글 정형모 기자, ?사진 까르띠에·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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