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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명 탑승 러시아 여객기, 이집트서 추락

승객과 승무원 224명을 태운 러시아 여객기가 31일(현지시간) 이집트 시나이 반도 상공에서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 이집트 당국은 러시아 코갈림아비아 항공 소속 에어버스 A321 여객기 KGL9268편이 완파됐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희생자에게 애도를 표하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에게 사고 원인 조사 및 수습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정확한 추락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추락 당시 기상 조건은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슬람 무장단체에 의한 테러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이집트 정부는 "여객기가 격추당했다고 볼만한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 항공당국인 로사비아챠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51분(한국시간 낮 12시 51분) 이집트 홍해의 휴양지 샤름엘셰이크를 이륙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여객기는 이륙 23분 만에 관제 당국과 통신이 두절됐다. 이집트 항공 당국은 "약 9500m 고도를 날고 있던 여객기가 오전 6시 20분 레이더에서 사라졌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영방송 로씨야24는 "여객기의 기장이 레이더에서 사라지기 직전 기술적 결함을 이유로 가장 가까운 공항에 비상착륙하겠다는 연락을 취해왔다”고 보도했다. 이집트 항공 당국 역시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 미국의 온라인 항공기추적 서비스업체인 '플라이트레이더24' 측은 여객기의 비행고도가 급격히 낮아지는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플라이트레이더24'의 공동창업자인 마이클 로버트슨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레이더에서 사라지기 전 사고기가 1분에 1500m씩 하강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사고기의 잔해는 샤름엘셰이크에서 약 300km 떨어진 시나이 반도 북부의 하사나 지역 인근에서 발견됐다. 목격자들은 두 동강 난 기체의 한 부분은 화재로 전소됐다고 전했다. 탑승하고 있던 어린이 17명을 포함한 승객 217명과 승무원 7명의 생존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직후 이집트 정부가 구급차량 50여 대 등 구조대를 급파했지만 구조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산악지대인 추락 지점의 험준한 지형 탓에 구조대의 접근이 여의치 않다고 보도했다. 이집트 공군기가 추락 지점을 확인 한 후 수 시간 만에 시신과 승객의 유류품이 수습되기 시작했다. 로이터통신과 인터뷰 한 당국자는 "안전벨트를 매고 숨진 채 좌석에 앉아있는 수많은 시신을 발견했다"며 "최소 100구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말했다. 이집트 당국은 여객기의 블랙박스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사고 직후 로이터 통신은 일부 승객의 생존 가능성을 보도하기도 했다. 일부 구급대원이 기체에 접근해 갇혀 있는 생존자의 목소리를 들었다며 "구조대가 생존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기체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으며, 생존자를 구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구급대원의 인터뷰를 전했다. 그러나 이집트 당국은 "생존자가 있다는 보고는 없다"고 밝혔다.


승객은 우크라이나인 3명을 제외하면 모두 러시아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은 대부분이 휴가를 마치고 귀국 중이었다고 보도했다. 서시베리아에 근거지를 둔 고칼림아비아 항공은 주로 여행객들을 위한 노선에 전세기를 운항하는 중소 항공사다. 2012년 '메트로제트'로 브랜드를 바꿨고, 2013년 TH&C 여행사가 인수한 뒤 여행객들을 위한 국제선 취항을 시작했다. 추락한 여객기 역시 러시아의 한 여행사가 단체 관광객을 위해 예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가디언도 “러시아인들은 숙박·항공·식사가 모두 포함된 패키지 단체 여행을 선호한다”며 승객 대다수가 관광객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집트에는 매년 약 300만의 러시아 관광객이 방문하며, 지난해엔 이집트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3분의 1을 러시아인이 차지했다.


사고 직후 시나이 반도에서 이집트 보안군과 반군세력의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 때문에 격추 가능성도 제기됐다. 더구나 이 지역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이집트 지부를 자처하는 조직의 활동 지역이라 IS의 거점지에 폭격을 가해 온 러시아에 대한 IS의 보복 가능성도 일부 거론됐다. 최근엔 이들이 러시아제 견착식 대공유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그러나 BBC와 AP통신은 미사일이 저고도 항공기를 공격하기 위한 것으로 약 9500km높이에서 날던 여객기를 지상에서는 격추시킬 수 없었을 것이라며, 군사 작전 중의 사고나 테러의 가능성은 적다고 봤다. 다만 CNN은 IS 무장조직으로 인해 구조 활동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정부는 구조활동 지원을 위해 즉각 항공기 3대를 사고 지역을 보냈으며, 블라디미르 푸치코프 비상사태부 장관과 막심 소콜로프 교통장관이 각각 사고 현장과 카이로로 급파됐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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