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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마나 한 국회 예산 심의…예산 편법 사용에 구멍

2016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국회의 예산·결산 심의 기능에 대한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예산 편성을 놓고선 여야 정치권과 정부가 치열하게 싸우지만 일단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나면 정부가 ‘제멋대로 쓰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상 정부가 해당 예산을 쓰지 않고 다음 연도로 넘기거나(이월·불용) 다른 사업으로 돌려 쓰더라도(이용·전용) 국회가 별다른 제재를 가할 수 없는 것도 문제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 2009년 각각 1조4628억원, 3조1487억원에 머물던 예산 지출액 대비 이월액과 불용액은 2013년 각각 2조7673억원, 5조3070억원으로 급증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의 경우 지난해 각종 건립 사업 예산을 대부분 이월·불용 처리해 예산 집행률이 평균 6.8%에 그쳤다. 정부는 “예산을 남기지 않으면 예산을 효율적으로 아끼지 않았다고 지적 받을 수 있다”고 반박하지만 정작 돈이 필요한 곳에는 쓰이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예산의 당초 목적과 다르게 편법 지출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국회 예정처는 최근 발표한 ‘2014 회계연도 결산보고서’에서 이처럼 예산을 목적 외로 사용한 사례로 총 33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대부분 국가재정법이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예산안에 없는 신규 사업 추진을 금지한 규정을 어기는 등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경우다. 대통령경호실은 정보화 사업의 낙찰차액을 제멋대로 듀얼 PC를 구입하는데 썼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국동시지방선거관리 사업에 편성됐던 예선 중 4365만원을 ‘사이버선거역사관 구축’ 사업에 집행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제반 여건을 정확하게 예측해서 완벽한 예산을 편성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집행과정에서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매년 예산 집행과정에서 이 같은 허점이 계속 드러나는 것은 예산이 제대로 쓰였는지를 심사하는 결산이 졸속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결산 심사 결과도 이듬해 예산 심의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결산 따로, 예산 따로’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국회의 결산 심사는 대부분 ‘속전속결’로 처리된다. 국토교통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경우 지난 7월2일 하루 만에 결산 심사를 모두 마쳤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하는 결산서 관련 서류들도 부실하다. 예산 심사에선 구체적인 사업별 설명 서류를 제출하는 것과는 달리 결산서에는 구체적인 집행 내역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겉핡기식 심사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결산 심사가 주로 7~ 8월 국회 국정감사 일정과 중복되는 바람에 졸속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예산이 당초 목적대로 제대로 쓰지 않아도 국회가 이를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것도 문제다. 최근 3년간 국회의 결산 심사 과정에서 정부 부처에 반복해서 시정 요구를 사례는 166건에서 201건으로 계속 늘었지만 정부가 해당 지적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무시하는 사례도 168건에서 272건으로 크게 늘고 있다. 국회가 아무리 시정 요구를 해도 정부 부처에서는 듣는척 마는 척한다는 것이다. “국회의 예산·결산 심사가 종이호랑이로 전락했다”(김우철 교수)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결국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예산과 결산에서 유기적인 피드백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결산에 대한 평가가 다음 연도 예산에 반영되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 정보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경우 2006년 제정된 ‘연방재원의 책임성과 투명성에 대한 법률’에 따라 주요 사업의 재정 지출 수급자에 대한 정보와 금액 등 상세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김유찬 홍익대 세무대학원 교수는 “예산이 어떻게 쓰였는지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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