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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일류 국가 만드는 대학의 힘

대학이 글로벌 경쟁의 핵심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앙일보와 미국 유에스뉴스를 비롯한 국내외 유수 언론사들이 매년 대학순위를 발표하는 것도 대학이 한 국가의 수준과 힘을 상징하는 하나의 척도로 작용해 와서다. 우리가 하버드ㆍMITㆍ스탠포드ㆍ케임브리지 같은 대학을 부러워하는 이유는 이들 대학이 인류의 발전에 필요한 신지식과 신산업을 꾸준히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지식정보화 시대를 연 신경제(New Economy)의 주요 발원지는 스탠포드와 버클리가 위치한 실리콘밸리였다. 하버드와 MIT가 위치한 보스턴 인근(루트 128)도 미국은 물론 세계경제의 나아갈 길을 정하는 요람이 됐다.

대학의 중요성은 미국과 중국의 경쟁력 차이에서도 잘 드러난다. 중국이 거대 인구를 바탕으로 미국과 비슷한 경제규모에 도달했다고 자랑하지만, 여전히 대학 경쟁력에선 차이가 크다. 객관적 정량지표를 바탕으로 한 ‘2015년 세계대학순위(The Center for World University Rankings)’에 따르면, 전세계 100위권 내 미국 대학은 55개인 반면 중국은 2곳에 그쳤다. 상위 1~3위를 모두 미국 대학이 차지했고, 10위권 내에서 미국 대학이 8개나 올랐다. 반면 중국에선 베이징대(56위)과 칭화대(78위)가 50위권 밖에 겨우 걸쳤다. 지식과 문화를 대변하는 소프트파워에서 미국은 세계 어느 나라도 견제할 수 없는 초강대국인 셈이다. 한국은 서울대 24위, 연세대 98위로 겨우 두 곳만 100위권에 있을 뿐이다.

과연 미국은 어떤 정책을 통해 세계 지식 파워를 독점하고, 대학 주도의 신경제 모델을 통해 지속적으로 세계경제를 선도할 수 있게 됐을까.

여기에는 연방정부의 막대한 재정지원이 있다. 미 연방정부는 건국 초기부터 대학지원에 적극적이었다. 1862년 J.S. 모릴 하원의원이 제안하고 링컨대통령이 서명한 모릴법을 통해 주립대학 설립을 위해 땅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재정 지원을 해주었다. 이를 통해 106개의 주립대학이 미국 전역에 탄생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2차 대전 참전 용사를 대상으로 무상 대학교육의 혜택을 준 ‘G.I.Bill법(The Servicemen‘s Readjustment Act of 1944)’과 미국 산학협력의 기초를 다진 ‘베이-돌법(Bayh-Dole Act of 1980)’ 역시 대학 경쟁력을 혁신적으로 배가시킨 조치로 평가받는다. G.I.Bill법을 통해 미국은 2차 대전뿐 아니라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등에 참전한 군인들에게 무상으로 대학교육 기회를 제공했다. 이는 사회적으로 핵심 중산층을 두텁게 하는 데 큰 기여를 함은 물론 대학 역시 안정적으로 학생을 확보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

베이-돌법은 연방정부의 연구비 지원으로 나온 연구개발 결과에 대한 권한을 대학 등 비영리법인이나 중소기업이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써 대학에서 사장되던 특허들이 기업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2002년 12월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이 법을 ‘혁신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했다. 그 정도로 성과가 컸다.

우리는 어떤가.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대학을 위한 연구개발비 지원은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하지만 조금씩 희망도 보인다. 그간 정부가 추진해 온 BK21 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이 사업은 학문후속 세대 양성을 목표로 1999년 시작됐다. 당초 목표로 했던 대학원의 연구력 향상과 학문후속 세대 양성 부문에서도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일례로 99년 전세계 18위였던 우리나라의 SCI급 논문 게재 수는 2011년 11위로 올라섰다. BK21 사업에 이어 현재 진행 중인 BK21플러스 사업에서도 상당한 중장기적 효과가 기대된다.

대학 투자의 사회경제적 효과는 측정방법 상의 한계로 과소추정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단기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꾸준히 이뤄져야 할 일이다. 진정한 일류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세계 수준의 대학과 인재를 갖는 일이 우선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광호 교수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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