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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부문 매각, 자사주 매입 … 자기 색깔 드러낸 이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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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47·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기 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열리는 보아오포럼에서 한 한두 차례의 연설이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을 정도로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 그가 ‘실용주의’를 앞세워 삼성의 사업 구조를 바꿔놓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방위사업을 하는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화학사업을 하는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을 한화그룹에 매각하자 삼성 안팎에선 “충격적이다”라는 반응이 일었다. 30일엔 삼성SDI의 화학사업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을 통으로 롯데그룹에 넘긴다고 발표하면서 아예 화학사업을 깨끗하게 정리했다.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다”는 그의 평소 생각을 다시 한번 드러낸 것이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삼성 계열사의 근거지 이동도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서울 태평로의 삼성생명 사옥 매각 추진이 대표적이다. 태평로는 선대 회장 시절부터 “과거 돈을 찍던 자리라 금융사업을 하면 흥한다”고 할 정도로 애착을 보여 왔던 곳이다. 서울 서초동 건물에 입주해 있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을 비롯해 삼성중공업까지 사옥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화학계열사 정리로 이 부회장에겐 커다란 숙제가 남게 됐다. 신(新)사업이다. 삼성의 사실상 지주사인 통합삼성물산의 출범을 계기로 삼성이 내세운 건 ‘바이오 사업’이었다. 먼저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을 하게 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통해 가시적인 성장을 보여야 한다.

 삼성SDI를 2차전지(배터리) 사업 중심으로 키우고,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전자 계열사 간의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신사업을 발굴해 새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것도 그의 숙제다.

 올해 5월 부친이 보유하고 있던 공식 직함 3개 가운데 삼성전자 회장을 제외한 2개(삼성생명공익재단·삼성문화재단 이사장) 자리를 물려받은 그가 어떻게 사내·외와 소통하느냐도 관심거리다.

 29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11조원대 특별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 전례 없는 파격적인 주주 환원 정책과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삼성물산의 거버넌스 위원회 신설은 그가 이뤄낸 변화 중 하나다. 사회와 보다 많은 소통을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6월 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의 미흡했던 대처와 관련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한 것도 소통을 중요시하는 그의 스타일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사과문의 단어와 뉘앙스까지 고심해 발표 당일 아침까지 사과문을 바꿀 정도였다.

 재계는 통상 12월 초 이뤄지는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 이 부회장이 삼성을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가가 제대로 드러날 것으로 전망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을 이끌었던 옛 구조조정본부인 미래전략실과 지주사인 통합삼성물산의 역할 정리가 이번 인사를 통해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그룹의 컨트롤타워를 일원화하는 조치가 나올 거란 얘기다.

 한편 삼성으로부터 화학계열사를 약 3조원에 인수하게 된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은 25년 만의 꿈을 이루게 됐다. 석유화학에 이어 정밀화학 분야까지 모두 갖춘 사업구조를 완성해 매출 20조원대 ‘종합석유화학그룹’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롯데는 “인수하는 삼성 화학사 임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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