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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카지노엔 시계·창문·거울이 없다 … 올인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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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장에서 인간은 ‘인지적 왜곡’을 경험한다. 돈을 잃으면 ‘재수가 없어서’, ‘남의 탓’이라는 주관적 해석을 한다는 것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대박의 꿈을 안고 카지노를 찾은 당신. 당신을 처음 맞이하는 건 소리다. 신나는 음악과 잭팟이 터져 동전이 와르르 쏟아지는 소리를 듣게 되면 나도 모르게 흥분된다.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애써 보지만 쉽사리 진정되지 않는다. 결국 수중의 돈이 다 떨어진다. 단지 운이 나쁜 걸까. 그렇지 않다. 카지노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당신은 이미 그들이 준비한 심리전에 말려들게 된다. 전영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본부상담센터장은 “카지노의 설계 목적은 이용자들이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도박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조명과 음향, 서비스의 제공 방식과 도박기계의 확률까지도 설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왜 당신은 카지노에서 돈을 잃을까.

 우선 주위를 둘러보자. 시계는 물론 창문이나 거울도 찾아볼 수 없다. 시간은 도박의 몰입도를 저해한다. 그래서 카지노에선 시계를 치운다. 인간은 빛을 통해서도 시간을 감지한다. 바깥세상과 단절된 채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창을 두지 않는다. 거울이 없는 이유는 탐욕과 절망에 찌들어 초췌하게 변한 자신의 모습을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카지노는 이처럼 설계 단계부터 심리학자와 수학자가 동원돼 곳곳에 당신이 여러 수 접게 되는 장치를 숨겨 놓는다.

 소리도 당신의 도박욕을 자극한다. 캐나다 워털루대 연구팀은 슬롯머신에서 돈을 딴 뒤 나오는 축하 음악이 다시 게임에 도전하도록 부추긴다는 연구 결과를 2013년 발표했다.

 카지노에선 인간의 기본적 욕구가 충족된다. 식사·주류는 공짜거나 저렴하다. 허기를 느끼면 사람은 하던 행동을 중단한다. 술에 취하면 판단력이 떨어진다. 대부분의 카지노엔 호텔이 붙어 있어 잠자리 걱정도 없다. 호텔 실내엔 충분한 산소가 공급된다. 방문객을 빨리 피로에서 회복시키기 위해서다. 이 모든 게 당신을 도박에 몰두하도록 만든다.

 카지노는 고객 유치를 목적으로 ‘컴프(Comp)’제도를 운용한다. 일종의 마일리지다. 베팅 금액과 카지노에 머무른 시간 등을 계산해 포인트를 준 뒤 그에 따라 공짜 식음료와 숙박, 교통편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익명을 요구한 카지노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국 카지노가 중국인 고객을 모으기 위해 성접대를 했다는 뉴스가 중국에서 보도됐는데 이 바닥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도박꾼을 끌어들이기 위해 카지노는 룸살롱, 관광과 골프 등 고객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외 카지노의 경우 풍수지리나 미신을 따르는 경우도 많다”며 “라스베이거스의 한 카지노는 기둥마다 창(槍)을 넣어 시멘트를 바르고, 또 다른 카지노는 바닥 시멘트 작업을 할 때 면도날을 섞어 깔아 뒀다고 들었다. 고객의 승률을 떨어뜨리기 위한 일종의 의식”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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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롯머신과 같은 카지노 기계들의 확률도 심리학과 연결돼 조절된다. 인간은 행동에 따르는 보상이 없거나 처벌이 내려지면 그 행동을 중단한다. 그래서 슬롯머신은 가끔씩 돈을 딸 수 있도록 손봐졌다. 다음에도 딸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해 계속 도박을 하게끔 유도한다(스키너의 간헐적 강화 계획·Intermittent schedule). 한국행위중독연구소 최삼욱(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소장은 “도박장은 자선단체가 아닌,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곳”이라며 “랜덤한 방식으로 주어지는 보상을 통해 돈을 딴 경험이 사람들로 하여금 반복적·지속적으로 베팅하게 만든다”고 했다.

 성공한 중견 사업가였던 정덕(68)씨. 2003년 우연히 들렀던 카지노는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놨다. ‘바카라’에 손댄 지 3년 반 만에 평생 일군 회사와 빌딩 등 전 재산 360억원을 날렸다. 당시 1회 베팅 상한선이었던 6000만원을 걸기 위해 대리 베팅을 해 주는 ‘병정’까지 동원할 정도로 도박에 빠졌다. 하룻밤에 30억원을 날리면서도, 2006년 미국에서 큰딸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는 카지노를 떠나지 못했다. 정씨는 “정신을 차렸을 때 주위엔 아무것도 없더라”며 “당시엔 잃은 것을 만회하려는 심리가 컸다. 멈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도박꾼들은 이처럼 ‘하우스(도박장)는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린 경험 끝에 알게 된다. 가진 돈이 한정된 도박꾼이 상대적으로 무한대의 자금을 가진 하우스와 도박을 계속하면 빈털터리가 되는 순간이 올 수밖에 없다(갬블러스 루인·Gambler’s ruin)는 것이다. 그런데도 왜 사람들은 도박에 빠질까. 인간은 의식주와 같은 기본 욕구가 충족되면 쾌락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욕구가 생긴다. 이 욕구가 현실세계에서 충족이 안 되면 인간은 도박이나 마약과 같은 자극성 있는 활동이나 물질로 이를 채우려 한다는 것이다. 전영민 센터장은 “도박은 욕구와의 싸움”이라며 “경쟁 욕구나 흥분 욕구에 빠져 있는 게 도박이다. 도박에 빠지면 인간의 기본적 욕구는 다 죽고 도박 욕구만 남는다. 욕구의 중독”이라고 했다. 도박 중독을 부르는 심리학적 함정으로 ‘니어미스 효과(Near-miss effect)’가 있다. 슬롯머신 게임에서 3개의 ‘7’ 가운데 한 개라도 반만 걸치거나 빗나가면 돈을 잃는다. 하지만 도박꾼들은 이를 보고 ‘거의 돈을 땄다’고 해석한다. 승리가 눈앞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도박이 주는 매력은 강력하다. 단순한 내기가 아닌 불확실성에 자신의 미래와 운명을 시험하기 때문이다. 도박꾼들은 예측 불가능한 도박의 결과를 예측하려고 애쓴다. 위험을 감수하고 대박에 대한 환상을 꿈꾸며 스릴을 즐기는 것이다. 위험에 대한 대가는 상실이지만 도박꾼에게 그 위험은 항상 감수할 수 있는 모험의 대상으로 인식된다.

 “불확실성이라는 매력은 크다. 돈을 잃고 따는 것은 2차적 보상의 문제다. 돈을 걸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마음이 쫄깃쫄깃해지고 스릴을 느끼는 것이 1차적 보상이다. 행위 자체가 쾌감을 주는 도박은 그래서 강력하다.”(최삼욱 소장)

 도박 중독은 ‘사돈의 팔촌병’이라고 한다. 돈과 연결돼 있어 그 폐해가 인간관계를 파탄 나게 하기 때문이다. 전영민 센터장은 “도박에 중독되면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올 수 없다. 설령 끊는다 해도 인간관계 회복 과정이 너무 힘들어 또다시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고 했다. 도박은 흥분과 쾌락을 선사함과 동시에 고통과 파멸을 동반하는 잔인한 오락이다.

[S BOX] MIT 수학교수, 블랙잭 이기는 확률 분석 … 학생들 큰돈 따기도

도박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것은 수학으로도 입증된다. 카지노 게임의 확률은 플레이어보다 카지노에 유리하게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카드게임 중 비교적 플레이어의 승률이 높다는 블랙잭만 해도 플레이어와 카지노 딜러의 승률이 47대 53이다. 블랙잭은 두 장 이상의 카드를 받아 그 숫자 합이 21에 가까운 쪽이 이기는 방식이다. 플레이어와 딜러 양쪽이 모두 21을 넘더라도 플레이어 패를 먼저 보여주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질 확률이 더 높은 것이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수학 교수였던 에드워드 소프는 블랙잭에서 이기는 방법을 찾았다. 모든 패의 조합이 나올 확률을 분석한 뒤 테이블에 깔리는 카드 숫자를 기억해 딜러를 이기는 ‘카드 카운팅’ 기술을 개발했다. 그는 1962년 이 기술을 『딜러를 이겨라』에서 소개한 뒤 66년까지 카지노를 돌며 자신의 이론이 옳다는 것을 입증했다. 80년대 MIT 학생들이 카드 카운팅 기법으로 카지노에서 큰돈을 땄다. 그러나 이들은 블랙리스트에 올라 카지노에 들어갈 수 없게 됐다.

카드 카운팅은 더 이상 카지노에서 통하지 않는다. 카지노 회사들이 빠지는 카드를 바로 보충하는 자동 셔플 기계를 도입하면서부터다.

한국호텔관광전문학교 정인선(카지노딜러과) 교수는 “확률이 카지노에 유리하게 돼 있어 게임을 계속하면 잃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엉덩이가 무겁지 않은 절제하는 사람이 이길 확률이 높다”고 했다.

글=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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