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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으로] 중국 공안, 죽었다는 조희팔 체포 요청에 산 사람 잡듯 “협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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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경찰이 “4조원대 사기범 조희팔이 중국에서 사망했다”고 발표했지만 중국 공안은 그 발표를 신뢰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 검찰도 중국 공안에 조희팔 체포를 요청해 왔다. 강태용이 지난 10일 중국 공안에 체포되면서 검찰 수사가 재점화됐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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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대검찰청에서 ‘한·중 수사협의체’ 제2회 실무자회의가 열렸다. [사진 대검찰청]

2014년 4월 29일 중국 베이징의 공안부 회의실에선 한·중 수사협의체 제1회 실무자회의가 열렸다. 손영배(현 북부지검 부장검사) 당시 대검찰청 형사2과장 등 한국 검사 3명과 중국 공안 관계자 7명이 양국 국기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검찰이 4조원대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체포를 의제로 올리자 중국 공안 측은 “적극 협조하겠다”고 답했다. 이 자리에서 조희팔이 사망했다는 2년 전 한국 경찰의 발표 내용은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죽었다는 인물을 잡아달라는데 마치 산 사람을 잡아달라는 요청을 받는 듯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중국 공안의 이런 반응은 예견된 거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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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속적 조희팔 체포 요청이 강태용 검거로 연결=“2011년 11월 조희팔이 중국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는 2012년 5월 경찰 발표 직후 검찰은 별도 경로로 중국 공안에 확인을 요청했다. 당시 중국 공안 고위 관계자는 “조희팔이 사망했다는 공식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고 한다. 중국도 조희팔의 죽음을 믿지 않았다는 말이다. 올해 6월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제2회 실무자회의에서도 검찰은 ‘조희팔’ 석자를 직접 언급하며 중국에 체포 협조를 거듭 요청했다.

 그로부터 4개월 뒤인 지난 6일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에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한 제보자가 중국에서 조희팔 2인자인 강태용을 접촉할 것’이라는 대구지검의 첩보였다.

 강씨는 조희팔이 2004년 다단계 업체를 세우고 사업을 확장할 때 브레인 역할을 한 최측근이다. 권순철 국제협력단장은 주중 한국대사관 위성국(검사) 법무협력관을 통해 중국 공안에 강씨와 제보자의 접촉 장소와 시간 등을 전달했다. 이어 중국 공안 10여 명은 잠복 끝에 10일 오전 11시30분(현지시간 10시30분) 중국 장쑤성 우시시의 한 아파트 주변에서 강씨를 체포됐다. 2008년 11월 중국으로 도피한 지 7년 만이다. 강씨는 위조여권 같은 가짜 신분증도 소지하지 않은 채였다고 한다. 기습작전에 허를 찔린 것이다. 강씨의 체포 소식은 1시간여 만에 한국 검찰에 통보됐다.

 중국 공안이 신속하게 움직여 강씨를 체포하게 된 배경에는 2011년 1월 검찰과 중국 공안부가 맺은 ‘업무협력협정’(MOU)이 있다. 협정의 골자는 ‘양측은 상대국 수사기관의 형사법 집행을 지원하며 수사 공조를 한다’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양국 간 ‘형사사법공조 조약’에 근거해 법무부와 양국 외교부 등 공식 경로를 거쳐야 했으나 통상 수개월이 소요됐다. MOU 체결 이후 두 기관 사이 핫라인을 통해 ‘패스트 트랙’으로 국제수사 공조가 가능해졌다. 강씨 체포를 포함해 최근 5년 동안 중국과의 수사 공조를 통해 송환된 범죄자만 14명에 달한다.

 ◆몽골의 게임업자 범죄수익금 송금이 첫 해외 환수=서울북부지검은 2010년 구속된 불법 게임업자 안모(52)씨의 재판 과정에서 수익금 17억원이 몽골로 빼돌려진 단서를 잡았다. 검찰은 다음해 3월 몽골 검찰에 범죄 수익을 환수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하지만 이 돈의 일부는 2007년 문을 연 몽골 울란바토르의 R호텔 건축자금으로 쓰인 상태였다. 몽골은 호텔을 압류한 뒤 경매에 넘겼다. 경매대금 3억6500여만원은 2012년 12월 한국 국고로 들어왔다. 해외에 있는 범죄수익을 환수한 첫 사례다. 이 역시 2000년 맺은 한국 검찰과 몽골 대검찰청의 수사공조 ‘MOU’ 때문에 가능했다.

 2014년 11월 미군범죄수사대(CID)는 주한 미8군 소속인 미국 국적 군무원 M(49)이 폐쇄회로TV(CCTV) 설치업자로부터 뒷돈을 받았다는 제보를 입수했다. 한국 수사 절차에 낯선 CID는 대검 국제협력단의 조언을 받으며 수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증거 수집 과정에서 벽에 부닥쳤다. CID는 그동안 수집했던 정보를 제공하며 검찰에 수사 개시를 공식 요청했다. 한국 검찰이 기소해도 개의치 않겠다는 의견도 달았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는 지난 8일 CCTV 업체로부터 1억2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으로 M을 구속기소했다.

 미국 군무원이 배임수재 혐의로 한국 검찰에 구속된 건 처음이었다.

 이처럼 범죄를 저지른 해외 도피사범의 검거, 해외로 유출된 범죄수익의 환수, 외국인이 국내에서 저지른 범죄, 국경을 넘어 발생하는 국제 마약조직범죄 등 모든 범죄 수사가 국제공조 대상이다. 국제공조를 통해 각국 검찰이 가진 수사 노하우가 공유되기도 한다. 우리 검찰은 1999년 시작해 미국·중국·러시아·태국· 베트남 등 모두 19개국과 수사공조 MOU를 체결한 상태다. 2010년 설립된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은 이를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이와 별도로 한국 검찰은 세계은행 청렴국(局·부정부패문제 담당 조직)과도 2011년 2월 초국가적 부패사건과 사기범죄에 대한 정보 공유 및 수사 지원을 위한 MOU를 체결해 공조해 왔다.

 ◆김진태 총장, 국제검사협회서 유섬나씨 송환 요청=세계 각국의 검찰 수뇌부 간 직접 접촉을 통한 협력도 점차 강화되고 있다. 1995년 설립돼 171개국이 가입한 국제검사협회가 그 창구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2011년 서울에서 열린 협회 총회에서 캐나다로 도주한 부산저축은행 브로커 박모씨의 체포를 캐나다 검찰총장에게 직접 요청했다. 압박을 받은 박씨는 자진 귀국 후 자수했다. 김진태 검찰총장도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총회에서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소유주 유병언씨 장녀 섬나씨의 빠른 송환을 프랑스 고검 검사장에게 직접 요청했다. 지난 6월 폭탄테러로 숨진 히샴 바라카트 이집트 검찰총장은 지난해 총회에서 한국의 과학수사기법 전수를 요청했다.

[S BOX] 황철규 서부지검장 “600억 횡령 중국인 붙잡아 송환 뒤 한·중 수사공조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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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규

“한·중 간 수사 협력 강화의 결정적 계기는 2011년 ‘중국의 조희팔’로 볼 수 있는 국영기업 임원을 우리 검찰이 국내에서 검거해 송환한 것이었다. 그는 원화 가치로 600여억원 횡령 혐의자였다.”

국제검사협회(IAP) 부회장인 황철규(51·사법연수원 19기) 서울서부지검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유엔 법무협력관과 법무부 국제형사과장, 대검 국제협력단장을 지낸 ‘국제통’이다.

-중국과의 수사 공조가 활발해진 계기는.

“2010년 중국 국영기업 임원인 중국인 L이 638억원을 횡령한 뒤 한국으로 도피했다. L은 유서를 써 놓고 잠적했다. 조희팔 사건과 유사했다. 중국 공안은 L 체포를 위해 이듬해 우리 검찰과 MOU까지 체결했다. 죽었다고 볼 수도 있었지만 우리는 계속 추적했다. 결국 2011년 5월 경기도 분당의 내연녀 집에서 그를 체포, 그해 10월 중국으로 송환했다.”

-수사 공조가 필요한 국가의 우선순위를 꼽는다면

“양국 간 범죄자나 범죄 수익이 많이 유입되는 국가순으로 보면 된다. 중국과 미국이 가장 중요하고 다음이 동남아 국가들이다.”

-국제적으로 한국 검찰의 수사력에 대한 평가는.

“우리 수사팀이 2006년 6월 서울 서래마을 영아 살해사건 당시 과학수사를 통해 프랑스인 부모 가운데 엄마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당시 수사를 참관한 프랑스 수사팀은 초기에 그런 결론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이후 프랑스 법원이 동일한 결론을 내렸고, 우리 수사 역량을 유럽에서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과학수사장비, 바레인은 영상녹화시설, 카자흐스탄은 과학수사연구 협력을 우리 측에 요청했다. 우리 수사시스템을 벤치마킹한다는 나라가 많다.”

-IAP에서 어떤 논의를 하나.

“IAP는 단순히 검사들의 네트워킹을 위한 단체가 아니다. 신경전도 치열하다. 지난달 IAP 총회에서 스위스 검찰총장이 범죄 수익 환수 논의를 위해 단상에 서자 개도국들이 ‘스위스는 비밀계좌를 운영하지 않느냐’고 지적하면서 고성이 오갔다. 각국 검찰총장들이 만나면 서로 요청할 ‘보따리’들을 풀어 놓는다.”

-국제 수사 공조의 과제는.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는 중동 지역은 테러 위험, 법적 분쟁 소지 등으로 수사 공조의 수요가 많다. 하지만 정보가 부족한 사각지대다. 법무협력관 등 검사 파견이 필요하다. 한인 피살이 늘고 있는 필리핀과도 수사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마약·인신매매 같은 초국가적인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범죄조직 자금을 차단하는 범죄 수익 환수를 위한 협력도 강조되는 추세다.”

서복현 기자 sphjtb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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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