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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문영의 호모디지쿠스] 댓글 셋이면 여론도 바꿔 … 흰 구름도, 먹구름도 돼 첫 댓글 ‘1빠’가 영향력 커

인터넷 시대의 특징 중 하나가 댓글이다. 리플(Reply의 준말)이라고도 하고 댓글·덧글·답글 등 용어도 다양하지만 댓글은 양방향성이라는 인터넷의 핵심 특징을 보여준다. 댓글이 없는 경우 무플이라고 한다. “무플은 악플(악성 댓글)보다 더 괴롭다”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로 네티즌은 댓글을 중히 여긴다.

 심지어 ‘무플방지위원회’라는 가상의 단체를 만들어 누군가의 글에 항상 관심을 가져주는 문화도 있다. 누군가의 글에 댓글이 없으면 무플방지위원회 명의로 댓글을 붙여주는 익살이다. 나에게 관심을 기울여주고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 그것이 댓글을 기다리는 네티즌의 속마음이다. 네티즌뿐이겠는가. 사람은 누구나 그렇다. 인터넷에는 일부 악성 논객이 있는데, 무플 때문에 관심을 끌기 위해 그리 됐다는 인터넷 전설이 있다.

 그런데 인터넷은 이렇게 댓글이라는 양방향성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댓글이 연결되는 특징도 있다. 댓글이 혼자 있을 경우는 그저 댓글에 불과했던 게 하나둘 늘어나면 그 자체가 거대한 여론이 된다. 원글보다 댓글의 영향력이 더 커지면 이미 댓글은 주인이 없는 거대한 구름이 된다. 그래서 양털 같은 흰 구름이 돼 하늘로 올라갈지, 먹장구름이 돼 어디에 소나기를 쏟아 내릴지 누구도 알 수 없게 된다. 이게 늘 인터넷 운영자와 여론 전문가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그렇게 알 수 없는 댓글의 흐름과 움직임도 어느 정도 짐작이 되는 경우가 있으니 바로 첫 댓글이다. 인터넷 속칭 ‘1빠’가 긍정적이면 긍정 댓글이, 부정적이면 부정 댓글이 붙는 경우가 전부는 아니지만 꽤 된다. 그래서 인터넷에는 ‘첫 댓글의 중요성’이 주요 검색어로 회자된다. “세 사람이 말하면 없던 호랑이도 만든다(三人成虎)”는 사자성어는 인터넷 시대에 다시 쓰면 “댓글 셋이면 여론도 바꾼다”가 될 듯싶다.

 인터넷 댓글 여론을 바꾸는 힘에 첫 댓글 말고도 몇 가지가 더 있는데 하나는 전문가의 풍부한 해설이다. 전문가는 전문 지식의 권위를 갖고 여론을 일시에 끌고 간다. 다른 하나는 자신의 경험이다. 그래서 ‘현직’이라는 용어와 ‘경험’이라는 단어가 댓글에 자주 쓰인다. 그러나 어설픈 지적 허세를 부리다가는 스노비즘(snobbism·속물주의)이라고 해서 맹공격 받기도 한다. 또 다른 경우는 기막힌 반전유머를 구사하는 능력자다. 유머는 짐짓 심각한 댓글 상황을 누그러뜨리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바꿔버리는 힘을 갖고 있다.

 왜 사람들은 댓글을 달까? ‘털 고르기’라는 영장류의 본능이 인간에게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댓글을 통해 서로 친교를 맺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인데 페이스북의 ‘좋아요’ 버튼 누르기랑 비슷하다. 실제로는 사람들마다 참 사바사(사람 by 사람·‘case by case’에서 변형된 인터넷 용어)여서 그 ‘좋아요’ 한 번 누르는 것도 참으로 인색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관성 없이 아무 데나 펑펑 ‘좋아요’를 마구 주는 사람도 있다.

 흔히 여자들은 공감으로 대화를 시작하고 남자들은 논쟁으로 시작한다는데, 일면 댓글 문화에서도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여성 중심의 커뮤니티에서는 대부분 댓글이 공감을 이룬다. 그러나 남자 커뮤니티들은 흔히 그렇듯이 정치·경제·일상사부터 남북 군사력 차이, 자동차 성능, 여자 연예인의 미모까지 별의별 내용을 다 갖고 ‘싸운다’. 가끔 이런 댓글 내용을 보다 보면 정말 놀라운 수준의 지식을 가진 전문가들을 볼 수도 있다.

 잘 정돈된 활자와 질서정연한 논리의 서책을 학습해온 기성세대들은 이런 무질서와 왁자지껄한 댓글 문화가 불편하리라 짐작된다. 하지만 양방향을 통해 드러난 관계의 향상과 상호 고양되는 대화의 즐거움, 다양한 관점의 발견은 인터넷 댓글이 가져다주는 새로운 행복이다. 가끔 일부 악성 댓글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인터넷의 본질도 아니고 중심도 아니다.

 성경에 ‘너희가 침묵하면 돌들이 일어나 소리친다’고 했는데 인터넷 시대에 돌들이 일어나 소리칠 일은 별로 없어 보인다. 유사 이래 이렇게 많은 지구인이 각자 이야기하며 떠들썩하게 살아본 적이 없었다. 어찌 보면 지금 우리는 새로운 방식으로 함께 사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임문영 인터넷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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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