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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젊은 남자들의 여성 공포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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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
소설가

30대 후반인 그 남자는 아내가 두렵다고 고백했다. 긴 연애 끝에 결혼했지만 결혼 직후부터 격렬한 부부싸움을 시작했다. 싸울 때마다 그는 자신이 패배자라고 느꼈다. 늘 아내에게 자기 언행을 변명하는 입장이 되었고, 아내의 가학적 언어 앞에서 자기 행동이 그토록 비난받을 일인지 생각해보곤 했다. 아내가 가방을 집어 던지며 나가라고 소리지르면 그는 여행가방 바퀴 구르는 소리를 들으며 집을 나섰다.

 그의 사례처럼 요즈음은 여자가 무섭다고 말하는 남자를 드물지 않게 만난다. 예전에도 스스로를 공처가(恐妻家)나 경처가(驚妻家)라 정의하는 남자가 없지 않았지만 당시에는 농담의 의미가 컸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내의 언행을 양해하고 봐준다는 관대함을 담아 그런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요즈음 젊은 남자가 아내나 여자친구가 무섭다고 말할 때 그 얼굴에는 웃음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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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남자의 여성 공포증은 그 역사가 깊다. 예전 남자들은 공포심을 마음 깊이 억압한 채 반대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했다. 니체가 지독하게 여성을 경멸했던 것, 톨스토이가 아내를 악처로 만들었던 일이 여성 공포증의 표출임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중세의 마녀 사냥 역시 여성 공포증의 산물이었다. 대부분의 남자 내면에는 거세하는 잔인한 어머니에 대한 잠재적 두려움이 있다고 한다. 유아기 환상 속에서 아기는 어머니의 몸을 착취한 보복으로 어머니에게 거절당하고 방치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게 된다. 안정감을 주는 양육을 통해 그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으면 내면에 여자에 대한 두려움이 형성된다.

 젊은 남자가 여자가 두렵다고 말할 때 그들과 관계 맺는 여자가 직접 제공하는 원인도 없지 않을 것이다. 주체성과 경제력으로 무장한 젊은 여자들은 남자의 부당한 행동을 참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의 여자에게서 비롯되는 두려움은 빙산의 일각일 뿐 여성 공포심의 실체는 남자 내면에 형성된 유아기 환상에 뿌리를 둔다. 그들에게는 아기에게 엄격한 훈육을 하거나 상벌에 일관성 없는 불안한 엄마가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아기의 원초적 공격성을 버텨주지 못하는 약한 엄마가 있었을 것이다. 약한 엄마는 아기가 쏟아내는 불편한 감정들을 소화시켜 좋은 것으로 돌려주는 역할을 못하기 때문에 아기 내면에 불안감이 고착되게 한다. 그런 아기는 성인이 된 후 가학적이고 통제적인 여성 환상으로 고통 받으면서도 십중팔구 그와 같은 여성에게 매혹을 느낀다. 용케도 자신의 환상을 충족시켜줄 여자를 찾아낸다.

김형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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