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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노벨과학상, 묵묵히 응원하며 기다려 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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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서울대 의대교수
신경외과학

세월이 세상을 바꾼다. 당연한 자연의 이치다. 의료계나 의료 환경도 전 세계적으로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다. 세균의 발견과 예방법, 항생제의 발명으로 인류는 감염병의 공포에서 해방되었다. 분자유전학의 발전은 병의 개념을 바꿨고 많은 난치성질환 치료를 가능케 했다. 우리나라 의료 역시 해방 이후 세계가 주목할 만한 엄청난 격변의 시간을 보냈다.

 1960~70년대 우리나라는 급격한 인구 증가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였다. 범국가적인 산아제한 정책이 수행되었다.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가 등장했다. 의과대학에서도 ‘가족계획’ 과목에서 각종 피임방법을 교육했다. 3%에 육박하던 인구증가율이 1% 초반대로 급격히 감소했다. 이제는 거꾸로 인구증가율을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사회정책을 정부가 내놓고 있다. 과거 산아제한 정책을 주도하시던 노교수님의 소회를 들은 적이 있다.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뛰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신혼부부가 애기를 갖지 않아서 걱정이잖아요. 격세지감을 느끼지요.”

 기생충질환 역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보건 문제였다. 많은 어린 학생이 각종 기생충에 중복 감염되어 영양결핍이 심각한 상태였다. 적극적인 기생충 박멸 사업이 시행되었다. 전교생이 담임선생님 감독 아래 반 강제적으로 매년 구충약을 복용했다. 보건정책과 의료계의 노력이 어우러져 기생충질환이 현저히 감소했다. 요즈음은 의과대학에서 교육용 기생충 표본을 만들기도 쉽지 않다. 국내 기생충 학계는 이제 저개발국가의 기생충 박멸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가을은 풍요의 계절이다. 농부가 곡식을 수확하듯 과학자들도 연구업적을 정리하는 시기다. 어김없이 올해도 10월 초부터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기 시작했다. 생리의학상 수상자 중 한 명이 중국인이라 많은 화제가 되었다. 중국 국적인 인물이 노벨과학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개똥쑥에서 말라리아 약을 추출해 적어도 100만 명 이상의 목숨을 구했다고 한다.

 일본은 2개 부문에서 수상자를 배출했다. 생리의학상을 받은 오무라 교수는 시골 야마나시 출신으로 묵묵히 미생물 연구에 열중하던 지방대학 교수였다.

 오무라 교수의 이력을 보며 지난 2월 아내와 함께 야마나시에 다녀온 생각이 났다. 일제 강점기 때 조선의 공예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던 아사카와 다쿠미라는 일본인의 고향이기도 하다. 다쿠미는 친형 노리다카와 함께 조선 백자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한 사람이다. 진심으로 조선을 사랑했고 산림녹화에도 공헌을 했다. 아깝게 폐렴으로 요절했으며 일본인으로 유일하게 망우리에 묻혔다. 아사카와 형제의 기념관과 생가 터를 둘러보고 공기 맑은 산속 마을의 고요와 아늑함을 만끽했었다. 야마나시는 아사카와 형제 외에 노벨상 수상자 오무라라는 자랑거리를 한 명 더 갖게 되었다.

 노벨상 발표가 모두 끝나고 올해도 우리나라는 빈손이다. 가차없는 매스컴의 질타가 이어졌다. 중국과 일본이 함께 포함되어 있어 우리나라만 뒤처지는 느낌에 비판의 정도가 더 심한 것 같다. 많은 지적이 있었다. 턱없이 부족한 연구비, 부실한 연구정책과 단기 성과에 매달리는 연구자의 자세 등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할 문제들이다.

 의학자를 포함한 우리나라 과학자들도 그동안 많은 노력을 했다. 어려웠던 시절이라 주로 임상의학 혹은 응용과학에 집중한 게 사실이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의학의 경우 국민 보건 향상이라는 사회적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다. 수십 년 전 우리나라는 제대로 된 기초과학연구를 할 처지가 아니었다. 노벨상이 요구하는 독창적인 연구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또 장기간의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당장 노벨과학상을 바라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은 아닐까.

 현재도 전국의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그냥 연구가 좋아 늦은 밤에도 불을 밝히는 학자가 많다. 질책보다는 제도 정비나 연구비 지원 등 적극적인 성원이 필요하다. 우리 과학자들을 믿고 기다리자. 아주 멀지 않은 장래 ‘시월의 어느 좋은 날’에 기쁜 소식을 전해 줄 것으로 확신한다.

김동규 서울대 의대교수·신경외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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