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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범의 생각지도 …] 202X년 X월 X일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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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범
논설위원

어둠 속에서 청와대 안보실장의 전화 벨이 울렸다. 전화 속 목소리가 떨렸다.

 “국정원장입니다.”

 “이른 새벽부터 무슨 일로?”

 “북한 동향이 심상치 않소. 기갑부대를 포함해 1개 사단병력이 평양으로 이동하고 있고 휴전선에도 경계태세가 내려진 거 같습니다. 김정은이 며칠째 보이지 않아요. 아무래도 쿠데타가 발생한 것 같소.”

 쿠데타라니. 안보실장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군부 쿠데타라면 북한군이 도박을 할 수도 있었다. 새벽 4시 반. 대통령을 깨워야 하나. 조금 더 기다려? 그때 다시 전화 벨이 울렸다. 전화 속 다른 목소리도 떨렸다.

 “국방장관입니다.”

 “아, 그렇잖아도 연락하려 했소. 국정원장 전화 받았어요. 전군에 진돗개 하나(최고경계태세)를 발령하시오.”

 “진돗개가 아니라 ‘데프콘3’로 올려야 할 것 같습니다. 휴전선 일대의 북한군 움직임이 분주합니다. 장사정포대가 배치되고 있고 서해안 해안포대의 포문도 열렸습니다.”

 한반도는 한국전쟁 이후 ‘데프콘4’가 상시 발령된 상태다. 그것을 3단계로 올리면 전작권이 한국군에서 한미연합사로 넘어간다는 얘기다. 한·미 대통령의 합의도 필요하다.

 “만일의 경우 대응타격 태세는 어떻소?”

 국방장관이 말을 더듬었다. “아시다시피 공군의 전력공백이 심각합니다.”

 “내가 결정한 F-35 스텔스기가 있잖소. 이런 때를 대비해 그 많은 돈을 쓴 거요.”

 “하지만 일단 전쟁이 발발하면 F-35 60대로는 부족합니다. 공중전만 하는 게 아니고, 방공레이더도 파괴해야 하고 장사정포와 미사일 전력도 제압해야 하고… 절대적인 수치로 전투기 100대 정도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아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요? 어쩌다.”

 “KF-X(한국형전투기) 사업이 차질을 빚어서 그런 거 아닙니까. F-35를 사면서 이전받고자 했던 기술들을 얻지 못해 개발이 늦어지는 바람에….”

 “끄~응.”

 새벽 4시50분.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대통령을 깨워야겠군. 그때 또 벨이 울렸다.

 “외교장관입니다.”

 “미국에서 연락이 있었습니까?”

 “우선 일본입니다. 북한군의 도발이 있을 경우 자위대를 북한 지역에 파병하겠답니다.”

 “무슨 당치 않은 소리요? 우리 영토에 들어올 땐 우리 동의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니오.”

 외교장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일본 방위상이 ‘대한민국의 유효한 지배가 미치는 범위는 휴전선 남쪽’이라고 말했는데 국방장관이 제대로 대응을 못했잖습니까. ‘한·미·일 협의가 필요하다’는 데서 얘기를 마쳤대요.”

 “이런~. 그래 미국은 뭐라 하오?”

 “그게… 지금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긴장을 야기하고 있어서요. 인공섬을 만들고 12해리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를 인정하지 않는 미국 항모가 접근 중이거든요.”

 “그런데?” “우리더러 미국과 한목소리를 내라는 겁니다. 중국은 우리가 자기 편일 거라 생각하고요.”

 안보실장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미국과 중국, 양쪽의 구애를 받는 축복이구먼 그래. 자위대에 대해선 뭐라 합니까?”

 “지금 자기들도 정신이 없으니 먼저 자위대의 협조를 받으라고 합니다.”

 새벽 5시10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대통령 핫라인 번호를 눌렀다.

 “안보실장입니다.”

 새벽잠에서 깬 대통령의 낮은 목소리가 넘어왔다. 핫라인의 통화시간이 길어질수록 대통령의 목소리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위 내용은 물론 픽션이다. 사건 배열과 시간적 경과도 무시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 외교안보라인이 하는 걸 보면 언제든 더한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구성해 봤다.

이훈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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