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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8시간은 자야 한다고?

[뉴스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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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간 이상을 자도 졸린다면 전문가의 진단이 필요하다.



건강을 유지하려면 하루 8시간은 자야 한다거나 우리 선조는 현대인보다 더 많이 잤다는 이야기를 흔히 듣는다. 현대인은 문명과 전등, TV, 스마트폰으로 수면 습관이 엉망이 돼버렸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 두 가지 모두 반드시 옳진 않은 듯하다. 최근 국제 생물학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게재된 논문에서 과학자들은 아프리카와 남미의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산업화 이전 상태를 유지하는 수렵채취 부족(탄자니아의 하자족, 나미비아의 산족, 볼리비아의 치메인족)의 수면 패턴을 연구했다. 그 결과 그들은 거의 똑같이 하룻밤 5.7∼7.1시간 수면을 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평균 6.4시간).

논문의 공동 저자로 캘리포니아대학(LA 캠퍼스) 시멜 신경과학 및 인간행동 연구소의 수면 연구자인 제롬 시겔 교수는 그 정도면 현대인 기준으론 상당히 적게 자는 편이라고 말했다. “자연적인 환경에서 수렵채취 생활을 하는 인간이 현대인보다 더 적게 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현대 생활이 수면을 망친다는 일반적인 생각에 반하는 결과다.

영국 러프버러대학 수면연구소의 짐 혼 연구원(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다)도 “우리가 옛날보다 적게 잔다는 증거가 없다”며 “7시간 이하의 평균 수면 시간은 예전과 다르지 않다”고 동의했다.

더구나 연구자들은 산업화 이전 환경에서 생활하는 부족이 지금까지의 생각과 달리 일상적으로 낮잠을 자진 않았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평균적으로 그들이 낮잠을 자는 날은 겨울철엔 전체 일수의 7% 미만, 여름철엔 약 22%였다. 그러나 겨울에는 하루 1시간 정도 더 오래 잤다고 시겔 교수는 설명했다.

이 연구는 그런 문화와 환경에선 수면이 외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빨리 어두워진다거나 기온이 내려가는 것이 그런 요인이라고 연구자들은 판단한다. 따라서 수면 장애에 시달리는 사람의 경우 이런 자연 조건을 재현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현대 사회의 많은 사람처럼 거의 일정한 기온에서 잠자는 것이 이상적이 아닐지 모른다고 시겔 교수는 말했다.

연구에 따르면 흥미롭게도 이런 수렵채취인은 일몰 후 약 3시간 반 후에 잠들고(예상보다 늦게 잠들었다) 해뜨기 전에 깨어났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도 10% 미만으로 아주 적었다.

연구자들은 이런 원주민 부족이 한밤중에 잘 깨지 않고 한번에 오래 잔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일부 역사적인 연구에 따르면 수 세기 전 유럽인은 ‘분할 수면(segmented sleep, 두 번에 나눠 자는 것)’을 취했다. 그러나 시겔 교수는 그런 수면 패턴이 겨울철에 햇빛이 부족해 생긴 듯하며 수렵채취 문화 이후의 습관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액티워치’를 사용해 연구 참가자들의 수면 습관을 추적했다. 손목에 착용해 팔의 움직임으로 수면을 측정하는 기기다. 시겔 교수는 뇌전도의 경우 실험실에서 자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지만 액티워치는 그보다 훨씬 편리하며 자택에서 휴식 상황을 추적하는 여러 건의 연구에서 상당히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번 연구가 현대인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캘리포니아대학(샌디에이고 캠퍼스)의 정신과 교수 대니얼 크립케 박사는 “가장 중요한 점은 수면추적기를 통해 객관적으로 측정했을 때(대다수는 생각보다 몇 십분 적게 자기 때문에 객관적인 측정이 필요하다) 하루 6∼7시간을 자고 충분히 휴식을 취했다고 느끼면 걱정할 필요없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성인은 몸에 맞게 충분한 수면을 취한다고 결론 지을 수 있다. 8시간은 반드시 자야 건강을 유지한다는 것은 낭설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잠을 적게 자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라고 시겔 교수는 덧붙였다. 진정한 척도는 하루 종일 피곤하다고 느끼는지 여부다. 만약 피곤하다고 느끼면 잠이 더 필요하다. 8시간 이상을 자도 졸린다면 전문가의 진단이 필요하다고 시겔 교수는 말했다.

그러나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펜실베이니아대학 의과대학원의 수면 전문가 데이비드 딘지스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서구 사회에 적용하기는 무리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현대인이 받는 스트레스는 과거와 종류도 다르고 강도도 훨씬 높다. 옛날보다 알아야 할 것도 많고 마감 시한도 많으며 생활방식이 무척 복잡하다. 따라서 현대인의 수면은 수렵채취 사회에서 사는 사람과는 달라야 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런 사실을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딘지스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7시간 이상 자는 사람은 비만이나 대사증후군 등 건강문제를 겪을 위험이 작다. 또 8시간 이상 잔다고 건강이 크게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하루 6∼7시간을 자는 문제에선 확실한 결론이 없다. 그 정도만 자도 충분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딘지스 교수는 “하지만 산업화 사회에선 6시간 이하의 수면이 문제가 되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수면 요구량에 급진적인 변화를 시사하는 게 아니라 6∼7시간을 자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추가적인 증거일 뿐이다.”

앰비엔·루네스타 같은 수면제는 불면증을 해결할 마지막 수단으로만 사용해야 하며 수면제는 수명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선 모든 연구자가 동의한다. 크립케 박사는 하루 8시간 수면이 필요하다는 ‘근거 없는 믿음’은 제약회사들이 수면제를 팔기 위해 퍼뜨렸을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박스기사] 분할수면은 몸에 좋은가

밤잠을 두 번에 나눠 자는 것을 의미한다. 인공조명이 발달하기 전에는 이런 분할수면이 많은 사람에게 보편적인 수면 패턴이었다.

버지니아공과대학의 역사학자 로저 에키르치는 16년 동안 분할수면을 연구하면서 옛날에는 해가 진 직후 첫 잠을 잔 뒤 한두 시간 깨어 기도나 명상으로 긴장을 풀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그 다음 다시 잠들어 아침까지 잤다.

그렇다면 분할수면이 건강에 좋을까? 에키르치의 연구는 한밤중에 깨어나는 것이 자연스러우며 심지어 건강에 좋을지 모른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러나 의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수면 전문가 티머시 코놀리 박사는 “우리 선조에겐 분할수면이 자연스러웠을지 모르지만 현대인에겐 어렵고 비현실적이며 생활 리듬이 깨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잠자는 상태와 깨어 있는 상태의 주기를 혼란시키면 몸의 세포와 조직, 또는 기관이 정상적인 기능을 못해 비만·뇌졸중·심장병·우울증 등의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글= 뉴스위크 DOUGLAS MAIN NEWSWEEK 기자 / 번역 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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