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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기업 75% 보증 대출로 연명 … 떼이면 결국 국민세금

수도권의 중소 의류업체 A사는 최근 3년 연속 영업손실(적자)을 냈다.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도 못 갚는 ‘좀비기업(한계기업)’이다. 그런데도 주거래은행은 이 업체의 대출금 12억원을 회수하지 않고 3년째 만기를 연장해 줬다. 중소기업 정책금융기관인 신용보증기금(신보)이 대출금 중 10억원을 보증해 줬기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A사가 빚을 갚지 않더라도 위험이 크지 않다. 2억원을 떼이더라도 10억원을 신보로부터 받을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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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내는 좀비기업 구조조정 <상> 자생력 없는 기업 정리하자
산업생태계 깨뜨리는 무분별 지원
은행들, 보증기관 믿고 계속 연장
대출 못 갚아 5년 내 부도 22%
창업·고용 지원에 쓸 돈 갉아먹어

 A사의 사례는 정책금융을 ‘동아줄’(대출액의 평균 85% 보증)로 삼아 은행 대출을 유지하는 좀비기업의 연명법을 여실히 보여준다.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을 비롯한 보증기관은 지난해 말 중소기업 대출 잔액의 15%(78조4000억원)를 보증해 줬다. 좀비기업이 중소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퇴출되지 않은 좀비기업은 창업 쪽으로 돈이 흐르는 걸 막아 전체적으로 경제 활력을 떨어뜨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좀비기업이 1%포인트 늘면 창업(0.43%)·생산성(0.13%)·고용(0.34%)이 모두 줄어든다. 기업 구조조정의 첫 단추가 정책금융 개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은행을 상대로 기업 구조조정을 압박하기에 앞서 방만하게 집행되는 정책금융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본지가 29일 입수한 신보의 ‘좀비기업 현황 보고서’에서 자세히 드러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신보로부터 대출 보증을 받은 좀비기업은 1901개로, 전체 보증기업(5만1949개)의 3.66%다.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 1 미만 ▶3년 연속 영업적자 ▶자본잠식 상태 중 하나 이상에 해당되면 좀비기업으로 분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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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 기업의 75%(1432개)가 보증 만기를 연장하는 방법을 통해 은행 대출금을 갚지 않았다. 만기를 연장한 좀비기업 한 곳당 평균 보증액은 6억4671만원으로, 신규보증 기업(5억2700만원)보다 1억원 이상 많다.

 5년 이상 장기 보증을 받고 있는 좀비기업도 문제다. 전체의 절반 이상(54%)으로, 15년 이상 보증을 받고 있는 기업만 139개(7%)다. 장기간 보증이 가능한 이유는 역대 정부 대부분이 중소기업을 보호 대상으로 삼아 웬만하면 보증을 끊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보증기업이 대출금을 제대로 갚지 않았을 때 느슨한 채권 추심 절차도 좀비기업을 연명하게 한다. 신보를 비롯한 보증기관은 보증기업의 신용도가 나쁘다고 판단하면 우선 원금의 20% 상환을 요구한다. 그러나 기업이 대출금을 갚지 못해도 보증료를 올리는 것 말고는 달리 상환을 압박할 수단이 없다.

 이러다 보니 업체 스스로 부도가 나기 전에는 시장에서 퇴출하기가 쉽지 않다. 2009년 좀비기업에 편입한 보증기업 3542곳 중 5년간(2010~2014년) 대출금을 갚지 못해 부도난 기업은 22.4%(794개)다. 은행이 이들 기업으로부터 떼인 대출금 중 신보가 보증한 돈은 국민 세금을 통해 마련한 정책자금이다. 전문가들은 보증정책의 과감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우선 ‘보증졸업제’를 도입해 10년 이상 장기 보증기업에 대해 엄격한 보증심사를 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오래된 좀비기업을 퇴출하는 대신 신규 창업 기업에 대해서는 유연한 보증심사 규정을 적용해 중소기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취지다. 수출특례보증·동반성장협약보증·창업보증 등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약에 따라 늘려온 특례보증제도도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비슷한 특례보증을 묶어 단순화하고 명확한 평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좀비기업이라고 해서 다 퇴출 대상은 아니다.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기업은 재무구조가 나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또 벤처기업의 자금난이 가장 심한 시기라는 뜻에서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으로 불리는 창업 5~10년 사이 때 옥석을 가릴 필요도 있다. 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사장은 “재무제표만 보고 퇴출 여부를 결정하면 미래 성장성이 있는데도 일시적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업이 퇴출될 수 있다”며 “옥석을 가려낼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시급히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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